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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寅孟春二十四日 行醮禮于雷谷 自其翌日 翁壻詶唱(행초례우뇌곡 자기익일 옹서수창 )
갑인년(1734) 1월 24일 뇌곡에서 초례를 행하고, 그 다음날 장인과 사위가 수창하다
佚女修姱好(일여수과호)
미녀의 닦음을 칭찬하는데
-김지익 p90
佚女修姱好 일녀수과호 / 미녀의 빼어남을 칭찬하는데
若人尙德姿 약인상덕자 / 이 사람이 오히려 덕스런 자태이네.
兩儀交泰節 양의교태절 / 양의가 교차하여 편안한 계절에
二姓結褵時 이성결리시 / 두 집안이 혼인하는 때이네.
盈重漢濱佩 영중한빈패 / 한수 가에서 패옥차고 때가 되는 것을 중히 여겨
縁深月下絲 연심월하사 / 월하노인 붉은 실로 인연을 깊게 하네.
將看随唱地 장간수창지 / 집례 수창하는 곳에서 절하는 것 보게 되면
自召室家宜 자소실가의 / 집안 살림 잘하는 걸 스스로 하게 되네.
*일녀(佚女) : 드물게 보는 미인 *교호(姱好) :칭찬하다 *양의교태(兩儀交泰) : 하늘과 땅이 교차하여 편안하다는 뜻으로, 양극단이 서로 화합함을 이르는 말. *결리(結褵) : 결리(結褵)는 결리(結縭)라고도 하는데 향주머니를 채워 주는 것으로 결혼을 뜻한다. 딸이 시집갈 때 어머니가 딸에게 경계의 말을 하며 향주머니를 채워 주었는데, 《시경》 〈빈풍(豳風) 동산(東山)〉에 “아가씨 시집가니, 누런 말과 얼룩말이로다. 어머니가 향주머니 채워 주니, 그 위의 성대하도다.〔之子于歸, 皇駁其馬. 親結其縭, 九十其儀.〕”라고 한 말이 보인다. *한빈패(漢濱佩) : 굴원(屈原)이 상강(湘江)의 귀신을 소재로 지은 ‘상군(湘君)’이라는 시에 상군(湘君)을 영접하기 위해 강 위에 향초의 집을 짓고 향초의 배를 저어 가며 온갖 정성을 다 쏟다가 결국은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되자, 차고 있는 패옥(佩玉)이 무슨 소용이냐며 강 속에 내던져 버리고는[捐余玦兮江中 遺余佩兮灃浦], 그동안 수고해 준 상군의 시녀에게 모래섬의 향초를 캐어 선물로 준다.[采芳洲兮杜若 將以遺兮下女]는 내용《楚辭 九歌》 *월하사(月下絲) : 전설상에 혼인을 주관한다는 신(神)인 월하노인이 가지고 다닌다는, 붉은 끈. 이것으로 부부의 인연이 닿는 사람들의 발목을 꽁꽁 묶어 놓으면 어떠한 경우에도 부부의 연을 맺게 된다고 한다. *수창(随唱) : 집례자의 구령에 따라 절을 하는 소리 *자소(自召) : 스스로 부르다 *실가(室家) : 《시경(詩經)》 주남(周南)의 편명이다. 그 시에 “싱싱한 복숭아나무, 꽃이 활짝 피었도다. 그녀 시집감이여, 집안 살림 잘 하리라.[桃之夭夭 灼灼其華 之子于歸 宜其室家]”라고 하였는데
新婚歌宴爾(신혼가연이)
신혼 가연 너와 함께 하니
-郞(변대중) p90
新婚歌宴爾 신혼가연이 / 신혼 가연 너와 함께 하니
縁此蔑蒙姿 연차멸몽자 / 이 인연 둥둥 뜨는 자태라네.
斑氏同心日 반씨동심일 / 각시와 한마음 되는 날에
王生坦腹時 왕생탄복시 / 왕희지처럼 탄복하였네.
