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시하늘 원문보기 글쓴이: 가우/박창기
'좋은 시·아름다운 세상' 『詩하늘』詩편지
꺼지지 않는 사랑-장작
이진엽
나는 지금 편안하다 이렇게 뒤뜰에 비스듬히 드러누워 그대의 도끼날에 온몸을 맡긴다 내 심장을 겨누며 수차례 내려찍는 싸늘한 쇠의 날 그러나 나는 또 이 겨울을 떨고 지낼 그대를 생각하며 아프게 쪼개어진다 으깨어질수록 깊어 가는 내 사랑 마침내 날이 저물고 불꽃이 지펴질 때 무쇠솥이 달아오른 방구들 깊숙이 뜨거운 잿가루로 가라앉는다 오, 꺼지지 않는 불의 혼 수없이 찍혀져 뼈와 살이 흩어져 가도 오늘밤엔 사랑이여 아직 식지 못한 내 뜨거운 가슴에 상처로 가득한 그대 생애를 묻어 다오 시린 손이라도 묻어 다오
-출처 : 시집『겨울 카프카』(시학, 2013) -사진 : 다음 이미지 ------------------------------------------
통나무를 잘라서 쪼갠 땔나무가 아닌가 장작 마음을 다해서 인간에 대한 크나큰 배려를 자연에 있는 것들이 말을 못해서 그렇지 정령이 있다고 친다면 분명히 어떤 징조로든 우리에게 건네는 메시지가 있을 것 같다 오늘 장작은 뜨거운 열기로 다가온다
‘오늘밤엔 사랑이여 아직 식지 못한 내 뜨거운 가슴에 상처로 가득한 그대 생애를 묻어 다오 시린 손이라도 묻어 다오‘ 라고 속삭이고 있다
식지 않은 내 뜨거운 가슴에 오늘 하루의 고달픔을 묻어 위로 받으라는 저 메시지가 참 따뜻하다 장작의 열기가 고래를 지나면서 방구들을 뎁혀서는 여럿을 위한 봉사와 희생의 제물로 쓰여지겠다는 단단한 결의를 읽는다 오늘 우리는 자연에서 얻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 사이에 우리가 나누지 못할 것이 무엇인가를 또 생각하게 된다
詩하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