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묘(侍墓)살이
* 방영일시:
8월 5일(월) ∼ 8월 9일(금) / 저녁 7시 ∼ 7시 30분
* 기획의도:
'부모님 살으실 제 섬기길 다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닳다 어이하리.....'
부모님의 죽음 앞에 자식된 도리를 다하지 못한 자식의 애환을 담은 고려가요 '사모곡'의 첫 구절이다.
건축 목수일을 하던 유범수(49)씨. 그는 1년전 공사현장에서 난 사고로 어머님의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이 되어 병원에서 퇴원하는 그날(지난 5월 23일) 바로 짐을 챙겨
어머님 산소옆에 움막을 짓고 시묘살이를 시작했다.
현대인들에게는 '시묘(侍墓)살이'가 생소하지만,
사전적 의미로 시묘(侍墓)란 죽은 후 3년간 무덤 옆에서 상복을 입으며 부모의 넋을 기르는 효행을 말한다. 이 3년 동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가서도 안되고 심지어 산소곁을 잠시도 떠나서도 안된다(물론 유범수씨가 정하고 지키고 시묘살이의 원칙이다)
시묘살이를 하는 유범수씨의 산 속 하루 일과는 하루에 세 번 정성껏 상식을 올린 다음 노래도 부르고 재롱도 피우고 살아생전 글을 모르셨기 때문에 천자문도 읊어드린다. 마치
어머니가 앞에 살아 계신 것처럼 산소앞에서 울고 웃는 유씨, 남들이 보면 영락없이 정신나간 사람처럼 보인다.
한 집안의 가장이 아내와 자식을 두고 산 속으로 들어오면서 적지 않은 갈등이 생겼다.
인천 유씨의 집, 아내 이향숙(42)씨는 지난 5월 유씨가 시묘를 한다고 떠날 때 남편의 다리를 붙잡고 울며불며 애원했다. 그러나 유씨는 살아있는 가족대신 돌아가신 어머니를 택했다. 한창 일할 나이의 남편이 산으로 떠나면서 하루 아침에 대학교 1학년인 딸의 등록금과 생활비는 고스란히 아내 향숙씨의 몫으로 남았다. 한 전자회사에서 제품제조일을 하는 향숙씨는 남편이 자신의 경제능력을 믿고 무책임하게 산으로 떠났다고 생각하니 더욱 열 을 받는데 시묘를 시작한지 두달째, 남편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려보려고 산을 찾은 향숙씨는 남편과 심한 부부싸움을 하기에 이른다.
사고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를 아직 제대로 구부리기 힘든 몸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못다한 효를 다하기 위해 시묘살이를 하는 유범수씨. 어느날 가장이 없어져버린 집에서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유씨의 아내 향숙씨.
시묘살이는 자식의 당연한 도리라고 믿고 있는 남편과 돌아가신 부모님 보다 살아있는 가족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아내,,, 이 부부의 풀리지 않는 갈등을 통해 이 시대 진정한 효의 의미를 함께 고민해본다.
주요내용:
● 각 편의 내용
1부 (8월 5일 - 월)
"世墓幕舍不孝子(세묘막사불효자) 물뜨러 갔슴"
어설픈 문패가 주방문에 걸려있고 유씨는 산아래 민가로 설거지와 빨래를 하러 간다.
전기도 없고 물도 없는 산속생활,,,유씨의 움막엔 문명의 이기라고는 음식 조리용 가스렌지와 아이스박스가 전부, 하지만 땅을 골라 열무와 콩 두 고랑도 심고 흙벽돌을 짜 어슬픈 움막을 걷고 겨울엔 제대로 황토방도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유씨가 어머님 산소 앞에서 갑자기 "엄니 날씨도 더운데 지가 노래 한 곡조 뽑을까유?
아무도 없는 산소에서 난데없이 유행가를 불러댄다. 노래자랑에 나갈만큼 빼어난 솜씨다.
한가로운 산속에 유씨의 절친한 친구가 찾아온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을 하던 친구는 삼베로 근사하게 문까지 달아 놓은 화장실과 운동용으로 만들어둔 철봉대를 보고 두손 두발 다들고 만다.
한편, 인천 유씨의 집에서는 남편의 시묘살이를 울며불며 말렸던 부인 이향숙(42)씨와 가족의 동의 없이 훌쩍 산 속으로 떠나버린 동생에게 화가 난 유씨의 누나가 냉전을 벌이고,,, 그 시각 유씨는 가족들의 걱정은 아랑곳하지 않은채 어머님의 상망 음식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호박전에 북어찜까지 산속 오두막은 완전히 요리사의 주방...
그때, 산 속에 도착한 아내는 남편의 태연하고 행복해보이는 얼굴에 참아왔던 화가 폭발한다.
2부 (8월 6일 - 화)
아내는 남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부모님 묘 앞에서 부부의 심한 냉전이 계속 된다. 아내 향숙씨는 이정도면 어머니도 이해 하실거라면서 산을 내려 가자고 애원하지만 남편의 "지금이 가장 행복하다" 는 말에 부인은 뒤도 안 돌아보고 산을 내려온다.
다음날 아침 유씨는 상식을 올린 후 움막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인천의 아내는 공장으로 일을 하러 간다. 고혈압 증세가 있는 향숙씨, 어제 남편의 모습을 보고 온 후 혈압수치가 무려 200으로 오르는데,,, 그날 저녁식사후 딸은 남자친구를 만나러 나가버리고 결국 향숙씨는 혼자 집에 남아 있게 되고 그 시각 유씨는 산소에서 빨간 파카를 입고 '월드컵 4강전' 중계방송을 들으며 세상이 떠나가라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다음날 태풍 북상 소식에 걱정된 유씨의 고향 친구들이 움막에 비닐을 씌어주고 인천 집에서는 향숙씨와 딸 샛별이가 "라마순 태풍 속보" 뉴스를 보는데...
