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담한 겨울의 골목길처럼.. [숙성산~미녀봉// 거창]
2015. 12. 13 [일]
평택 종주산악회 48명
학산마을 - 봉황재 - [숙성산] - 시리봉 - 말목재 - [미녀봉] - 오도재 -
오도골 - 수포대 - 도리양지촌 [6시간 10분]
어느덧 흣질했던 시간의 옭쇠에서 벗어나려는 12월이 진중하게 다가왔다. 두서없이 모질게만 굴었던
을미의 시간이었다. 그간 세중함에서 자잘함까지 버텨온 그 시간은 무한 귀속으로 협착된 굴레를 차선책으로
조각할 수밖에 없었다. 천상과 지상에서의 솎아낼 수 있는 그 모든 것들과 함께.
12월의 영역, 슬픔의 시간이 앞서고 있다. 쓸쓸함과 고독과 자유의 관계인 12월은 억압된 시기이기도 하다.
불과 18일, 그 날짜는 먼 꿈이며 때론 처절한 시간이며 간절함이다. 그런 12월은 많은 분주함을 안고 흐르는
것이다.
잔잔히 흐르는 수도지맥이 지친 시간을 넘어 정돈된 겨울의 무영을 달고 있다. 산위의 허공이
감각의 길을 안내하고 있는 듯하다. 착시된 허공 같지만 모든 겨울 각은 그 속에서 꽁꽁 매달려 있다.
그간 분주했던 계절은 사치로 변하여 돌아볼 생각조차 나지 않는다.
욕망의 시간은 12월에서부터 시작된다. 통제된 시간이기도하지만 그보다 앞선 내면적 통찰이
깊은 시기다. 슬픔과 상처를 치유하며 자연과의 거리를 좀 더 가까이함으로써 스스로에게 그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인 것이다. 산중의 시간도 그 속에서 경험하며 순간적 이질을 동질로 변화시키는 동기를
얻는다. 그러함에 침묵 속에 빈곤이 아닌 반 묵시적인 시기적 흐름의 가치를 갖는 것이다.
시기는 언제나 과거와 미래로 자기의 생을 나누고 그 제약에 지배받지 않으려한다. 욕구를 분출할
미래와 깨끗이 잘라져야 할 과거를 융합하는 것이 산이기에 오히려 그 평범함을 가지고 누구에게나
외면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를 뒤쫓아 간다. 시간은 우리의 눈을 앞서지만 존재와 가치 면에서는
우리 모르게 뒷걸음치는 것이다.
중첩된 산맥들이 빈 들녘처럼 홀로이 서있다. 경이롭고, 외롭고, 세월을 몰고 멀어져갈 뿐 그 흔적은 시기의
혼을 체득한 깊이 있는 바람 같다. 허공 속에 흩날리는 시간의 밑둥은 녹아가는 온기로 둔갑되었다. 고요한
산중으로 뛰어드는 인형 같이 눈부시게 흐름을 엮어가는 게 다만 아쉬움이랄까. 스러지는 시간 앞에 선
겨울 잎이라도 되어버릴까.
[교차되는 정점은 늘 12월입니다. 산원의 중액과 투명한 시간도 12월에 그 정점을 찍거든요.
그 어느 때보다도 혼미의 속을 지나는 것도 12월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차분함도 이 12월에는 현실적인 부산함으로 바뀌어 져 한시기의 결말을 맺게 됩니다.]
철벽처럼 쌓아있는 거창 산군의 거창함이 창창한 하늘을 향해 솟아있다. 빈틈이 없는 하얀 세상을
수놓은 비계산, 장군봉, 의상봉, 보해산, 금귀봉 등 명산 파노라마가 정정하게 초동한 눈들을
부여잡고 있다. 그 하늘 길 위에 시가 있고, 소설이 있고, 창작이 있듯, 유쾌한 세상이 열리는 듯하다.
겨울 속 구름들이 탄탄하다. 12월의 산안개와 나무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각자 고유의 방식이 있듯이
시기 속에 번져 지는 시간의 정의는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 지독히 흐르는 그리움은 사랑방 같이 따뜻한
온기가 되어 있다. 무한체와 유한체가 어우러져 전체의 그리움이 되고 그 시간의 경계 속을 누비는 설렘은
잊고 있던 감정이 되어버렸다.
우리가 소유했던 어느덧 시간은 이젠 열망이 되어 산정 안에 뿌리내렸다. 디딜수록 새겨지는 흔적은
발걸음에 힘이 실리도록 또렷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스치며 각인되는 산정의 흐름은 12월의 소담한
겨울의 골목길처럼 아늑하고 편안하다. 비록 외로움이 들고 자적함처럼 비춰질지 모르지만.
시기의 무거움과 시간의 가벼움이 산속의 자화상이 되어 을미의 대장정에 무게를 더해준다.
굵직한 산상은 그 여운을 쫓듯 운명적으로 들어찬 시기의 부재가 그려내는 밑그림을 적적한
겨울 빛에 덧붙인다. 사라질 고요가 인다. 이후면 사라질 그 시간은 하객이 되어 또 다른 손님을
맞을 채비를 한다. 기억을 다스리는 12월은 멀고도 가까운 시기임엔 분명하다.
처음 지나는 누른 벌판과 산상은 검붉은 색깔로 뒤덮여 있다. 황혼이 깃든 생각을 한다.
