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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장소 : 2015년 7월 26일(일) / 1, 7호선 도봉산역 7호선 대합실 (10시 30분)
◈ 참석자 : 7명 (정남, 재홍, 재웅, 정한, 문형, 영훈, 양기)
◈ 동반시 : "서강에 다녀오다" / 임형신
◈ 뒤풀이 : 홍어회, 도토리묵, 두부김치 및 파전에 막걸리 / "산속의 두부"
2015년 7월 26일(일), 아침에 일어나니 새벽까지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은 서쪽부터 맑아온다. 올려다보니 열린 구름사이로 옅은 하늘이 보인다. 도봉산은 멀지만 서울근교 산 중 가장 물이 많은 산이라 은근히 기대가 된다. 가장 멀리 떨어진 문형이가 먼저 도착해 있다. 위 총장이 보내준 코스에는 세 곳의 계곡이 있다. 도봉계곡, 용어천계곡, 시인의 계곡. 앞의 두 곳은 시산회 산행 때 가본 적이 있어 기억이 나지만, 마지막 시인의 계곡은 생소하다.
마지막 한양기 산우까지 도착하니 6인의 사나이들. 염재홍 산우는 마침 자신의 집 근처의 버스편이 종점까지 가는지 종점에서 기다린다고 한다. 위 총장이 가정사로 불참, 정남 산우가 총장대행 및 향도 역할을 한다. 하기는 집에서 가까운 도봉산을 잘 알고 좋아해서 필명이 도봉별곡이라고 했다. 종점에서 재홍이와 반갑게 만나서 정해진 코스로 출발. 안내 지도 앞에서 오늘의 코스를 설명한다.
막걸리 네 병을 챙기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계곡에서 들려오는 물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양쪽으로 참나무, 쪽동백, 오리나무가 우거진 너른 길 따라 오르니 황금빛으로 치장한 절을 지나 좁은 길로 들어서니 산정약수가 나온다. 물 한 잔하고 도봉계곡으로 접어들면서 여승방 금강암을 지난다. 사진을 찍어 올린대로 수량과 물소리가 우레와 같다.
산우들이 도봉산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다고 한다. 정남이는 여느 명산보다 물이 더 많다고 설명하는데, 자기의 동네, 자기 산 자랑 맞다. 손에 약병을 든 불상이 서있는 절 옆의 물은 폭포 같다. 어떤 산우가 소백산 희방폭포 보다 웅장하다고 한다. 오래 전에 시산회에서 가 봤다고 한다. 때를 맞춰 어제 내린 비에 물이 불어서 쉽게 보기 어려운 절경을 본다.
도봉계곡을 따라 오르니 피어오르는 물안개와 물소리에 더위를 잊었으니 최고의 피서라. 도봉팔경 중 하나인 문사동에 이르니 다시 맞게 되는 절경. 최고의 쉼터 명당은 물에 잠긴 계곡 저 편에 있었으니 다음 기회로 미룬다. 움푹 파인 바위에 들어가면 비가 와도 관계없다는 도봉별곡의 설명. 노리는 산객이 많아 10시 전에 도착해야 한다는데 나는 집이 멀어서 틀렸다.
초서로 쓰인 문사동(問/聞師洞)의 '문'을 두고 이론(異論)이 나온다. '스승에게 묻는다'보다 '듣는다'가 맞을 것이다. 선비들이 스승을 모시고 강론을 들었음직한 바위로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생각 같아서는 그곳에서 짐을 풀고 싶었으나 불어난 물에 앉을 자리가 없다.
더 올라가니 용어천계곡으로 들어서야 하는데 물이 불어 이리저리 건너 계곡 길에 접어들었다. 조금 가니 계곡 옆에 너른 자리가 있고 7명 이상이 앉아도 충분한 식탁이 보인다. 짐을 풀어보니 막걸리 4병에 모 산우가 항상 가지고 오는 한과 두 가지, 산자와 깨강정만 보인다.
시산회 12년의 역사에서 가장 단촐한 성찬(?)이었으나 우리들의 고담준론은 훌륭한 안주가 되었으니 3병도 많다는 한 시간 전의 초지(初志)는 사라지고 아쉬움이 입에 걸려있다. 다만 한 시간 앞의 미래를 아는 자, 세상을 지배한다 했거늘, 그 누구에게 그런 능력이 주어지겠는가. 골프와 염라대왕 얘기는 오래된 역사처럼 흘러간 얘기이니 접고.
"한 여자가 있다. 세상의 좋은 일은 다하고 염라대왕 앞에 갔더니 자기보다 더 훌륭한 당신의 심판은 내 능력 밖이니 한울님에게 가서 심판을 받으라고 다시 자신의 위로 보내는 게 아닌가. 조금 기다리니 한울님이 나온다. 한울님이 보니 경국지색은 저리 가고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게 할 정도로 예쁘다.