慇懃舅甥誼 은근구생의 / 장인과 사위의 정 은근하고
和樂瑟琴絲 화락슬금사 / 부부 금슬 비파와 거문고 줄처럼 화락하리.
今乂丞佳訓 금예승가훈 / 아름다운 가르침 이어가는 걸 지금 자르니
服膺句失宜 복응구실의 / 시구를 잃고서 가슴에 새기네.
*몽몽(蔑蒙) : ①산해경山海經]에 나오는 멸몽조蔑蒙鳥. ②둥둥 뜨다 *탄복(坦腹) : 배를 드러낸 신랑이라는 뜻으로, 남의 사위를 일컫는 말이다. 진(晉)나라 때 치감(郗鑒)이 왕도(王導)의 집안에서 사위를 고르려고 자신의 문생(門生)을 왕도의 집에 보냈더니, 다른 신랑감들은 모두 잘 보이려고 점잔을 빼고 몸가짐을 조심하였으나 왕희지(王羲之)만은 동상(東床)에서 배를 드러내고 태연히 누워 있었으므로 그 기개를 높이 사 사위로 정한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화락슬금(和樂瑟琴) : 琴瑟相和 거문고와 비파의 화음처럼 부부가 화목하다 *복응(服膺) : 가슴에 새기다
美讀易(미독역)
주역을 낭독하다(1)
-김지익 p90-91
聖言化竗竗無兮 성언화묘묘무혜 / 성스런 말씀 묘하여 묘한 것이 없고
春色看來識易存 춘색간래식역존 / 봄빛이 오는 걸 보니 역이 있는 걸 알겠네.
玩索玄微應有淂 완색현미응유득 / 글 속의 심오한 이치 찾아 응한 것이 그득하니
流行一理必逢源 유행일리필봉원 / 이치를 널리 행하면 반드시 근원 만나리.
*미독(美讀) : 낭독 *완색(玩索) : 글 속에 담긴 깊은 뜻을 생각하여 찾음 *현미(玄微) : 심오한 이치
美讀易(미독역)
주역을 낭독하다(2)
-郞詶(변대중) p91
觀春觀易理無兮 관춘관역리무혜 / 봄을 보고 주역 보니 이치가 끝이 없어
邵子千秋至訓存 소자천추지훈존 / 천 년 전 소옹의 지극한 가르침 있네.
月印萬川雷半夜 월인만천뢰반야 / 달이 비치는 모든 시내마다 한 밤중에 우레 치는데
流行難折有眞源 유행난절유진원 / 널리 행하기 어려워도 참된 근원이 있네.
*소자(邵子) : 소자는 宋 나라 때의 소옹(邵雍) *월인만천(月印萬川) : 달은 만천에 비친다. 이치는 하나인데 나뉨은 다양하다는 뜻으로, 현상계(現象界)를 이법(理法)의 구현으로 보는 불교의 화엄(華嚴) 사상에서 기인한 성리학의 핵심 명제 중 하나인데, 예컨대 월인천강(月印千江)에서 월(月)이 이일이라면 천강(千江)의 달빛은 분수라고 할 수 있다. '一物一太極·總體一太極'의 이론으로 정립 *뇌반야(雷半夜) : 우레 치는 한밤 중 *유행(流行) : 널리 행하다
美讀易(미독역)
주역을 낭독하다(3)
-김지익 p91
萬疊靑巒裡 만첩청만리 / 첩첩의 청산 속
三間屋向陽 삼간옥향양 / 양지 쪽 삼간 모옥에서
突溫眠稳足 돌온면은족 / 온돌에서 편안히 자고나니
境寂日舒長 경적일서장 / 지경이 적적하여 햇살만 길어지네.
澗水聲聲玉 간수성성옥 / 개울 물 졸졸졸 옥구슬 소리 내고
山花面面粧 산화면면장 / 산에는 꽃들이 화창하게 피어나네.
有時佳客至 유시가객지 / 백년손님 도착할 때가 되어
靜對酒樽芳 정대주준방 / 향기로운 술잔 두고 조용히 마주하네.
