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미사여구를 조합해놓은 게 아니”라 해놓고 거짓 자인한 셈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미래비전 계획은 자료를 갖다놓고 작문을 한 게 아닙니다. 제주도의 현실과 발전 전망, 문제점 뿐만 아니라 도민 주체역량까지 감안해 모든 부분에 대해 실행을 전제로 한 방법론까지 제시해놓고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 일이 진행됐을 때는 초창기 때의 일이 다음 단계를 위한 전제조건이 된다는 차원에서 걸러내고 모아온 작업입니다. 단순히 미사여구를 조합해놓은 게 아닙니다”
“개별 계획을 수립할 때 보면 다른 계획과 충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한 자리에 모아놓으면 모든 가치가 경합하고 충돌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런 모든 주제들을 한 마당 위에 모두 쏟아부어놓고 충돌하는 부분은 충돌하는대로 조화시키면서 좁혀온 결과입니다”
지난 2015년 12월 18일 오후 3시, 제주도청 탐라홀에서 열린 제주미래비전 수립을 위한 용역 중간보고회에서 원희룡 지사가 직접 했던 발언 내용이다.
주지하다시피 제주미래비전 용역은 17억원의 용역비가 투입됐다. 민선6기 원희룡 제주도정이 야심차게 만들어낸 ‘회심의 역작’인 셈이다.
자신이 수십차례에 걸쳐 ‘설거지론’을 들먹이면서 전임 도정과 차별화된 정책을 구현하겠다는 뜻에서 도민평가단이 의견을 모은 ‘청정과 공존’이라는 제주의 미래가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원 지사는 정확하게 3년 9개월 전 자신이 중간보고회에서 했던 발언을 깨끗이 잊어버린 모양이다.
18일 오후 열린 제376회 제주도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홍명환 의원의 긴급 현안질문에 답변하던 중 제주 제2공항 공론화를 요구하는 도민 청원을 제주도로 넘기더라도 공론조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하면서 홍 의원이 미래비전 용역 보고서에 국책사업의 경우에도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치도록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는 점을 들어 원 지사를 압박하자 “아직 구체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았다”는 한 마디 답변으로 일축해버리는 걸 보면서 든 생각이다.
본인 스스로 ‘모든 부분에 대해 실행을 전제로 한 방법론까지 제시해놓고 있다’고 얘기했던 용역 보고서다.
미래비전 계획에서 제시된 ‘청정과 공존’이라는 미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법정 최상위 계획인 제주국제자유도시 종합계획을 지속적으로 수정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직접 얘기해놓고 이제 와서 ‘구체적으로 제도화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으니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원 지사의 이 발언은 제도화 미비를 핑계로 ‘단순히 미사여구를 조합해놓은 게 아니’라는 자신의 과거 발언을 송두리째 부정하면서 당시 발언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해 버린 셈이 됐다.
이렇게 3년 9개월 전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지 못하고 발뺌하는 원 지사에게 더 이상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적어도 정치인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이 ‘신의(信義)’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원 지사에게 더 이상 정치인으로서 ‘자격 없음’이라는 선언을 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