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학교 교수 · 이진형
양자 컴퓨터는 기존의 전자 컴퓨터(고전 컴퓨터)보다 훨씬 적은 횟수의 연산으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소인수 분해를 수행할 때 양자 컴퓨터는 고전 컴퓨터보다 연산 횟수가 지수 함수적으로 적다. 그렇긴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없지 않다. 즉, 고전 컴퓨터가 더 빠른 경우도 있다.
양자 컴퓨팅 분야는 대규모의 복잡한 연산 고속 처리, 저소비 전력 범용 디지털 양자 컴퓨터 실현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산업계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활용될 것으로 기대되는 영역도 광범위하다. 크게 머신러닝, 인공지능(AI), 촉매/배터리 등 화학, 신약 제조 등 생화학, 교역 등 경제, 방사선 치료 등 건강관리, 신물질, 컴퓨터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 때문에 IBM, Google, Intel, Microsoft와 같은 글로벌 기업도 양자컴퓨팅 등 양자정보 기술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양자 컴퓨팅은 범용 양자 컴퓨팅 분야와 특수 목적 양자 컴퓨팅 분야 등 크게 2개 세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특수 목적 양자 컴퓨터는 특정 유형의 작업 또는 계산을 수행하는 양자 컴퓨터를 말하며, 양자 물질 및 소재 등을 모사하는 양자 시뮬레이터와 양자 인공지능의 기초가 되는 양자 머신러닝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중 양자 시뮬레이터는, 범용 양자 컴퓨터보다 좀 더 가까운 미래에 개발되어, 신약 및 신소재를 설계 및 개발하는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자 컴퓨터, 특히 범용 양자 컴퓨터 개발은 낙관적이기만 하지는 않다. 양자 소재 개발, 잡음 및 오류 제거 방법, 제어 시스템 개발 등에 있어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많아서, 실현 가능 여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국내외 현황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캐나다, 유럽, 중국, 일본 등 대다수 선도국은 양자컴퓨팅, 양자 통신, 양자 센싱 등 양자정보 기술을 전략기술로 보고 중장기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양자정보 기술이 갖는 파괴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며, 만약 기술 우위에 서지 않았을 때 그 위험은 감수하기 매우 어려울 지경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을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학연에 대한 연구 개발 투자뿐 아니라, 산업계 특히 중소기업이 양자정보 기술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투자도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양자정보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2022년 현재 국내의 양자정보 전문 인력은 대략 150명 ~ 200명으로 비슷한 규모의 국가에 비해 현저히 적다. 일정 규모 연구개발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기업들도 전문인력 부족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만약 양자정보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지 않거나 무시하면, 심각한 위기가 닥치게 될 것이다. 해외에서 전략 기술화된 양자 기술을 차후에 유입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고, 지적재산권(IP)에 따른 기술료 증가 등은 장기적으로 사회 발전에 큰 위험 요소가 될 것이다. 다행히도, 2019년부터 정부는 꾸준히 양자정보 기술 및 개발을 위한 투자를 해오고 있으며 점차 그 규모를 확대하는 중이다. 불행 중 다행이라 하겠다. 다만, 효율적인 투자가 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 양성이 꼭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소개
서강대 Ph.D.(물리학)
북아일랜드 Queen‘s Univ. Belfast, 연구원
한국양자정보학회 이사,
양자정보과학기술 연구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