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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가 읽은 동화책_4) 시베리아의 난로 최 페치카 독립운동가 최재형 _ 글 : 이정순 (동화작가, SK주 문학회) |
지은이 : 문영숙 출판 : 서울셀렉션
2014년 세종도서 문학. 문영숙 작가가 직접 사인 한 이 책을 캐나다까지 보내왔다. 이 책을 받고 독립운동가 33인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 명단에도 없는 인물이 독립운동가라고 해서 의아했지만, 그가 쓴 인물이라면 대단한 인물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자는 우선 인터넷으로 최재형 독립운동가 인물을 검색해 보았다. 최재형 : 함경도 경원에서 1860년 8월 15일 노비의 아들로 태어나, 1920년 4월 7일 대한 제국과 러시아 항일운동가로 59세의 짧은 삶을 파란만장하게 살다간 사람이었다. 일본군 탄약고를 탈취하고 군수품과 무기상으로 어마어마한 부를 창출하고 그 돈으로 조선인들을 도왔으며 한인 후손들을 위해 32개의 학교를 건립해 문맹에서 벗어나게도 했다. 그는 러시아 조선인들의 아버지로 따뜻한 난로라는 뜻 '페치카' 즉 최 페치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독립운동가들을 도우는데 기여했으며, 안중근 의사도 그의 도움을 받았다. 최재형 선생이야말로 독립운동가의 숨은 인물이었다. 작가는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바이칼까지 돌아보는 여행길에서 고려인 박물관에 들러 조국을 등지고 살던 흔적을 둘러보고, 가이드가 최재형이 마지막까지 살았던 집을 안내했다. 그곳을 둘러보기 전까지 문씨도 최선생을 처음 알았다고 말했듯이 나 역시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몰랐던 인물이었다. 문 작가는 사실을 바탕으로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일어난 일을 생생히 현장감 있게 그려냈다. 나 자신도 그 사건 현장에 합류해서 최재형 독립운동가와 함께 시베리아 벌판을 누비는 느낌이 들 정도로 리얼리티가 충분했다. 그럼 작가가 말하는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은 어떤 사람일까? 최재형은 노비로 태어났지만, 러시아에 사는 한인들에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난로처럼 따뜻한 삶을 산 거인이었다. 그는 열 한 살에 집을 나와 무역하는 러시아 선장에게 발견되어 세계 곳곳을 돌아보게 되고, 두 번에 걸쳐 항해하면서 선생은 원대한 꿈을 잉태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러시아어는 물론 중국어에도 능통해 러시아에서 꼭 필요한 인재로 성장한다. 시베리아에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책임자로 발탁되어 성공리에 공사가 끝나자 러시아로부터 훈장을 받는다. 그 후 러시아 행정기관 읍장에 선출된다. 러일 전쟁 때 일본군과 싸웠고 한일병합이 이루어진 후 독립운동에 뛰어들어 안중근 의사 하얼빈 의거는 선생의 든든한 발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렇게 훌륭한 독립운동가가 알려지지 않은 이유는 최재형 선생이 러시아 국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는 최 선생의 삶을 천착하면서 선생이야말로 미래를 짊어질 청소년들의 롤모델로 삼아도 좋을 만큼 멋지고 훌륭한 분임을 확신한다. 나 자신 또한 이민의 삶을 살고 있는 터라 우리 이민 가정의 청소년들이 최재형 선생의 삶이 예사롭게 보아 넘길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이민 2세뿐만 아니라 우리 청소년들은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의 삶을 통해 원대한 희망을 꿈꾸고, 그 꿈이 멋지게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포에시트 항구 재형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몸이 쇳덩이처럼 무거웠다. 입안에서 찝찝한 모래가 서걱서걱 씹혔다. 지난밤 질척거리는 해변을 걷다가 그대로 길바닥에 쓰러졌나 보다. 코가 딸기처럼 부푼 남자가 재형을 걷어차며 소리쳤다. "빨리 꺼지라니까. 바닷물에 처넣기 전에." "자, 이 애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얼른 서둘러. 오늘 새로 들어온 물건이 아주 많아." "예, 선장님, 알겠습니다." 