*돌온 : 온돌 *가객 : 반갑고 귀한 손님
美讀易(4)(미독역)
주역을 낭독하다(4)
-詶(변대중) p91
悠矣吾行路 유의오행로 / 나의 행로 머나멀지만
時乎日載陽 시호일재양 / 햇볕 따뜻하게 빛나는 때라네
山禽春喫早 산금춘끽조 / 산 짐승 때가 되니 새벽에 물마시고
野鷺午眠長 야로오면장 / 들판 따오기 한 낮되니 낮잠이 한참이네.
草作溪頭餙 초작계두희 / 풀은 계곡 머리에 덤성덤성하고
花成石面粧 화성석면장 / 꽃들은 돌 틈에서 피어나네.
騁懷逰同處 빙회유동처 / 정을 몰아 함께 유람하는 곳에서
咏绿又探芳 영록우탐방 / 초록을 노래하며 꽃 봉우리 찾고 있네.
勉邊君讀書(면변군독서)
변군에게 독서를 권하다(1)
-김지익 p91
讀聖賢書所樂何 독성현서소락하 / 성현의 글 읽으면 어찌 즐겁지 않으리오.
嘉言善行卷中羅 가언선행권중라 / 좋은 말과 착한 행실 책 속에 널려있네.
躬耽體認成功處 궁탐체인성공처 / 탐구하고 익히는 것에 성공이 있으니
畢竟同歸作一科 필경문귀작일과 / 반드시 같이하여 과거 급제 이루게.
*변군 : 사위인 변대중으로 추정. *독성현서 : 성현의 글을 읽다 *체인 : 마음속으로 깊이 인정하거나 납득함
勉邊君讀書(면변군독서)
변군에게 독서를 권하다(2)
-詶(변대중) p91
書書我我莫知何 서서아아막지하 /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어찌할지 모르겠고
卷裡難兮十翼羅 권리난혜십익라 / 책의 내용 어려워 십익을 펼쳐내네.
善行嘉言雖未服 선행가언수미복 / 착한 행실 좋은 말 비록 따르지 못하여도
索源還待水盈科 색원환대수영과 / 근원 찾아 돌아와 기다리니 물이 웅덩이 채우네.
*서서아아 : 책은 책대로 나는 나대로 *십익 : 역경은 복희씨(伏羲氏)가 그린 괘(卦)에 대하여, 주(周)나라 문왕이 괘사(卦辭)를 짓고, 주공이 효사(爻辭)를 지었으며, 공자가 심오한 원리를 덧붙여 십익(十翼)을 지었다고 함. *수영과 : 서자(徐子)가 맹자에게, 공자가 자주 물을 칭탄(稱歎)한 데 대하여 묻자, 맹자가 이르기를 “근원 있는 샘물이 콸콸 솟아 나와서 밤낮을 쉬지 않고 흘러 구덩이를 채운 다음에야 나가서 사해에 이르나니, 근본이 있는 사람도 이와 같은 것이라, 이것을 취하신 것이다.[原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有本者如是 是之取爾]” 한 데서 온 말이다. 《孟子 離婁下》
戱贈且勉(희증차면)
(학문에) 힘쓸것을 웃으며 말하다(1)
-김지익 p92
始嘉金烏壻 시가금오서 / 처음부터 금오의 사위 흐뭇했는데
更看玉潤如 경간옥윤여 / 다시 보니 옥결처럼 윤기 나네.
柝財無粟帛 석재무속백 / 재산을 열어보니 쌀과 비단 없지만
傳業有詩書 전업유시서 / 가업으로 전하는 시와 글이 있다네.
名利場奚走 명리장해주 / 명리 찾는 시험장에 어찌하여 달려가나
神明舍可居 신명사가거 / 신명의 집에서도 가히 살만하다네.
服膺須勿失 안응수물실 / 가슴에 담고서 마땅히 잃지 말고
髦言亦非虛 모언역비허 / 늙은이 말 역시 허투루 하지 말게.
