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 산책(散策)
김완
유월 마지막 날 장맛비 오는 수도암을 오른다
오며 가며 스치는 스님의 맑은 얼굴을 보았다
하안거 기간 동안 도롱이 대신 우산을 쓰고
우중에 무슨 일로 산중 거처를 떠나 길을 나섰나
유월 땡볕에 시들거리던 초목들 싱싱하게 살아난다
빗속에서도 시를 물어 나르는 새들의 노래 소리
계곡의 성난 물소리 민심 떠난 정권을 매섭게 질타한다
같은 물에 발을 담가도 흐르는 물은 늘 다르구나
저혈당에 빠져 혼미해진 그대 매화 나무 그늘 아래
남겨 두고 서둘러 비상 식량 구하러 다녀오는 길
온 몸에 땀이 흥건해도 그대 생각으로 울컥하다
허기를 달래고 함께 걷는 길 몸과 마음이 느긋하다
밭두둑에 자신를 감추고 쪼그리고 사는 들풀, 들꽃들
납작 엎드린 풀들이 사는 숲의 가장자리에는
중심으로 유혹하는 보이지 않는 숲의 정령들이 산다
무리 지어 하얗게 피어 있는 꽃들 사이 사이 숨어 핀
노란 금계국은 어느 화가의 평생을 사로잡은 화두일까
개망초 꽃밭 위를 팔랑거리는 저 흰 부전 나비는 전생의
그대인가 백성들 아픔 어루만져주는 문수보살인가
비바람에 떨어진 매실 물컹 밟혀 매향 퍼지는 그 길을 걷는다
첫댓글 슬픈 듯 날렵하고 , 처연한 듯 소박한 꽃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꽃
매향1埋香
- 명사민속내세(來世)의복을빌기위하여향(香)을강이나바다에잠가둠. 또는그런일.
매향3賣鄕
- 명사역사조선시대에, 돈이나재물을받고향직(鄕職)을주던일.
[ 매ː향]
매향2梅香
- 명사매화의향기.
속세의 인연인가 알 수 없는 생사성식의 일인가=>생략
숲의 자장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는 중심으로 유혹하는(향하는) 수많은 과일들(외침들)이 있다.
(드러내지 않고) 납작 엎드린 풀들이 사는 숲의 가장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는) 중심으로 유혹하는 보이지 않는 영혼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