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24일 저녁 7:00 서울 광화문에 있는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정말 뜻깊은 행사가 열렸습니다.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책방넷)에서 주최한 "BUY BOOK BUY LOCAL" 캠페인 출정식입니다.
읽고, 먹고, 머물고, 사고....이 모든 것을 지역에서 하자는 사회운동인데요.
전국 동네책방들이 그 출발점이 되겠다는 서약과 같은 것입니다.

이 캠페인에 단초를 제공하신 분은 "로컬 전도사"라고 할 수 있는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선생님입니다.
한국에선 "오래된 미래"라는 책으로 유명하신 분이죠.
1975년 라다크를 방문해 물질적으로는 부유하지 않지만 공동체가 살아있고 가난하지만 자급자족의 삶을 만족해하며 행복을 누리고 있는 라다크의 모습에 감동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 책을 쓰셨습니다.
이후 지속해서 10년 넘게 라다크를 방문하셨는데요...그곳에도 서구 물질문명이 밀어닥치기 시작하면서 심각한 사회 변화가 일기 시작합니다. 청년들이 지역사회에 자족하지 못하고 서구 문명을 동경하고, 도시로 나가 돈을 벌고 싶어하고,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지역 청년이 도시 대기업의 노동자가 되어 노예같은 삶을 살게 된 모습을 눈 앞에서 목격한 것이죠.
그러면서 우울증과 자살, 폭력과 같은 서구사회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것을 보고 경악한 헬레나 선생님은 지구촌 전체를 잡아먹는 괴물처럼 되어버린 세계화, 글로벌 경제를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로컬 비즈니스와 로컬 경제를 내세우는 로컬리제이션(지역화)을 주장하게 됩니다.

이런 주장을 알기 쉽게 교과서처럼 풀어놓은 책이 지난해 한국에서 출간된 "로컬의 미래"입니다.
이 책에 기반해 전국 동네책방은 로컬 캠페인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오늘 출정식에서 그 첫 발자국을 뗐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윤철호 회장님과 한국도서관협회 이용훈 관장님을 비롯한 외부 초청인사들, 헬레나 선생님 책을 읽은 독자들, 그리고 이 캠페인의 주최자인 전국 동네책방 책방지기들 백 여 명이 함께한 자리입니다.
책방넷 회장님께서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지 못하셔서 부회장 직을 맡고 있는 숲속작은책방 김병록 대표님께서 환영 인삿말로 행사 시작을 열어주셨네요.

이어서 헬레나 선생님의 기조 강연이 있었습니다.
<로컬의 미래> 책 번역을 맡으신 분과, 숲속작은책방 김현숙 국제부장님이 통역을 맡아주셨어요.
"대형 마트보다 지역의 작은 가게에서 훨씬 더 많은 대화가 일어납니다. 대화와 소통을 통해 관계가 회복되고 고립감이 해소됩니다. 현대인들이 수많은 중독에 빠지고 우울증 등 병에 시달리는 것은 외롭기 때문인데 대화와 관계는 이런 심리적 고립감을 해결해줍니다. 특히 현대인들의 중독과 우울과 불안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배경이 바로 자연입니다. 자연이 살아있는 지역의 삶과 지역에서의 활동은 사람의 영성을 살리고 인간성을 회복시킵니다."
"이런 연구가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대도시에서 살고 싶은지 소도시에서 살고 싶은지 물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만 있다면 지역 소도시에서의 소박하고 평화로운 삶을 원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 경제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로컬 비즈니스는 공동체를 만들고 자연과 인간을 연결시키고 바로 여기에서 제가 말한 행복의 경제학이 탄생하는 것이죠"
헬레나 선생님의 말씀은 힘이 있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선 무엇보다....2020년...책방넷의 바이로컬 캠페인을 함께 이끌어주실 홍보대사 10명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홍보대사는 매월 한 명씩 돌아가면서 그달의 활동가가 되어 전국 동네책방을 방문하기도 하고, 강연 및 사인회를 개최하기도 하면서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주실 겁니다.
지금까지 홍보대사를 수락해주신 분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김탁환 소설가, 김연수 소설가, 나희덕 시인, 오은 시인, 이병률 작가, 이금이 동화작가, 김중석 그림책작가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이미경 화가....
그리고 이날 수락응답이 늦어 발표는 못해드렸지만 영화배우 박정민 님께서 합류해주셨습니다.
박정민 배우는 독립영화 <파수꾼>으로 대중들에게 처음 얼굴을 알렸고요.
<동주>에서는 송몽규 역할, 배우 이병헌과 함께 투톱으로 주연을 맡았던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천재 피아니스트로 나왔고 현재 상영 중인 영화 <타짜3>의 주연으로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배우입니다.
평소 책읽는 것을 좋아하고, 책도 출간했었고 친구와 함께 합정동에 작은책방을 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홍보대사 섭외를 하면서 감격스러웠던 것은...연락받으신 분들께서 너무나 흔쾌히...내가 꼭 해야하는 일이라며...적극적인 수락을 해주셨다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지금 동네책방들에 거는 기대감이 크고, 그 문화적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이야기겠죠.
이분들과 함께 펼쳐갈 2020 바이로컬 캠페인...정말 많은 분들, 함께해주시고 힘을 보태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행사를 모두 마치고 괴산에서 참석한 숲속작은책방 식구들이 헬레나 선생님과 기념 촬영을 했습니다.
일흔이 넘은 연세에,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동네책방과 바이로컬 캠페인을 위해 자리해주신 헬레나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멋진 활동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