*옥윤 : 옥결처럼 윤이 나다 *신명 : 저자의 중심사상을 표현한 용어 *가거 : 머물러 살만하다 *모언 : 늙은이 말
戱贈且勉(희증차면)
(학문에) 힘쓸것을 웃으며 말하다(2)
-詶(변대중) p92
時得雖糟粕 시득수조박 / 이따금 얻은 것이 비록 찌꺼기지만
眞工即蔑如 진공즉멸여 / 참된 공부가 하찮게 여겼네.
志貧淵憲樂 지빈연헌락 / 뜻은 가난해도 도연명의 가르침 즐기며
心富聖賢書 심부성현서 / 마음이 부유하여 성현의 글 읽는다네.
豈念趋名閫 개념추명곤 / 어찌 이름 있는 관리 따르는 걸 생각하리오.
徒思卜廣居 도사복광거 / 부질없이 광거에 사는 걸 생각했는데.
嘉言今至此 가언금지차 / 좋은 말 이와 같으니
方卞一層虛 방변일층허 / 여러모로 한 층 더 비우네.
*조박 : 술을 남기고 난 찌꺼기. 학문 등에서 옛사람이 다 밝혀내어 전혀 새로움이 없는 것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멸여 : 蔑視. 하찮게 여김 *연헌 : 도연명의 법도를 말하는 듯 *명곤 : 이름있는 수사(水使). *광거 : 넓은 집(仁)에 거처하며, 바른 자리(禮)에 서서, 정도(義)를 행하는 것. 居廣居 立正位 行正道 출전 <맹자> *방변 : ①여러모로 ②저는(변재중) 두루두루
戱贈且勉(희증차면)
(학문에) 힘쓸 것을 웃으며 말하다(3)
-詶(김지익) p92
爲學譬如上崚嶒 위학비여상릉증 / 학문을 비유하면 높고 험한 산 오르는 것 같아서
自卑然後漸高登 자비연후점고등 / 스스로 낮춘 후에 조금씩 높이 오르네.
怠荒豈可中途廢 태황개가중도폐 / 어찌 나약하고 방탕하여 중도에 그만두리
勇性宜曰猛騺鷹 용성의왈맹치응 / 마땅히 말하길 범과 매와 같이 용맹하게 정진해야 하네.
*비여 : 비유하다 *릉증 : 산이 높고 험하다. 강직하다 *태황 : 게으름을 피우면서 일을 하지 않다
戱贈且勉(희증차면)
(학문에) 힘쓸것을 웃으며 말하다(4)
-郞唱(변대중) p92
靑城一岳老崚嶒 청성일악노능증 / 청성산 봉우리는 노인에게 아주 험하여
犢鼻少年不敢登 독만소년불감등 / 쇠코잠방이 소년도 감히 오르지 못하네.
維石巖巖筋力軟 유석암암근력연 / 겹겹의 바위지만 근력이 유연하니
數飛何日化揚鷹 삭비하일화양응 / 수시로 날다보면 언젠가는 매처럼 날아 오르리.
*청성 : 청성산. 도교의 발원지 *독비 : 쇠코잠방이. 농부가 여름에 일할 때 입는, 무릎까지 오는 짧은 홑바지 *능증 : 산이 높고 험하다. 강직하다 *유석암암 : 겹겹이 쌓인 바위 *삭비 : 수시로 익히다. 새가 날기 위해 여러 번 나는 연습을 하는 모습 *양응 : 매처럼 날다
又戱贈(우희증)
다시 웃으며 주다(1)
-김지익 p92
淸寒計活士之常 청한계활사지상 / 청빈하게 사는 것이 선비의 도리여서
無物相傳我所傷 무물상전아소상 / 전해 줄 물건 없어 나는 속상하노라
一部遺經敎授汝 일부유경교수여 / 한부의 경전을 자네에게 가르치니
千金重寶亦能當 천금중보역능당 / 천금의 귀한 보배 능히 당하리.
