佔畢齋集卷之八 / 詩
上元日。謁仲容兄於安陰。與安陰明府及李進士祿崇,都訓導永昌,兪克己,韓百源飮。醉還。夜將二鼓。雪月交輝。過灆溪有作。時都,韓三人從還。
天地中間不動塵。嫦娥滕六最精神。緩騎白鳳肝膓冷。吟過孤臺共四人。
醉罷鴒原鷄欲棲。淸光上下屬吾儕。非關興盡仍回棹。莫把灆溪比剡溪。
점필재집 시집 제8권 / [시(詩)]
상원일에 안음에 가서 중용형을 뵙고, 안음현감 및 진사 이녹숭ㆍ훈도 도영창ㆍ유극기ㆍ한백원과 함께 술을 마시고 취해서 돌아오니, 밤은 2경이 되어가는데 눈빛과 달빛이 서로 빛나므로 남계를 지나면서 시를 지었다. 이 때 도 훈도ㆍ유극기ㆍ한백원 세 사람이 따라 돌아왔다[上元日謁仲容兄於安陰與安陰明府及李進士祿崇都訓導永昌兪克己韓百源飮醉還夜將二鼓雪月交輝過灆溪有作時都韓三人從還]
천지의 중간에 먼지 하나 움직이지 않으니 / 天地中間不動塵
달빛과 눈빛이 가장 정신이 쇄락하구나 / 嫦娥滕六最精神
말 느슨히 몰며 백봉의 간장은 썰렁한데 / 緩騎白鳳肝腸冷
네 사람이 함께 고대를 읊으며 지나노라 / 吟過孤臺共四人
우리 형제 잔치 파하니 닭은 홰로 올라가고 / 醉罷鴒原雞欲棲
밝은 달빛은 위아래로 우리들을 따르누나 / 淸光上下屬吾儕
흥이 다하여 배 돌린 것과는 상관 없으니 / 非關興盡仍回棹
남계를 가지고 섬계에 비교하지 말아다오 / 莫把灆溪比剡溪
[주-D001] 백봉의 간장 : 뛰어난 시상(詩想)을 비유한 말. 한(漢) 나라 때의 문장가인 양웅(揚雄)이 흰 봉황[白鳳]을 토(吐)하는 꿈을 꾸고부터 사부(詞賦)가 더욱 뛰어났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주-D002] 남계를 가지고……비교하지 말아다오 : 진(晉) 나라 때 왕휘지(王徽之)가 일찍이 산음(山陰)에 살 적에 어느 날 밤 눈이 막 개고 달빛이 청량하자, 문득 섬계(剡溪)에 사는 친구 대규(戴逵)가 생각나므로, 즉시 조그마한 배를 타고 대규의 집을 향하여 밤새도록 가서 그의 집 문앞까지 가서는 들어가지 않고 배를 돌려 되돌아왔다. 그러자 누가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하기를 “내가 본디 흥이 나서 왔다가 흥이 다하여 되돌아가는 것이니, 어찌 꼭 안도(安道: 대규의 자)를 만나볼 것이 있겠는가.”고 했던 데서 온 말이다. 《晉書 卷八十》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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佔畢齋集卷之一 / 詩 / 寄仲容兄 宗裕
丈夫何苦哭途窮。世上紛紛盡賣僮。巢父未歸爲六逸。敬通却笑與三同。
衣冠穰穰東華裏。鐘鼓喧喧北里中。楓葉蘆花馬巖曲。何時着我倚西風。
점필재집 시집 제1권 / [시(詩)] / 중용형 종유 에 부치다[寄仲容兄 宗裕]
장부가 어찌 괴로이 빈곤을 슬퍼하랴만 / 丈夫何苦哭途窮
세상은 온통 동복을 파느라 법석이라오 / 世上紛紛盡賣僮
소보는 육일이 되는 데에 돌아가지 못했고 / 巢父未歸爲六逸
경통과는 삼동이 같은 게 도리어 가소롭네 / 敬通却笑與三同
동화문안에는 학사들이 하많이 있는데 / 衣冠穰穰東華裏
북리에서는 종고 소리 대단히 시끄러워라 / 鐘鼓喧喧北里中
단풍잎지고 갈대꽃 핀 마암의 모퉁이에 / 楓葉蘆花馬巖曲
언제나 내 그 곳에서 서풍에 기대 서 볼꼬 / 何時著我倚西風
[주-D001] 소보는 육일이……돌아가지 못했고 : 소보는 당(唐) 나라 때의 공소보(孔巢父)를 말하고, 육일(六逸)은 속세를 초월한 여섯 사람, 즉 조래산(徂來山)에 숨어 날로 술이나 마시며 지냈던 이백(李白)ㆍ공소보ㆍ한준(漢準)ㆍ배정(裵政)ㆍ장숙명(張叔明)ㆍ도면(陶沔)을 이르는데, 공소보는 특히 일찍 벼슬길에 들어갔다가 뒤에 이회광(李懷光)의 반군(叛軍)에 의해 살해되었다. 《唐書 卷一百六十三》[주-D002] 경통과는 삼동이……도리어 가소롭네 : 경통은 후한(後漢) 때의 고사 풍연(馮衍)의 자이고, 삼동(三同)은 양(梁) 나라 때의 고사 유준(劉峻)의 말에 “나는 풍경통(馮敬通)과 세 가지 같은 점이 있으니, 불우함이 한 가지이고, 강직함이 두 가지이며, 그와 내가 똑같이 투기하는 아내를 둔 것이 세 가지이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南史 卷四十九》[주-D003] 동화문 : 궁성(宮城) 동문(東門)의 이름인데, 학사(學士)들이 이 문으로 출입하였다고 한다.[주-D004] 북리 : 은(殷) 나라 주왕(紂王)이 만들었다고 전하는 음란한 무악(舞樂)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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佔畢齋集卷之八 / 詩 / 仲容兄詠落梅一首。自云。復詠學士樓前新柳。自午至晡。未得一聯。不覺發憤。欲輟餐。弟用其韵吟呈。
