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봉사와 소중한 행복 찾기
소 경 숙
3년전, 안양 평촌 부안초등학교 6학년에 다니던 아이가 구미로 이사오면서 특수학교인 혜당학교로 전학하게 되었다. 5살 때 서울대 병원 소아정신과에서 다른 아이보다 한 배 반 더 정성을 기울여 키우라는 의사의 진단을 받았었다. 그 이후 막연히 좋아질거라 생각하며 어렵게 비싼 특수교육을 시킨 것 외에 ‘장애’라는 말 자체가 거리가 멀었던 나에게 혜당학교 전학 담당 선생님은 아이가 일반학교가 얼마나 힘들었겠냐며 잘 왔다고 하셨다.
2년전 봄, 더불어 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는 시민단체인 동화모임은 정의감(?) 강한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차츰 어린이도서연구회를 알게 되었고, 당시 초등학교를 갓 입학한 딸과, 거의 동생과 수준이 같은 아들에게 행복한 책읽기를 해주려 애쓰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큰 아이가 혜당학교 중등부 2학년 때였다. 언제나 사회 일원 속에 밀려져있는 반 아이들에게 행복한 책읽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한 우리 동화모임회원들에게도 장애친구들을 보여주면 얻는 게 많을 것 같아 모임에 혜당학교 책읽어주기를 건의했다. 현재 회원들이 매주 수요일마다 번갈아 중등부 7학급을 돌며 책읽어주는 봉사를 2년째 하고 있다.
특수학교라는 데가 늘 도시외곽에 있는 관계로 표 안 나는 택시비를 써야하고, 책읽어주기 등으로 직장인들보다 더 바쁜 회원들이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봉사해 주는데 대해 늘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동화책이 거의 없는 학교에 어렵게 책을 기증해 준 이자명씨, 늘 봉사에 앞장서 주시는 정영숙씨, 그리고 다른 회원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혜당학교 봉사를 하면서 참 인상적인 기억들이 많다. 한번은 ‘이건 내 조끼야’를 읽어준 뒤
“마지막 부분 늘어난 조끼로 뭘 하면 좋겠니?”
2학년 1반 7,8명 중 한 아이가
“줄넘기 해요”
이런 대답은 정신지체가 아닌데...... 마음이 참 기쁘다.
‘낮잠 자는 집’을 읽고
“이 할머니 표정 좀 봐. 정말 행복해 보이지? 너희들은 비 오는 날 집에 있으면 뭐 하니?”
“컴퓨터 해요.”
중등부 1학년 1반 7명 중 한명이 대답한다. 물론 다 이렇게 대답을 잘 하는 건 아니다. 책을 읽거나 말거나 아무 관심없는 친구가 2명 정도, 어느 정도 이해하며 행복한 표정인 친구 2~3명, 나머지는 조금 이해하는 수준인 것 같다.
우리 아들반인 3학년 2반은 남자 10명, 여자 1명으로 인원이 조금 많은 편이다. 어느 날 ‘심심해서 그랬어’를 읽어주려고 갔다. 아이들이 책을 보기 좋게 자리배치 한 뒤
“얘들아, 여기 나오는 이 꼬마가 주인공인데, 엄마하고 아빠가 일 나가시고 심심해서, 너무 심심해서......”
라고 시작하는데 갑자기 키180cm의 건장한 도유가 벌떡 일어났다. 담임선생님께서 제지하시자 여선생님을 붙들고 바닥에 나뒹굴었다. 가슴이 벌렁거렸다. 나중에 선생님께
“무슨 일 나는 줄 알았어요.”
“우린 가끔 목숨 내놓고 해요.”
하신다. 자주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간혹 난폭한 행동을 하는 친구가 있다. 그렇지만 머리를 쓰거나 도구를 사용해 나쁜 짓을 하지는 못한다. 대구 천사의 집 수녀님의 말씀대로, 좋은 것이나 욕심내는 것, 온갖 분별심, 잘난 것들로부터 끝없이 멀어져 있는 천사들이다.
올해 우리 큰아이 형정이는 혜당학교를 졸업하고 특수반이 있는 사곡고등학교에 입학했다. 고등학교 교복을 입혀 놓으니 제법 의젓해 보인다. 며칠동안 학교 다니고, 고등학교도 졸업하냐고 묻던 녀석이 어제 일기에는 ‘3년 졸업하고 대학 가야지.’라고 썼다. 날마다 ‘재미있는 하루였다.’ 끝나는 4-5줄 짜리 고등부 일기를 보며 예상했던 것보다 흐뭇했다.
지난 번 경북협의회 임원연수에서도 주제넘게 호소 드렸지만, 어린이도서연구회 회원들부터 각 지방 특수학교, 특수반 아이들에게 좀 더 진지한 눈길 한 번씩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친구들은 정말로 사람이 그리운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기심으로 똘똘 뭉쳐 사는 자녀들에게 간접적인 효과도 있고, 봉사를 하는 봉사자 자신들에게도 뭉클한 감동을 줄 것이다.
장애는 동정의 대상이 아니다. 나는 ‘장애인은 영혼의 성장을 위해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위대하다’고 말한 브라이언 와이스 (정신과 의사, 최면 치료사, ‘전생요법’,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았다’의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인 나 자신의 자존감을 일깨워주는 이들이 바로 장애 친구들이다.
자신의 미래에 대해 밑그림조차 그릴 수 없는 아이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도 목이 메이지만, 다시 힘을 내보려 한다. 올해는 고등부 책읽어주기를 준비하고 있다. 특수학교 아이들보다 두뇌가 업그레이드 되어 보이는 고등학교 특수반 아이들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지만, 그들의 앞날이 걱정스럽기는 매한가지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목욕봉사, 주방봉사를 하면서 여러 청년들을 만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아 보이는 청년들인데...
지난 겨울방학 때 시립도서관에서 1,2학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책읽어주기 행사에서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를 수업하며, 사랑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행복함을, 모든 사람들의 다양성을,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소중함을 강조했었다. 겨울방학 행사에 참가한 아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데 힘입어 앞으로도 장애아이를 둔 엄마로서 열심히 나의 생각을 얘기하며 살아갈 것이다.
첫댓글 지난글 이지만 이제야 생각나 올립니다 다른건 할줄몰라 더 못 올려 아쉽네요 이거도 부탁해서 한것,,,.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