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독일 역사기행 5: 독일 최고봉 추크슈피체Zugspitze
글쓴이 : 이병호ㅣ남북교육연구소장· 교육학 박사
독일 최고봉 추크슈피체는 독일 최남단 바이에른주 알프스산맥에 있는 산으로 한반도 백두산(2,744m)보다 218m 높은 2,962m이다. 3개의 빙하를 품고 4개 국가에 걸쳐있는데, 400개의 봉우리가 있으며 망원경으로 250km까지 먼 풍경을 볼 수 있다 한다. 겨울에는 넓은 스키장으로 변한다.
오르는 방법은 한국의 권금성 케이블카보다 두 배 정도 많은 100여 명이 탑승 가능한 케이블카와 산악열차 그리고 도보 산행이다. 설악산 권금성에 오르는 등산로는 찾기 어렵고. 또 있던 안전시설도 모두 제거한 데 비하여, 독일 추크슈피체 등산로는 케이블카에서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잘 정비되어 있다. 만년설이 기후 온난화로 많이 사라진 것 같아 걱정과 안타까움이 컸다. 이번 기행에서 오를 때는 케이블카로, 내려올 때는 기차를 이용하려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 않아 내려갈 때도 케이블카를 이용했다.
귀국 후 설악산 권금성 오름과 독일 추크슈피체 오름은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여 권금성을 찾았는데, 무엇보다 지역의 관광 수입 증진을 위해 필요하면 얼마든지 케이블카 설치를 할 수 있다는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와 윤석열 현 대통령의 사고방식은 대단히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의 개발과 보존 등 여러 면을 신중히 고려하는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하겠다.
추크슈피체 전망대에 도착했을 때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이곳을 소개하는 여러 판넬이었다. 한눈에 보더라도 오랜 역사와 전통, 문화가 깃든 전망대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독일과 오스트리아 경계가 처음 오는 사람은 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한 곳에 공존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가능하다면 전세계가 전세계가 어렵다면 극동아시아 더 좁게 보면 한반도의 남북도 이렇게 공존, 공영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다.
내년 2025년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지 80년이 되는 해이다. 어제 읽은 글 중 “평화를 원하거든 먼저 존중과 인정을 하라”는 내용이 있었다. 통일도 좋지만 통일보다 상위 또는 우선가치는 평화이다. 어제(2024.08.31.) 방송된 KBS 1TV ‘남북의 창’에 의하면 올해 말 북한은 지난 5년간 중단된 해외 관광객의 북한 방문을 허용한다고 한다. 이러할 경우 입국이 불허되는 나라는 2018년 기준 딱 두 나라이다. 하나는 미국 시민권자를 가진 미국인이고 또 하나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의 경우 한국 정부의 허가가 있으면 여행 입국이 가능했다.
추크슈피체 전망대에서 하산까지 40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나는 추크슈피체 전망대 보다 약간 높은 정상에 오르고 싶었다. 정상에 오르기 희망자는 나와 아내, 나와 나이가 같은 이조원샘과 딸 이예람 그리고 나보다 9살 많은 이혜순 여자샘이었다. 정상 등반을 하려면 등반 시작하는 입구를 찾아야 하는데 이곳 찾기가 어려웠다. 마침 이조원 선생이 눈여겨 본 덕분에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었다.
아내는 등반로 등반로의 바닦 돌들이 반질거려 단념했고, 이예람은 치마를 입고 있어 등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전망대와 등반로 중간에서 등반하는 우리들 모습을 촬영하고 응원하는 고마운 일을 했다. 등산 및 산악달리기 경험이 많은 나는 등반로만 비어있으면 10분 내에 올라갔다 내려올 수도 있었지만, 등반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등반 경험이 부족하였고, 등반로도 외길이어서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특히 내려올 때는 올라오는 등반객들에 대한 통제가 없어 오래 소요될 것 같았다. 이에 등반로 입구에서 응원하고 있는 아내와 이예람에게 “내려오는 사람들을 위해 5분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하도록 하여 늦지 않게 내려올 수 있었다. 추크슈피체 전망대에서는 오스트리아 쪽에서 올라오는 등산객과 패러글라이딩 하는 사람 등 다양한 목적, 다양한 사람들로 붐볐다.
하산해서는 아시아나항공에서 임원으로 근무하다 퇴임한 김수천 선생 내외를 호수가에서 우연히 만나, 맛있는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거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곧 소나기가 올 것 같아 이만 출발하자고 제안을 했고, 레스토랑을 나오는 순간에, 내 인생에서 첫 번째 또는 두 번 째라 할 수 있는 엄청난 폭풍우가 발생했다. 쓰고 있던 우산이 뒤집혔고 배낭에 우비를 꺼내 입었지만 걷기도 무척 힘든 폭풍우를 겨우 해치며 버스에 안착할 수 있었다. 추크슈피체가 워낙 높고 큰 산이며 계곡이 있어 이런 폭풍우가 발생하나 라는 생각을 해봤다. 지금도 버스에 안착했을 때 우리 일행이 큰 박수로 수고했다며 박수쳐주던 모습이 생각난다. 폭풍우속에 우리 부부가 가장 먼저 버스에 안착했던 것 같다. ‘유비무환’의 의미를 절감하는 경험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