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 잡스(Two Jobs)
유난히 추운 올겨울 약 20일 이상 낮에도 영하의 날씨가 계속되고 부산이 영하 12°까지 내려가 92년 만의 최저 기록으로 많은 사람들이 수도 공급이 끊겨 고생했었다.
구정 전날 (2월 2일)부터 금년 일월 초 이후 처음으로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 꽁꽁 언 눈들이 조금씩 녹는다.
지난해 11월부터 그 동안 아침 일찍, 점심시간 그리고 퇴근 후 짬을 내서 고장 난 고압물펌프와 유압호스 연결부위 파열을 교체·보수 하면서 약 3개월 동안 주말도 없이 세차장을 유지·보수한 것 같다. 아직도 콘트록박스 전자장치에 문제가 있는지 셀프세차 두 곳만 되고 두 곳은 사용치 못하고 있다. 설치 회사에 전화했더니 없는 번호가 나오고 다른 셀프세차 설치 회사에 문의했더니 자기 회사 제품이 아니라서 A/S 불가라 한다.
혹독한 추위에 고압펌프 체크 밸브(밖으로 나가는 물의 압력 조절) 네 개를 직접 교체하고 물탱크 수위를 조절하는 솔레이드 밸브와 센서를 뜯어내고 수동 물유입 장치(화장실 물통의 부이가 달릴 장치)로 교체하니 물이 계속 넘치지 않는다. 물이 없어도 물이 들어오지 않는 오작동이 빈번하고 전기를 사용한 솔레이드 밸브를 수동으로 교체하니 물탱크에 물 수위가 낮아지면 곧 물이 유입되고 물도 넘치지 않는다. 흔히 경험한 일이지만 너무 복잡한 장치는 좀 더 편리할지 모르지만 외부자극에 민감하여 오작동이나 잔고장이 자주 발생한 것을 볼 수 있다. 전기를 이용한 솔레이드 밸브의 오작동으로 물탱크의 물이 넘치고 넘치는 물에 전선이 젖어 몇 번 감전되었는지도 모른다. 두 개의 솔레이드 밸브를 제거하고 줄렁줄렁 달려 있는 전선도 정리하고 물이 넘치지 않아 감전의 위험도 없어 좋다. 수중모터도 세 개인데 두 대를 새로 교체하니 물탱크에 물이 비면 바로 물을 보충해 주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잦은 고장, 예를 들어 동전을 넣으면 물이나 거품이 나오지 않아 수시로 전화하는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해 주는 일이었다. 어떤 사람은 물이 안 나와 열 받았는지 세차장 칸막이 대형 유리창을 거품세차봉으로 깨부수고 거품세차봉이 구부러지고 내동댕이쳐져 있으며, 엔진실의 작은 유리창도 깨부수는 광경을 보니 별 인간들이 다 있구나 하면서 인생살이가 서글퍼지기까지 했다.
세차장에 카용품점 사무실이 있는데 지금은 비어 아무 사람도 없고 그래서인지 밤늦게 인적이 드문 시간대에 그런 짓을 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
영하 7, 8도의 추운 밤에 사닥다리 타고 열선이 깔려 있는 세차장꼭대기의 배관을 다시 열선으로 감느라고 약 3시간 정도 하니 온 몸이 얼어붙는 느낌이었다.
‘투잡(Two jobs)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면서 사전에 월동준비를 철저히 했으면 좋으련만 후회가 막심하여 미리 셀프세차장 시스템을 좀 더 알았더라면 이렇게 시행착오를 하지 않고 고생을 덜했으리라 생각된다. 배관에 문외한인 내가 이번 겨울 세차장 유지보수를 위해 혹독한 추위 속에서 많은 것을 배웠으며 앞으로 장거리 항해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하면 그 동안의 고생도 위안이 된다.
구정이 끝나면 다른 분이 인수하여 대대적 보수와 리모델링후 3월 중순쯤 그분이 완전히 인수하면 주말에 못했던 세일링도 더 자주 하고 싶다. 아쉬운 것은 이번 구정 연휴에 목포에서 제주 장거리 항해할 수 있었는데 세차장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점이다. 올 여름 휴가철이나 추석 때 목포에서 제주 왕복 장거리 항해를 했으면 좋겠다.
첫댓글 어이구!! 고생이 많으셨네요. 한동네 살면서도 이곳에서 소식을 듣네요. 항상 바쁜분이라 전화하기도 뭣하고....
밥먹자 말하기도 어렵네요.ㅎ
이제 날도 풀려가니 투잡 그만두면 항해나 함께합시다.
전에,"본의아니게 투잡..., " 그게 이말씀 이셨던 걸...., 고생많으셨네요. Job은 돈을 벌기위해 갖는데 금년 겨울 같았으면 고생을 더 많이 벌었지 않았을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