그런데 천상의 세계는 성적인 즐거움이 사라져 그냥 밋밋한 세상. 한울님 자신도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으므로, 지상에 있어야 한 번 꼬셔보겠으니 내려 보내야겠는데 그래도 명분이 있어야 한다. 궁리 끝에 아직 올 때가 안 됐으니 다시 내려가라면서 소원이 뭐냐고 묻는다. 대뜸 여자 왈,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지력을 달라고 한다.
더도 덜도 말고 한 시간의 예지력을. 한울님이 벌컥 화를 내면서 그런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내가 내려가서 즐겁고 신나게 살지 예쁜 년들은 모두 지옥으로 가버리니 섹스도 못하고 마담들도 지옥으로 가버리니 술도 못 마시고 구름과자도 없는 왜 이런 구석진 곳에 와서 고생하겠느냐, 가야금 소리도 지겹다.
좋은 노래도 하루 이틀이지 맨날 그것만 연주하고 있으니 요즘 신나는 노래를 아는 년놈들은 전부 지옥으로 가버리니, 싫증이 나서 죽겠다만 내 수명은 끝이 없으니 쉬고 싶어도 못 쉬고, 지옥은 만원이니 맨날 증축해야 하고 기름값은 비싸져가므로 추워서 옷은 늘려줘야 하며, 식량은 줄여야 하니 나도 요즘은 배가 고프다.
웬만하면 죽지 말고 그냥 오래 살아라. 오죽하면 인간의 수명을 120살로 늘려주겠느냐. 쓸만한 년들은 모두 지옥으로 가버리나 점잖은 체면에 지옥에 놀러갈 수도 없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관데 조물주는 나를 이 자리에 앉혀놓고선 이런 생고생을 시키냐 말이다."
시 낭송을 하려했으나 위 총장에게 인쇄를 위촉 받은 임시 총장이 집에 프린터기가 망가져 여러 시도를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며 블로그에 담아 모두에게 전송했다며 열어보니 휴대폰 난통지역이라 되는 산우와 되지않는 산우로 나뉜다. 내려가서 뒤풀이 때 하자며 미뤘다.
탁족은 바로 위의 눈썹바위에서 하자는 의견이 나왔으나 오르막이라고 5명이 포기한다. 두 명은 올라가서 바로 사진을 보내왔으니 비경에 오르막 10미터를 참지 못했음을 약간 후회했으나 이미 벗은 발이라! 후유증은 끝까지 이어진다. 휴대폰이 간혹 통하지 않아 위의 두 사람과 우리 5인은 뒤풀이 장소에서 만나게 된다.
뒤풀이를 불광동 은하식당에서 할 것을 제안해서 소머리고기를 먹고 싶었던 정한의 의도는 간단하게 방향을 바꾸게 된다. '꿩 대신 닭'이라고 시원하고 친절한 산두부집에서 홍어를 원 없이 푸짐하고 맛나게 먹게 된다. 참고로 그 집에서 묵을 주문하면 두부김치는 서비스로 나온다.
시낭송을 거를 수 없어 오늘의 기자인 내가 휴대폰을 보면서 '시'('서강에 다녀오다' / 임형신) 낭송을 했으나 맛이 없었음을 임시 총장에게 아쉬움과 함께 보낸다. 역시 '시 낭송'은 종이 활자를 훌터 내려가면서 읽어야 맛이 난다. 그날 하루, '시산회' 덕분에 잘 먹고 잘 쉬었다. 늙어갈수록 유익하고 좋은 모임이었다.
2015년 8월 1일 조영훈 씀.
※ 동반시
"서강에 다녀오다" / 임형신
소나기재 베고 누워 있는 장릉 지나
서강에 이르다
물이 불어 오늘 배 못 뜬다네
적소가 보이는 주막거리에 앉아
강울음 소리 들으며
술을 마신다
여름이 분탕질은 끝났다
하늘을 찢어버리고 서강에 내려온
원호(元昊), 강의 역사 다시 쓰고 있다
생을 찢어버리고
온몸으로 길을 열고 들어온 김립(金笠)
강바닥에 시를 널어놓고 몸을 감추었다
물소리 날아다니고
나비가 된 시들이 내려앉는 곳마다
골골이 흘러든 사람들
울음토끼처럼 숨어 우는
골짜기 너머 너머
또 너머
다시 분탕질로 얼룩진 강가에
아직도 시는 날아다니고
금표비가 보이는 언덕에 주저앉아
자꾸 술잔이나 기울이고 있는
영월은 너무 멀다
* 원호(元昊) : 생육신의 한 사람. 서강에 집을 짓고 살다
* 김립(金笠) : 김삿갓, 김병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