*청한 : 청빈하다 *유경 : 경전
又戱贈(우희증)
다시 웃으며 주다(2)
-郞詶(변대중) 93p
以書傳授豈尋常 이서전수개심상 / 책을 전하는 것이 어찌 대수롭지 않으리오.
大腦儒門不足傷 대뇌유문부족상 / 유문의 머리가 부족하여 상심하네.
原憲亦言何病意 원헌역언하병의 / 자사가 말한 것 역시 어찌 병을 뜻 하리오
况乎一部萬金當 황자일부만금당 / 하물며 한 권의 책 만금과도 같다네.
*심상 ; 대수롭지 않고 예사로움 *원헌 : 자사 (子思, 기원전 483년? ~ 기원전 402년?)는 노나라(魯)의 유학자이다. '자사'는 자이며, 성씨는 공(孔), 이름은 급(伋)이다. 공자의 손자이며, 공리(孔鯉)의 외아들이다
又戱贈(우희증)
다시 웃으며 주다(3)
-雲兒(?) p93
詩書授受世繼常 시서수수세계상 / 시서를 주고받는 것이 대대로 이어지는 법도인데
家貨零替亦何傷 가화영체역하상 / 집안 재물 보잘것 없는 것을 어찌 상심 하리오.
但悠不能殫子職 단유불능탄자직 / 자식 직분 다하지 못함을 오로지 걱정하며
送傳緖業罔敢當 송전서업망감당 / 서업을 전하고자 보내니 감당함을 잊지 마세.
*운아 : 김지익의 아들로 변대중의 처남 *영체 : 보잘 것 없이 됨 *서업 : 사업. 유업. 시작한 일.
書示相勉(서시상면)
서로 근면할 것을 글로 보이다(1)
-김지익 p93
君子門庭君子朋 군자문정군자붕 / 군자의 집안에 군자가 벗이 되니
斯文一脉見中興 사문일맥견중흥 / 사문의 일맥에 중흥이 보이네.
漑根政似生園木 개근정사생원목 / 개근하여 바로잡는 것은 정원 나무 기르는 것과 비슷하고
致遠還同附驥蝇 치원환동부태승 / 멀리 갔다가 함께 돌아오는 건 천리마에 붙은 파리와 같네.
道德耽眞心矻矻 도덕탐진심걸걸 / 진리 찾는 도덕은 마음으로 힘쓰고
聖賢遺緖志繩繩 성현유서지승승 / 성현이 남긴 유업 뜻으로 이어가네.
鳴呼吾黨須加勉 명호오당수가면 / 아 우리들 반드시 노력 더해
人一能時己百能 인일능시기백능 / 사람마다 때가되면 백 사람 몫 하리라.
*개근 : 뿌리에 물을 줌 *치원 : 멀리 도달한다는 뜻. 원대한 뜻을 원유. *걸걸 : 부지런히 애쓰는 모양 *유서 :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사업 *승승 : 대대로 이어 끊어지지 않음
書示相勉(서시상면)
서로 근면할 것을 글로 보이다(2)
-郞詶(변대중) p93
直路一鞭等百朋 직로일편등백붕 / 한 번의 채찍에 바로 가는 것은 많은 재물과 같고
欲休蹇步政宜興 욕휴한보정의흥 / 절뚝걸음 쉬면서 마땅한 흥을 바르게 하네.
春生萬轍心奔馬 춘생만철심분마 / 만물 자취 생기게 하는 춘심에 말이 달리고
霜落千蹊志困蝇 상락천혜지곤승 / 천 갈래 길에 내라는 서리의 뜻은 파리를 곤란하게 하네.
誘掖效如堂照月 유액효여당조월 / 이끌어 준 효과는 당을 비추는 달과 같고
服承工似木從繩 복승공사목종승 / 공부를 잇는 것은 목수가 먹줄 따르는 것과 같네.