그 시각 산속 움막에는 태풍이 몰아 치는 것도 모른 채 유씨는 한가로이 잠만 자고 있다.
3부 (8월 7일 - 수)
태풍 때문에 성연면 직원이 움막으로 들이닥친다. 태풍이 지나가는 3-4일을 민가에서 보내라는 대피명령이다. 그러나 유씨는 시묘살이 하는 사람은 산소곁을 떠날 수 없으니, 말도 안되는 소리말라면서 끄떡도 하지않는다. 면직원들이 겁을 주고 가자 허술한 움막이 날아갈까 유씨도 슬슬 걱정이 되는데,,,
그런데 태풍 대비를 하는가 싶더니 빗소리를 양념삼아 부침개를 부치는게 아닌가? 비오는 날은 어머님께 부침개를 부쳐드린다는 유씨, 이정도면 돌아가신 어머님도 살아 돌아오실만한 효자가 아닌가,,,
그 때 비 소식을 듣고 놀란 형님과 누나가 산 속으로 찾아오고 "이번 비에 텐트 날아가면 철수하자"고 하지만 유씨는 미동도 하지않는다.
유씨 형제 5남매는 이산가족 못지 않은 사연을 갖고 있다. 아버지의 실수로 집안이 풍비박산 된후 가난과 배고픔으로 형제들이 뿝뿔이 흩어질뻔했다. 그때 유씨의 어머니는 품팔이를 해가며 5남매를 고생속에서 키워냈다. 그 강한 어머니 때문에 가난의 터널을 빠져나와 성장하고 가정을 꾸리고 살게 됐는데 이 일로 몸도 성치 않은 동생을 잃을까 누나는 걱정되고 무섭다. 초복 날, 유씨는 시내에 나가 냉면과 수박을 준비한다. 어머니께 시원한 수박 화채와 냉면 한그릇을 올리고 뜨거운 햇빛 아래 서서 손수건으로 그늘을 만들고 있다. 어머니께서 조금이나마 시원하게 드시라는 효자 아들의 눈물겨운 효심이다.
다음 날 유씨는 어머니께 용서를 구한 후 첫 외출길에 나서는데 사고로 입원했었던 병원에서 마지막 진료를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병원 볼일을 마친 유씨가 인천의 한 빌라 앞에서 서성이고 서있다.
4부 (8월 8일 - 목)
아내와 딸이 있는 유씨의 집.
멀리서 바라볼 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하고 그냥 발길을 옮긴다.
산으로 돌아온 유씨는 시묘살이를 시작한 후 처음으로 자신의 선택에 고민한다. 가정과 어머니, 두 갈래 길앞에 놓인 자신의 처지에 갈등을 느끼지만 돌아가신 어머니 곁을 떠날 결심은 못한다. 어쩔수 없는 효자다. 다음 날 유씨는 마음의 정리를 한 듯 딸에게 일기를 쓴다. 사실 그는 샛별이가 태어났을때부터 육아일기를 써왔다.
산 속에서의 생활이 익숙해지는지 유씨는 낮잠까지 자는 여유도 생겼고, 인천집의 아내는 아내대로 심란한 마음에 냉장고청소며 집안 대청소를 한다.
샛별이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아 내의와 모기약을 준비해 산속으로 아버지를 찾아온다. 그날 밤 유씨는 처음으로 샛별이에게 육아일기를 보여주고 샛별이는 아버지의 움막에서 따스한 하룻밤을 잔다. 다음날 딸과의 작별시간...딸을 배웅하는 유씨의 마음이 섭섭함 으로 가득하다. 아내를 보낼 때와 또 다른 서글픔이 든다. 샛별이는 배웅하는 아빠의 모습을 쳐다보지 못하고 끝내 뒤돌아서서 눈물을 흘린다.
야근을 마친 향숙씨는 처음으로 회사동료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초라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한번도 친구를 집에 초대하지 않았던 향숙씨. 그만큼 그녀는 자존심이
강하다. 삼겹살에 소주를 주고받으며 향숙씨는 친구들앞에서 지금까지 감춰왔던 남편에 대한 감정을 폭발하고 마는데...
다음 날 아내는 단장을 하고 결연한 얼굴로 집을 나선다.
5부 (8월 9일 - 금)
부모님에게 하소연이나 하려고 찾아온 친정집,
제대로 말도 꺼내지도 못했는데 친정아버지는 호통을 치며 밖으로 나가고...
게다가 여동생 마저 형부 흉을 보는데 향숙씨는 맞장구 대신 오히려 남편을 두둔한다.
인천 유씨 큰 형님 댁에는 잔치라도 벌린 듯 식구들이 다 모였다. 오늘은 돌아가신 후 처음 맞는 어머님의 생신. 그러나 큰 형님은 온가족이 다 모였는데 동생의 모습은 없고 샛별이와 엄마 모습만 보이는 것이 내내 울적하다.
한편, 유씨는 집에 있는 아내를 위해 열무김치를 담았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을 이것으로 보답하고 싶었다.
인천집, 유씨는 들어가지도 못한 채 현관앞에서 김치통을 내려놓고 통곡을 한다. 퇴근한 아내는 현관 앞에 놓인 김치통을 보고 남편의 자리를 확인한다.
아직도 남편을 완전히 이해 할 수는 없지만, 향숙씨는 지금 이대로 남편의 선택을 받아 들이기로 하고... 다음날 산속 유씨의 움막위로 예쁜 무지개가 떠오른다
* 담당PD:
김용두 프로듀서 |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