재형의 운명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몹쓸 사람들 같으라고. 불쌍한 애를 놀리다니 쯧쯧. 얘야, 나와 함께 우리 집으로 가자." 재형은 선장이 자신을 측은하게 여기는 모습에 마음이 놓여,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갔다. (p11~13) 이제 재형은 고난 속에서 벗어나 선장의 집에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될 것 같은 예감! 앞날에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뉘앙스를 첫 문장부터 작가는 깔아두었다. 5. 기나긴 향해 "저도 데려갈 거에요?" 나타샤가 재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럼, 당연하지. 넌 내 아들 같은걸."(p22) 그렇게 해서 재형은 세계 곳곳을 항해하며 넓은 세상을 향하여 큰 꿈을 꾸게 되었다. 재형이 첫 번째 향해 코스 시모노세끼→마카오→필리핀 마닐라→싱가포르→말라카 항구(믈라카 해협, 말레이시아)→인도의 콜카타→콜롬보→뭄바이→아프리카 탄자니아 잔지바르 항구 →아굴라스곶→희망봉→케이프타운 해변→적도 아비장→세네갈 다카르 항구→카사블랑카→포르투칼 리스본 항구→프랑스 르아브르 항구→도브 해협→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항구→러시아의 수도 상트페테르부르크 빅토리아호가 포시에트를 떠난 지 석 달 만에 항해의 마지막 목적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도착했다. 나타샤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항구에 닿자 잔담 항구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잔담 항구는 표트르 대제와 인연이 깊은 곳이라고 했다. "우리 러시아를 넓고 강한 나라로 만든 차르는 표트르 대제야." 표트르 대제는 알렉산드로 2세 왕족의 신분을 숨겨 가며 목공 일을 배우고 과학과 실용적인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러시아를 강한나라로 만들려면 서유럽의 선진문물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잔담항구는 표트르 대제가 배를 만드는 기술을 배운 곳이라고 했다. 나타샤는 재형에게 표트르 대제의 개척정신과 도전정신을 본받으면 좋겠다고 말해 주었다. 6. 표트르 세메노비츠 최 재형은 세레명을 표트르 세메노비츠 최로했다. 그 세례명은 거지나 다름없는 자신을 친 아들같이 키워 준 선장 부부에 대한 보답과 잔담항구 표트르 대제의 개척정신을 닮고 싶어 지었다. 9. 도헌이 되어 안치혜에서 멍고개까지 도로 건설이 끝난 후, 러시아 정부가 재형에게 은급훈장을 주었다. 은급훈장을 받은 것도 재형은 조선인들에게 공을 돌렸다. 어느 날 프리아무르 주 총독이 재형을 불렀다. "안치혜가 읍이 되었는데, 표트르 씨가 읍장인 도헌을 맡아 주면 좋겠소."(p103) 12. 조선의 독립운동에 뛰어들다(p125) " 당신을 페치카라고 부른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왔소," 기골이 장대한 남자가 재형을 찾아왔다. 조선 간도 관찰사 이범윤이었다. 13. 박영효를 만나다(p134) 재형은 본격적으로 독립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일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는 생각에 일본에 가서 박영효를 만나보기로 했다. 박영효는 태극기를 처음 만든 사람이기도 했다. 17. 안중근의 단지동맹(p174) 안중근이 김기룡과 강기순을 데리고 재형을 찾아왔다. "거 참 이상하오. 그런데 세 사람 다 손을 다친 게요?" "저희는 이대로 의병 활동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언제든 기회가 오면 다시 일어나자는 뜻으로 동지 열 두 명이 왼손의 약손가락을 잘라 그 피로 태극기에 독립이라고 쓰면서 함께 맹세했습니다." 23. 시베리아의 별이 되다(p222) 1920년 3월 아무르 강하구 니콜라에프스크에서 한러 연합부대가 일본군을 섬멸한 니항 사건이 일어났다. 재형이 함께한 파르티잔이 대승을 거두었다. 집 가까이에서 총성이 들렸다. "총재님, 어서 숨으세요." 김이직이 총소리에 놀라 재형에게 소리쳤다. "기토의 밀정이 또 왔나 봐요." 기토의 부하가 달려들어 재형의 손을 뒤로 묶었다. 쌀쌀한 새벽 바람이 재형의 얼굴을 매섭게 흩고지나갔다. "총재님, 며칠 전에 붙잡혔던 사람들이 모두 총살당했대요. 오늘 어쩌면 우리 차례인지 모릅니다." 재형은 착잡한 심정으로 지난날을 돌아보았다. 