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바람
수연 김성순
창가로 붙은 3번 침상
어쩌다 눈길 마주치면 빙굿빙긋 그녀의 미소가
오늘은 점심도 거른 채 누워만 있다
아무도 TV를 켤 생각 안하고 눈치만 본다
창밖엔 황사바람이 불고 있다
바다건너 몽고에서 오느라 지치기도 했으련만
온통 하늘을 부옇게 칠한다
오랜 침묵을 깨고 그녀의 하늘색 담요가 조용히 흐느낀다
순간 병실안엔 눈길들이 어지럽게 오간다. 하지만
아무도 말이 없다
하늘색 담요가 파도처럼 혼들거릴 뿐
(황사의 발원지 쿠부치사막
초록을 거부하는 천형(天刑)의 땅
그러나 원래부터 사막이 아니었지
인간의 무분별한 착취가 만든 사막이지)
그녀도 감기 한번 안 걸린 건강체였다
모진 시집살이 갖은 스트레스에 무너진 시한부 천사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어 시간을 까먹고 있다고
창백한 그녀의 눈은 웃고 있는데
잠시 후 병동을 떠나는 그녀를
우리는 배웅하고 있었다. 소리 없는 홍느낌으로
그사이 누군가 켜놓은 TV에선
쿠부치사막 녹색생태원을 조성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시집 『사랑, 아직 시작도 아니 한』 중에서
첫댓글 좋은시를 감상하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