廬山倘保庭前草 여산당보정전초 / 여산은 당연히 뜰 앞 풀을 보전하였듯
一派河南復續能 일파하남부속능 / 하남의 일파를 다시 능히 이어가리.
*백붕 : 《시경》 〈청청자아(菁菁者莪)〉에 “무성하고 무성한 새발쑥이여, 저 언덕 가운데 있도다. 이미 군자를 만나 보니 나에게 백붕을 준 듯하여라.〔菁菁者莪 在彼中陵 旣見君子 錫我百朋〕” 하였다. ‘백붕(百朋)’은 많은 돈이나 재물을 일컫는 말이다. 고대에 조개를 화폐로 사용할 때 조개 다섯 개를 1관(串)이라 하고 2관을 1붕(朋)이라 하였으니, 백붕이면 매우 큰 재물인 셈이다. 여기서는 그런 많은 재물보다 친구가 마음으로 보내 준 정공등 지팡이가 더 고귀하다는 말이다. *건보 : 절름발이 걸음 *의흥 : 마땅한 흥(?). *천혜 : 지름길 *유액 : 사람을 이끌어 도와줌 *여산 : 당나라 말기에 이발이 여산 오로봉에 은거하여 학문에 전념하였음. 이곳에 주희가 강학했던 백록동 서원이 있음.
雲山煑花(운산자화)
운산에서 화전을 지지다(1)
-김지익 p93-94
洞里百花明 동리백화명 / 동리에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幽禽處處鳴 유금처처명 / 곳곳에 이름 모를 새들이 울고 있는데
白迎僧舊眼 백영승구안 / 한 낮에 맞이하는 스님은 구면이지만
淸落磬新聲 청락경신성 / 청아하게 떨어지는 경쇠소리 새로운 소리네.
坐石吟笻懶 좌석음공라 / 돌에 앉아 노래하며 지팡이 쉬게 하고
穿雲步屐輕 천운보극경 / 구름 뚫는 걸음으로 가볍게 걸어가며
腹裡傳春色 복리전춘색 / 뱃속에 풀내음 전하니
溪邉勝會成 계변승회성 / 개울가 거니는 게 좋기만 하네.
*유금 : 이름모를 새, 산새 *천운 : 구름을 뚫다
雲山煑花(운산자화)
운산에서 화전을 지지다(2)
-郞詶(변대중) p94
佳節屬淸明 가절속청명 / 좋은 절기 청명이 되니
春禽得意鳴 춘금득의명 / 봄새는 짝 찾아 울어대네.
花紅山媚色 화홍산미색 / 꽃이 핀 붉은 산 미색이고
澗碧水傳聲 간벽수전성 / 푸른 개울은 물소리 전하네.
暖日頭邉永 난일두변영 / 따스한 햇볕은 머리 주변 비추고
閑雲眼外輕 한운안외경 / 한가한 구름은 눈 너머에 흘러가네.
今來非偶爾 금래비우이 / 지금 와서 자네 짝이 되지 못하니
樂此好期成 락차호기성 / 이 것을 즐기며 좋은 시절 이루세.
*청명 * 춘분과 곡우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 양력 4월 5일이나 6일 무렵. *춘금 : 봄새 *호기 : 좋은 시절
即事(즉사)
금방 일어난 일(1)
-김지익 p94
固知多事是天翁 고지다사시천옹 / 원래 많은 일은 천옹이 하기에
分付勾芒作畵工 분부구망작화공 / 목신에게 분부하여 그림을 그리게 하여
黑白靑黃形色畢 흑백청황형색필 / 흑백 청황 형색을 마치니
若根苐甲化生同 약근제갑화생동 / 으뜸인 뿌리가 살아 있는 듯하네.
綵屛羅列山來北 채병라열산래북 / 비단병풍 펼친 듯 산맥이 북에서 내려오고
澄練逶迤水去東 징련위이수거동 / 맑은 명주 구부린 듯 물은 동으로 흘러가네.