臨池濯濯自知時。免被征人浪折枝。唯有嬌春情緖在。憑風繅出萬金絲。
점필재집 시집 제8권 / [시(詩)]
중용형이 낙매 한 수를 읊고 스스로 이르기를 “다시 학사루 앞에 있는 새 버들을 읊으려고 했으나 정오부터 석양까지 한 연구도 얻지 못하여 자신도 모르게 분이 치밀어서 밥도 먹고 싶지 않다.”고 하였으므로, 아우가 그 운을 사용하여 읊어 바치다[仲容兄詠落梅一首自云復詠學士樓前新柳自午至晡未得一聯不覺發憤欲輟餐弟用其韻吟呈]
못 가의 고운 버들이 절로 때를 아는데 / 臨池濯濯自知時
나그네가 부질없이 가지 꺾는 걸 면하였네 / 免被征人浪折枝
오직 아리따운 봄의 정서가 있어서 / 唯有嬌春情緖在
바람 의지해 수많은 금실을 켜내누나 / 憑風繅出萬金絲
[주-D001] 나그네가 부질없이 가지 꺾는 걸 : 한(漢) 나라 때의 장안(長安) 사람들이 손님을 보낼 적에는 반드시 패교(霸橋)까지 배웅해 가서 버들가지를 꺾어 송별하였던 고사에서 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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佔畢齋集卷之七 / 詩 / 三月三日。與晉州判官崔榮,朴盈德,吾仲容兄,兪克己,都生員,鄭生員希韶等。爲禊飮。
年光又是暮春初。花雨晴來化日舒。祓禊豈緣徐氏女。風流空想右軍書。
縱無絲竹堪娛客。喜有溪山不負予。太守扶歸民勿訝。醉中應得夢華胥。
점필재집 시집 제7권 / [시(詩)]
삼월 삼일에 진주 판관 최영, 박영덕, 우리 중용형, 유극기, 도 생원, 정 생원 희소 등과 함께 계사를 닦고 술을 마셨다[三月三日與晉州判官崔榮朴盈德吾仲容兄兪克己都生員鄭生員希韶等爲禊飮]
세월은 어느덧 또 모춘의 초경이 되어 / 年光又是暮春初
꽃비가 개이자 화일이 온화하게 펴이누나 / 花雨晴來化日舒
불계가 어찌 서씨의 딸에게서 인연했으랴 / 祓禊豈緣徐氏女
풍류는 부질없이 우군의 글씨를 상상하네 / 風流空想右軍書
비록 손들을 즐겁게 할 관현악은 없으나 / 縱無絲竹堪娛客
나를 저버리지 않는 산천이 있어 기쁘다오 / 喜有溪山不負予
태수가 많이 취함을 백성들은 놀라지 마오 / 太守扶歸民勿訝
취한 가운데 응당 화서의 꿈을 꾸리라 / 醉中應得夢華胥
[주-D001] 화일 : 만물(萬物)을 화생(化生)시킨다는 뜻에서 늦은 봄의 일기를 이른 말이다.[주-D002] 불계가 …… 인연했으랴 : 불계는 신(神)에게 빌어 재액(災厄)을 떨어버리는 일을 말한다. 진 무제(晉武帝)가 상서랑(尙書郎) 지우(摯虞)에게 상사일에 곡수(曲水)에 술잔을 띄우는 이유를 묻자, 지우는 “한 장제(漢章帝) 때에 평원(平原)의 서조(徐肇)가 삼월 초하루에 딸 셋을 낳았다가 초사흘에 모두 죽자 마을에서 괴이한 일로 여겨서 모두들 물에 가서 씻으며 액막이를 한 데서 유래했다.”라고 하였고, 상서랑 속석(束晳)은 “옛날에 주공(周公)이 낙읍(洛邑)에 성을 쌓은 뒤 흐르는 물에 술잔을 띄우고 즐긴 일과 진 소왕이 상사일에 하곡에서 술자리를 베풀었다가 물속에서 검을 받들고 나온 금인(金人)이 서하(西夏)를 차지할 수 있게 해주겠다 하여 패자가 된 일에서 유래하였다.”라고 대답하였다. 《古今事文類聚 前集 卷8 曲水流觴》[주-D003] 풍류는 …… 상상하네 : 진 목제(晉穆帝) 때 계축년 3월 초에 회계군(會稽郡) 산음현(山陰縣)의 난정(蘭亭)에서 왕희지(王羲之)ㆍ사안(謝安) 등 당대의 명사 수십 명이 계사(禊事)를 치르고 유상곡수(流觴曲水)의 놀이를 하며 풍류를 만끽했는데, 이 때에 왕희지가 난정기(蘭亭記)를 친히 짓고 썼기 때문에 이른 말이다. 우군(右軍)은 바로 우군장군(右軍將軍)을 지낸 왕희지를 가리킨다.[주-D004] 화서의 꿈 : 황제(黃帝)가 낮잠을 자다가 꿈에 화서라는 나라에 가서 그 나라가 잘 다스려진 것을 보았다는 고사에서, 길몽(吉夢) 또는 그냥 꿈의 뜻으로도 쓰인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