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 기간 후 학생들의 그동안의 시험공부에 대한 노고와 애씀을 위로하고 달래주고자 오늘은 남원으로 향했다.
오전에는 영화를 보고 오후에는 볼링을 치기로 했다.
이는 선생님들이 정한 건 아니고 시험 전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이었다.
아침 일찍 서둘러서 그런지 영화관은 한산하였다.
10시쯤이 되니 학생들이 단체로 들어온다.
일찍 와서 표를 예매하길 잘했다.
시험이 끝나서 그런지 근처 학교에서도 많이 나오나보다.
그러다 학생 중에 아는 학생들이 몇몇 보인다.
알고 보니 옆 학교인 지사초등학교였다.
지난번 명랑 운동회 때 만났던 지사초등학교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이제야 보인다.
가까운 이웃을 나와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25학년도에 우리 학교도 전북 농촌 유학 학교로 선정이 되었기에 이미 농촌 유학 학교를 운영하는 지사초등학교와 많은 공조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이 된다.
같은 지사면에 소재하고 있고 초등학생들은 곧 중학생이 되어 올라오므로 두 학교가 긴밀하게 협조하고 상생할 필요가 있겠다.
암튼 밖에서 만나니 더욱 반갑다.
마치 외국 나가서 한국 사람 만난 기분이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본인이 선택한 영화를 보고 나온다.
나, 국어쌤, 영어쌤 그리고 여학생들은 소방관을 보았는데 다들 울고 나왔다.
난 입장하기 전에 화장실에 몰래 들러 화장지를 한 움큼 주머니에 넣고 들어갔다.
여학생들 앞에서 울면 쪽팔릴 것 같아서.
역시나 영화 말미에 난 질질 짜고 울었다.
슬픈 걸 어떠하냐?
어른도 선생님도 슬플 땐 눈물이 나온다.
나라고 뭐 별수 있겠나?
화장지로 눈물을 닦고 또 닦았다.
옆에서 국어 선생님도 울고 계시길래 화장지를 살짝이 건넸다.
아마 소방관 본 모든 사람이 다 울었을 거다.
그러면서 누군가의 노고를 생각했다.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건 다 누군가의 노고이다.
지금의 행복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이 영화를 본 우리 학생들도 다 그리 생각하겠지?
행복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고 감사하게 생각하자.
오후에는 근처 볼링장으로 향한다.
교실에 갇혀있던 우리 학생들의 에너지를 발산할 시간이다.
특히 남학생들이 무척 좋아한다.
무거운 공을 온 힘을 다해 굴린다.
원래는 굴려야 하는데 던진다.
마루 파손될까 봐 조마조마하다.
나만 그런가?
“얘들아 좀 살살 쳐.”
지난번에 한 번 와봐서 그런지 이번에는 알아서들 잘 친다.
제대로 자세 잡고 공 잘 던진다.
오늘은 좌우로 빠지지 않고 가운데로 잘 굴러간다.
이래서 경험이 중요한가 보다.
한번 해봤다고 두 번째부터는 잘하지 않는가?
그래서 학교에서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의 기회를 자꾸 가지려고 한다.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봐야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은가?
만약 우리 학교가 큰 학교였다면 이런 프로그램은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나 역시 많은 학생의 인솔 및 이동에 대한 부담 때문에 학교 밖으로 나가는 것을 주저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학교는 학생 수가 작기에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다.
큰 학교가 좋을 수도 있지만, 작은 학교가 좋을 수도 있다.
모든 일에는 장단이 있다.
우리는 그중 하나를 선택할 뿐.
우리네 학생들은 본인들이 그렇게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까?
시간이 조금 지나면 그땐 알 수 있을까?
뭐 알아주라는 말은 아니다.
우리 학생들이 주어진 상황과 환경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잘 누리며 살기를 바랄 뿐이다.
건강하게.
오늘의 두 프로그램으로 우리 학생들의 노고가 어느 정도는 위로가 되었을까?
그동안 공부하여 시험 치르느라 고생 많았다.
시험 결과를 떠나 또 하나의 산을 넘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낸다.
이제 학년말.
3학년은 졸업을 앞두고 있고, 1, 2학년은 진급을 앞둔 시점.
우리 모두 1년 동안 열심히 살았고 잘 성장했는가?
각자 자신에게 질문하며 반성해 본다.
1년 동안 우리 많이 자랐고 많이 컸다.
내가 바라본 우리 학생들의 모습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