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자란 건강한 식재료, 토종콩
우리나라 토종콩의 종류는 수백 가지에 달한다. 그 중에서 우리 밥상에 오르는 콩은 몇 가지나 될까? 호랑이콩, 선비잡이콩, 아주까리밤콩, 쥐눈이콩, 울타리콩, 새알콩, 홀애비밤 등 이름도 제각각 달리 부르는 토종콩, 어떤 수퍼푸드보다 뛰어난 영양과 맛을 지닌 우리콩이야기.
원래 한국은 콩의 나라다.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콩이라 부르는 대두의 원산지가 한반도를 비롯한 만주 일본 등 동아시아권인 것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
이 땅에는 대두만 300종이 넘고 농촌진흥청이 보관한 돌콩이라 불리는 야생콩 종류는 1100가지나 된다고 하니 과연 원산지답게 어마어마하게 다양한 콩이 자라고 있다. 된장, 간장, 두부, 콩나물을 비롯한 가공품이 우리 식생활의 중심에 있는 것만 보아도 콩이 이 땅의 식문화를 이끌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마트에 가면 우리 식문화의 기둥인 된장과 간장, 원료 대부분 수입콩이다. 곡식코너의 상황도 다를 바 없다. 백태, 서리태, 약콩 정도만 국산이지 렌틸콩, 병아리콩 같은 수입콩이 자리를 지킨다. 재래시장에서는 좀 더 다양한 종류의 콩을 만날 수 있지만 이것 또한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들어온 것이 많다. 그 맛있고 다양한 토종콩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귀농 후 괴산 박달마을에서 14년째 농사짓는 이우성, 유안나 부부는 가족회원제 직거래로 30여 가구의 회원에게 1년내내 유기농산물을 키워보내는 다품종 소량생산 농가다. 토종씨앗을 찾아다니는 일을 함께 한 이우성 농부는 흙살림에서 보급하는 토종콩을 시작으로 이 땅과 기후에 맞는 선비잡이콩, 밤콩, 귀족서리태, 팥 등 토종콩을 재배해 회원에게 보낸다.
“요즈음 사람들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건 육식위주의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옛날 단백질 구 공급원이던 콩을 멀리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요?”
콩을 찾던 시절로 돌아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농부의 이런 고민은 콩을 밥에 넣어 날마다 먹을 수 있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무엇보다 맛있는 밥콩문화로 이어졌다.
괴산 감물면과 불정면은 우리나라 콩 생산량의 13%를 차지하는 잡곡 주산지다. 콩을 재배하기 좋은 환경을 갖춘 감물면에서 농가 수입도 되고 토종도 지킬 수 있는 방식에 대한 모색은 2014년 7명의 농부가 만든 토종콩세트 ‘박달청춘’이라는 마을상품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지난해 수퍼푸드라고 렌틸콩 열풍이 불면서 잘 팔리지 않았어요. 토종콩도 영양이 풍부한데 금방 유행에 휩쓸려 외면당하니 참 안타깝지요.” 이우성 농부의 말이 맞다.
실제로 영양 성분을 따져보면 국산콩은 수입콩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더 뛰어나다. 한국식품과학연구원의 영양 분석 결과 서리태, 백태, 약콩 등 국산 콩류의 100g당 단백질 함량은 렌틸콩, 병아리콩보다 최대 87% 높게 나타났다. 미국 해외농업국(USDA) 자료에 따르면 삶았을 때 식이섬유는 국산콩이 렌틸콩보다 약간 높았으며 칼슘, 마그네슘도 백태와 검은콩이 렌틸콩보다 월등히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여기에 신선도와 운송을 위한 방부제 처리, 온습도 변화에 따른 산패까지 고려한다면 어느 쪽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할지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지금까지 유통되고 있는 국산콩 외에 연구자와 농부의 노력으로 다양한 토종콩을 구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ecoway(에코웨이 9, 10월호) 글 : 김수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