별로 후회는 들지 않았다. 노비의 자식으로 태어났지만, 최선을 다해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웠고, 동족의 아픔을 함께 느끼려고 노력했다. 표트로 세메노비츠로 살아온 날들보다 한인들의 페치카로 살아온 날들이 더욱 보람 있게 느껴졌다. 재형은 한인들의 가슴에 페치카로 영원히 기억되고 싶었다. 어느새 밖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새 감옥으로 이송 될 것이다. 빨리빨리 서둘러라." 후꾸다는 황량한 벌판으로 재형 일행을 데리고 갔다. 후꾸다의 싸늘한 눈길에서 이미 마지막이라는 걸 직감했다. 이대로 순순히 죽을 수는 없었다. "총재님, 도망치세요. 제가 훼방을 놓을 테니 얼른 도망치세요." 엄주필의 눈이 이글이글 타고 있었다. 재형은 김이직과 번개처럼 억새밭으로 뛰었다. 그러나 젊을 때처럼 몸이 따라주지 못했다. 총소리가 이어졌다. 재형은 자꾸만 눈꺼풀이 감겨졌다.(p232) ▶이 책에서는 독립운동가 최재형 선생님의 손자가 직접 청소년 여러분들한테 전하는 메세지도 있다.. 친애하는 청소년 여러분! 어떤 사람이 되고 무엇을 배울 것인지, 자신의 삶을 선택하는 길에 서게 될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되든 어떠한 일을 하든, 할아버지처럼 나라와 민족을 위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노력하세요. 그렇게 할 때, 여러분이 꿈꾸고 원하던 것들이 마침내 이루어질 것입니다. 최재형의 손자 최 발렌틴 작가 문영숙씨는 이미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디아스포라에 초점을 두고 소외된 한민족의 가슴 아픈 사연들을 소상하게 그려내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역사의식과 동포애를 알리는 책들을 여러 권 출간했다. 이번에 출간한 청소년 소설 『독립운동가 최재형』또한 젊은 독자에게는 세계를 향한 도전 정신과 야망을 품을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이민자들에게는 최재형 선생을 통해 아무리 큰 고난도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와 꿈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열악한 조건에서도 성공과 부와 명예 조선을 위한 독립운동까지 네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최재형 선생님을 우리 이민 2세들이 닮아 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소개할 수 있어 무한한 기쁨이 넘친다. 문 선생께 감사를 드린다. 역사책에서 만났던 사건과 인물들이 한자리에 최재형이 활동했던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는 한국사뿐 아니라 세계사에서도 중요한 시기였다. 최재형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러일전쟁과 을미사변, 헤이그 특사 파견, 1차 세계대전, 파리 강화회의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들과 안중근, 이범윤, 박영효 등 다양한 역사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최재형의 주요 행적과 역사적 사건을 모아 부록으로 연표를 마련했다. 사진도 함께 실려 있어 소설 속 사건들이 실제 역사의 한순간들이었음을 생생하게 파악하고 정리할 수 있는 학습효과를 더했다.(출판사 서평 중에서) ▶문영숙 작가 1953년 충남 서산 출생. 2004년 제2회 ‘푸른문학상’과 2005년 제6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을 수상하며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12년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대표작으로는 청소년 역사소설 《에네껜 아이들》, 《까레이스키, 끝없는 방랑》, 장편동화 《무덤 속의 그림》, 《검은 바다》, 《궁녀 학이》, 《색동저고리》, 《아기가 된 할아버지》, 《개성빵》, 《꽃제비 영대》, 《벽란도의 비밀 청자》 등이 있다. 2013년에 출간된 탈북 소년의 이야기 《꽃제비 영대》는 《Across the Tumen》으로 번역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독립운동가 최재형》등 많은 수작을 썼다. |
신문발행일: 2018-11-10 |
첫댓글 고마워요. 이렇게 읽어보니 더 새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