花鳥一般心自樂 화조일반심자락 / 꽃과 새들 모두가 마음으로 즐기고
乾坤輸入醉醒中 건곤수입취성중 / 천지를 받고나니 취기가 확 깨네.
*작품배경 : 운람산에서 바라본 백두대간과 감천을 묘사하고 있음.
*고지 : 원래 알다 *구망 : 목신을 말함 *징련 : 맑게 되다 *위이 : 구불구불
即事(즉사)
금방 일어난 일(2)
-郞唱 p94
爲問三春造化翁 위문삼춘조화옹 / 삼월의 봄을 조화옹에게 묻노니
丹靑畵出一何工 단청화출일하공 / 붉고 푸른 그림 어느 장인 솜씨인가.
山花朶朶光深淺 산화타타광심천 / 산화는 송이송이 빛깔이 깊고 얕고
澗草叢叢色異同 간초총총색이동 / 개울가 풀포기마다 물색이 제각각이네.
黃積嶺雲天左右 황적령운천좌우 / 누런 고갯마루 구름이 하늘을 좌우로 가르고
白盈湖水野西東 백영호수야서동 / 반짝이는 호수는 들판을 동서에 두었네.
乾坤數幅如生綃 건곤수폭여생초 / 하늘과 땅 사이 명주비단 여러 폭 펼쳐있어
身在太平世界中 신재태평세계중 / 몸을 태평하게 두고서 세상 속에 살고 있네.
*잉잉 : 송이송이 *총총 : 빽빽한 모양 *생초 : 삶지 아니한 명주실로 얇게 짠 옷감 *생초 : 삶지 아니한 명주실로 얇게 짠 옷감 *세계 : 널리 중생이 삶을 영위하는 범위, 곧 우주(宇宙)
神明屋(신명옥)
신명옥
-김지익 p94-p95
半畝塘邉一小屋 반무당변일소옥 / 조그만 연못가에 모옥하나 지어두고
芟刈芒棘破垣修 삼예망극파원수 / 풀 베고 김매며 무너진 담 수선하네.
主翁端坐閑無事 주옹단좌한무사 / 주인 늙은이 단정히 앉아 한가하게 일 없고
花柳芬芳庭院幽 화류분방정원유 / 꽃 버들 향기가 정원에 그윽하네.
*신명옥 : 열락재의 중심사상. 인간의 몸을 신명옥에 비유하여 표현 *분방 : 향기로운 냄새
神明屋(2)(신명옥)
신명옥
-郞唱(변대중) p95
身如一屋心爲主 신여일옥심위주 / 몸을 집으로 여기고 마음을 주인 삼아
有是主人屋自修 유시주인옥자수 / 여기의 주인은 집을 손수 고치네.
整頓如無洒掃事 정돈여무쇄소사 / 쇄소를 일삼아 정돈할일 없는 듯하여
不過此屋謾荒幽 불과차옥만황유 / 황유하다 비웃으며 이 집 지나가지 못하네.
*정돈 : 어지럽게 흩어진 것을 정리하여 바로잡고 가지런히 함
會亭風詠 二首(회정풍영 2수)
정자나무에 모여 바람 쐬고 노래하다(1)
-唱(김지익) p95
雨餘牟麥滿郊靑 우여모맥만교청 / 비온 뒤의 보리는 들판 가득 푸르고
方驗太平有象形 방험태평유상형 / 태평스레 보이며 상형이 있기에
好伴冠童人五六 호반관동인오육 / 어른과 아이 대여섯 명 즐거이 짝이 되어
夕陽風詠大柯亭 석양풍영대가정 / 석양에 바람 쐬고 노래하다 큰 나무 정자에 모였네.
*모맥 : 보리 *상형 :어떠한 물건의 형상을 본뜸
會亭風詠 二首(회정풍영)
정자나무에 모여 바람 쐬고 노래하다(2)
-김지익 p95
佳賓賢主自南東 가빈현주자남동 / 백년손님 어진 주인을 남동에서 찾아와
亭下吟詩○○同 정하음시○○동 / 정자에 와서 시 읊으니 ○○(무우)와 같네.
