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 기르기
어렸을 때는 윗목에 함지에 시루를 얹고 콩나물을 길러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 갔다 오면 콩나물 물주기가 일과 중의 하나였지요.
그 때는 그것도 심부름의 하나라고 생각되어 귀찮게 여겼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식구가 적고 번거롭기도 하고 장에 널린 것이 콩나물이어서
길러먹는 집이 흔하지 않습니다.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콩나물 기르기 키트가 있는 것을 보고 옛 추억이 발동하여 주문을 하였습니다.
오만원이 넘는 금액인데....
그 걸로 콩나물을 사면.. 몇날 며칠을 콩나물에 파묻혀 살 만큼 많은 양일 텐데..
경제적 득실로만 계산되지 않는 것이 인생임을 생각합니다.
콩을 물에 하루를 불리면 신기하게도 크기가 두 배가 됩니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나면 옆구리가 터지며 콩나물 싹이 나지요.
우리는 싹이라고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뿌리입니다.
(싹 : 씨앗이나 줄기에서 처음 나오는 어린잎이나 줄기)
콩나물은 물을 자주 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잔뿌리가 많이 생기지 않고 매끈한 콩나물을 기를 수 있지요.
그리고 검은 천을 덮어주어야 파랗게 되지 않고 노란 콩나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콩나물을 기르면서 식물의 유연성을 생각합니다.
밭에 심으면 콩을 맺는 나무로 성장하지만 이렇게 검은 천을 덮어두고 수경으로 기르면
콩나물로 성장하니.. 환경에 따른 유연성은 식물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일주일 정도만 열심히 물을 주면 아스파라긴을 함유한 콩나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좋은 식품을 만들어 먹는 즐거움도 있지만
죽은 것 같이 보이는 콩에 싹이 나고 성장하는 것이 여간 흥미로운 것이 아닙니다.
물론 먹거리를 얻기 위하여 시작한 콩나물 기르기이지만
생명을 관리하는 소중함을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그 또한 행복입니다.
21세기 우주시대에 웬 콩나물 기르기냐고 말씀할지는 모르겠으나
주변에 있는 소소한 일상이 물어다 주는 행복이 결코 작지 않음을
콩나물을 기르면서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