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마음 제8차 백일릴레이명상 제76일
낮에 잡채를 만들어 먹었는데 최종 접시에 남은 당근만 먹지 않는 딸에게 말했습니다.
엄마 어려서 당근을 진짜 지겹게 많이 먹었어. 일찍부터 눈이 좋지 않아 외할머니가 눈에 좋다는 당근을 자루로 들여놓고 먹이셨지. 엄마의 할아버지가 드시는 생간과 간유구라는 영양제도 계속 먹게 하시고.
으으 나는 당근 진짜 싫은데.....
그것만이 아니고 명태 삶은 물 담긴 냄비의 뚜껑을 뒤집어 손잡이 뺀 구멍에 귀를 대고 계속 누워 있어야 했어. 왼쪽 귀가 잘 들리지 않으니 민간요법을 쓰신 건데 어찌나 지겹던지, 조금 대고 있다 도망 다니기 일쑤였지.
엄마 진짜 힘들었겠다.
그런데, 그런 당근이며 생간이며 명태찜질이며 사실 다 소용 없었어. 눈은 계속 나빠져 고도 근시가 되어 안경을 평생 써야 했고, 귀도 나아진 것 하나 없지. 그래도 자라나 그 때를 생각하면 외할머니가 참 마음이 많이 아프셨을 것 같아. 그래도 외할머니는 늘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셨어. 할머니가 해주신 모든 게 다 깊은 사랑이었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보고 듣는 기본적인 것에 문제가 있는 10살짜리 아이를 둔 엄마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하신 거잖아. 시골에서 낯선 서울로 올라와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 시부모님에 다른 자식이 다섯이나 더 있고, 온몸에 화상 입어 고통스러운 다른 자식도 돌보는 상황이셨으니 얼마나 힘드셨을까. 그래도 엄마가 이렇게 잘 자라 결혼도 하고 너까지 낳아 기르고 있으니 외할머니가 잘 키우신 게 맞지?
응, 그러네. 할머니 보고 싶다.....
잡채의 당근으로 어머니의 사랑을 아이와 공유하며 다시 느끼는 귀한 순간이었습니다. 하늘의 사랑을 어머니를 통해 전달받았습니다. 따스하고 무한한 사랑으로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받은 사랑 전하고 나누며 살겠습니다. 하늘사람의 길이 이렇듯 가까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