은맥의 문을 열고 선 합천호와 금성, 봉래, 황매는 침묵 속에 쌓인 흰 얼굴들로 아득함에 젖어있다.
자욱한 안개가 흰 겨울 잎새가 되어 그 얼굴들을 가린다. 도두라지게 나타내지 않는 겨울안개가 나는 좋다.
짧았던 시간 틈 사이로 떠돌다 안착한 온기처럼 푸른 하늘이 되어 나는 좋다.
[거뭇한 침묵이 쌓여지는 그 위는 또 다른 세상이 열려지는 것은 아닌지요. 과거를 향해 뒷걸음질
치는 시간의 소용돌이도 포함되지요. 겨울이 수동과 연동으로 다소곳하게 지면서 또다시 만물을
잉태하게 만드는 평화로운 시간이 아주 길어집니다. 그저 사라지는 시간이 애처롭기도 하고요.
우리에게 맞닥뜨릴 시기는 천연한 색채와 마주하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싶습니다.]
공감 에세이처럼 잔잔하게 파고드는 지리와 덕유, 가야, 매화의 산줄기가 더없이 포근하다.
속세의 질문들을 묻어버리듯 정경하게 다가오는 그 풍광은 하늘의 지붕처럼 정교한 색채를 가진
안정적인 벽을 그려놓았다. 끝 간 데 없이 빨려가는 느낌이다. 마음속에 잊지 않은 산중 속
현실이 고유한 세계가 되어 있었다.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 수수하면서 여릿하다. 순수하게 열리며 그 길이 추구하는 것이 사방으로
휘고 있다. 휘젓는 순환 속 같기도 하다. 길이 내놓는 침묵은 세상길의 암시다. 사발처럼 비쳐내는
겨울 빛이 그 길을 안내한다.
구름을 뚫고 흐릿한 겨울햇살이 아롱지게 쏟아진다. 그 아래에서 밀려나고 밀려오는 가야와 수도,
덕유, 지리, 백운, 황석, 기백이 기쁜 추억처럼 의기양양함을 더한다. 잔잔한 금물결을 보는 듯하다.
더욱이 소란스럽지 않은 안개가 소북이 모여들 때는 공허를 느낀다. 허공으로 물들은 그 공허, 빛과
바람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입김을 불어넣는다.
[겨울세상이 참 부럽습니다. 궁극적으로 넘어야 할 큰 산이지만 마음속에는 슬픔이 없는
맑은 세상입니다. 깊어가는 겨울 빛은 그 부드러운 길을 소담하게 비춰주는 아늑한 기억이
될 것입니다.]
산맥에 대한 이상을 생각하며 머릿속을 움직여낸다. 애꿎은 안개는 시기의 운명을 타고난 첩첩물이다.
푸른 지붕에 소박하게 얹은 공간의 그림자가 그립다. 12월은 누구에게나 그리워지는 안개꽃이 아닌가.
사랑을 꿈꾸는 존재의 시간이기도 하다. 연연한 산중에 시간초가 흐른다.
♣♣♣
무채 빛에서 포근한 겨울 빛이 열리기까지 이 산정의 컬렉션은 시기의 가치나 침묵이었다.
- 아닌 스스로의 풍미를 감춰버렸다. 허나, 빛이 열리면서 자연의 겨울이 산중의 공간 따라
선명한 감선을 그으며 변화를 착색한 것은 때때로 견고한 그들만의 디딤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도지맥의 한 축을 이루신 고문님, 회장님, 부회장님, 사무장님, 산악대장님, 회원님과 산우님들
수고 하셨습니다. 빛을 그리며, 유연하고 부드럽게 끌린 하루였습니다.
회장님 내외분께서 정성껏 준비하신 후(後) 식(食)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찬바람 속에 수고하신 이년헌 고문님과 회장님 사모님, 여성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2015.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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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숙성산 산행사진 잘보고 갑니다.
이글님, 감사드립니다. 근데 여유가 없어보이는데요. 체력적으로 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힘든산행중에 많은영상 담아오셨네요
대장님 산행안내하시느라 수고많으셨습니다
멋진영상과 산행후기 잘보고 갑니다
회장님, 수고 하셨습니다. 궂은 날 오전의 쓸쓸함이 묻어났지만은 오후부터 빛이 찾아들어 한결 수월한
산행을 하였습니다. 종주의 트랜드처럼요. 늘 감사드립니다. 송년 때 뵙겠습니다.
정성껏 써내려간 산행기 감동입니다
간결하고 마음속까지 후련해지는 설명 감사합니다
종주의 한페이지가 또 하루 화려해지네요
사모님, 수고 하셨습니다. 항상의 과찬의 말씀 깊이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자연스런 봉사, 가슴에 담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6시간10분잘보고갑니다^
물새님 감사요!!
산행기 잘봤습니다 대장님~~
후미는 역시 대단하신 울 회원님들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대장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후미는 여찾사입니다. 즉 여유를 찾는 사람들입니다.
앞만 보고 가는 선두와 산행의 의미를 새기며 여유를 같는 산행이 어우러져 종주의 트렌드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 앞에는 늘 대장님이 있고요. 감사드립니다. 송년 때 뵙겠습니다.
좋은 글, 멋진 사진 늘 감사합니다.
내 모습 담긴 사진 있어 더 감사..ㅋㅋㅋ
산행 능력 뒤지는데도 여유로움을 함께 할 수 있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