洒落胷襟相映處 쇄락흉금상영처 / 탈속한 흉금을 서로 비추는데
岸邉烟析送輕風 안변연석송경풍 / 방천가에 연기조각 경풍에 흩날리네.
*쇄락 : 보통은 쓸쓸하고 을씨년스러운 광경을 뜻하는 말로 소쇄(瀟灑)의 뜻도 있음. 魏나라 혜강(嵆康)이 7척 8촌의 신장에 탈속(脫俗)한 풍모를 보여 주었으므로, 만나는 사람마다 ‘소소소소(蕭蕭蕭蕭)’라고 찬탄했다는 고사가 있다.
會亭風詠 二首(회정풍영 2수)
정자나무에 모여 바람 쐬고 노래하다(3)
--郞詶(변대중) p95
雨後溪山一倍靑 우후계산일배청 / 비온 뒤에 산과 계곡 더 한층 푸르고
登高看盡萬千形 등고간진만천형 / 높이 올라 두루 보니 수 만 가지 형상이네.
風詠自如曾點意 풍영자여증점의 / 바람 쐬고 노래하는 건 증점의 뜻과 같고
昔日舞雩卽此亭 석일무우즉차정 / 지난 날 무우가 지금은 이 정자이네.
*증점 : 공자의 제자 *무우 : 공자의 제자 증점(曾點)이 “暮春者 春服旣成 冠者五六人 童子六七人 浴乎沂 風乎舞雩 詠而歸”라고 자신의 뜻을 밝히자, 공자가 감탄하며 허여한 내용이 《논어》 선진(先進)에 나온다
會亭風詠 二首(회정풍영 2수)
정자나무에 모여 바람 쐬고 노래하다(4)
-郞詶(변대중) p95-96
坐看南北又西東 좌간남북우서동 / 앉아서 남북을 보고 또 동서를 보니
紅紅白白各異同 홍홍백백각이동 / 붉은색 흰색은 다르면서 같다네.
理氣流行均有得 이기류행균유득 / 이기의 흐름을 고르게 얻으니
萬生鼓舞一天風 만생고무일천풍 / 만생이 고무되는 게 하늘의 바람이네.
*고무 : 격려하여 더욱 힘을 내도록 함
次邉君廣居韻(1)(차변군광거운)
변군의 광거 운을 차운하다(1)
-김지익 p96
廣居吾欲入門扉 광거오욕입문비 / 광거에 나는 사립문으로 들어가고자 하고
正路君先發軔歸 정로군선발인귀 / 올바른 길 자네는 먼저 출발하여 확실히 돌아가네.
德旣不孤隣自有 덕기불고린자유 / 덕이 이미 외롭지 않아 이웃이 저절로 있으니
芝蘭一室幸相依 지란일실행상의 / 지란과 한집에서 행복하고 서로 의지하게.
*광거 : 넓은 집. 곧 어진 마음 《맹자》〈등문공 하(滕文公下)〉에 “천하의 가장 넓은 집에 머무른다.〔居天下之廣居〕”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발인 : 수레가 떠나간다는 뜻으로, 어떠한 일을 처음 시작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지란 : 《공자가어(孔子家語)》 육본(六本)에 “선인과 거처하는 것은 난초 향기 가득한 방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與善人居 如入芝蘭之室]”는 말이 나오고
邉君廣居韻(차변군광거운)
변군의 광거 운
-郞唱(변대중) p96
春暮廣居闢小扉 춘모광거벽소비 / 봄이 저물어 광거의 사립문 열고서
風乎亭下詠而歸 풍호정하영이귀 / 바람 쐬고 정자에서 노래하며 돌아오네.
傍人莫謂偷閑學 방인막위투한학 / 곁의 사람들아 틈을 내어 배운다 말하지 마라
意思郍中別有依 의사나중별유의 / 의사가 어찌하던 이별을 하게 되네.
*방인 : 곁에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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