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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外編 13篇 天道篇 第10章(장자 외편 12편 천도편 제10장)
이장은 서책과 말과 글로서 도를 전부 알 수도 전해줄 수도 없는데도, 사람들은 서책만 중시하고 도의 본래의 뜻과 의미를 중시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이 모른다는 것도 모르는 것을 한탄한다. 그 사례로 제 환공과 윤편(수레바퀴 고치는 사람)의 우화를 들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도道라 하여 귀하게 여기는 것은 서책書冊이지만 이 서책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말에는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니 그 말이 중시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의미내용意味內容]이다. 뜻에는 따르는 것이 있으니 뜻이 따르는 것은 말로 전할 수 없는 것인데 세상에서는 말을 중시하여 서책을 전하니 세상에서 비록 그것을 중시하지만 중시하기에는 오히려 부족한 것이니 그 중시하는 것이 참으로 중시해야 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모양과 색깔뿐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이름과 소리일 뿐이다. 슬프구나. 세상 사람들은 모양과 색깔, 이름과 소리만으로 충분히 저 도의 실정實情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양과 색깔, 이름과 소리로는 틀림없이 도의 실정을 알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이 어찌 그것을 알겠는가.
환공桓公이 당상에서 글을 읽고 있었는데 윤편輪扁이 당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몽치와 끌을 내려놓고 위로 환공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감히 묻습니다. 임금께서 읽고 계시는 것은 어떤 말입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성인의 말씀이다.”
윤편이 말했다. “성인이 지금 살아 있습니까?”
환공이 말했다. “이미 죽었다.”
윤편이 말했다.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고 계시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로군요.”
환공이 말했다. “과인이 글을 읽고 있는데 수레기술자 따위가 어찌 논의하는가. 그럴싸한 이유를 댄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다.”
윤편이 말했다. “신은 신이 하는 일로 살펴보겠습니다. 수레바퀴를 여유 있게 깎으면 헐거워서 견고하지 못하고 너무 꼭 맞게 깎으면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으니 여유 있게 깎지도 않고 너무 꼭 맞게 깎지도 않는 것은 손에서 터득하여 마음으로 호응하는 것이어서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교묘한 기술이 그 사이에 있으니 신도 그것을 신의 자식에게 깨우쳐 줄 수 없고 신의 자식도 그것을 신에게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나이가 칠십에 이르러 늙을 때까지 수레바퀴를 깎고 있습니다. 옛사람도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을 함께 가지고 죽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따름입니다.”
世之所貴道者書也 書不過語 語有貴也 語之所貴者 意也
意有所隨 意之所隨者 不可以言傳也 而世因貴言傳書
世雖貴之哉 猶不足貴也 爲其貴 非其貴也
(세지소귀도자는 서야나 서불과어라 어유귀야하니 어지소귀자는 의야니라
의유소수하니 의지소수자는 불가이언전야어늘 이세 인귀언 전서하나니
세수귀지재나 유부족귀야니 위기귀 비기귀야니라)
세상 사람들이 도道라 하여 귀하게 여기는 것은 서책書冊이지만 이 서책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말에는 중요한 것이 있을 것이니 그 말이 중시하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전달하고자 하는〉 뜻[의미내용意味內容]이다.
뜻에는 따르는 것이 있으니 뜻이 따르는 것은 말로 전할 수 없는 것인데 세상에서는 말을 중시하여 서책을 전하니
세상에서 비록 그것을 중시하지만 중시하기에는 오히려 부족한 것이니 그 중시하는 것이 참으로 중시해야 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 세지소귀도자서야世之所貴道者書也 : 세속사람들은 서책을 바로 도道라고 여겨 그것을 귀하게 여긴다는 뜻. “책은 도를 실을 수 있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이 중시하지만 중시하는 것은 도에 있는 것이지 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다.”(林希逸)
☞ 의유소수意有所隨 의지소수자意之所隨者 불가이언전야不可以言傳也 : 수隨는 따라오는 것이 아니라 뜻이 따라가는 것을 말한다. 곧 부수적으로 따라온다는 뜻이 아니라 뜻보다 중요한 도道를 따라감을 말한다. 대의大意는 “뜻이 나오는 것은 도를 따라 나온다. 도는 이미 색깔도 아니고 소리도 아니기 때문에 말로 전할 수 없다.”(成玄英)
☞ 세인귀언전서世因貴言傳書 : 세상에서는 말을 중시하는 까닭에(말을 귀하게 여기는 까닭에) 서책을 전한다는 뜻이다. 因은 ‘…을 말미암음’ ‘…하는 까닭에’의 뜻임.
☞ 세수귀지재世雖貴之哉 : 재哉자는 끼어든 문자.
故視而可見者 形與色也 聽而可聞者 名與聲也
悲夫 世人 以形色名聲 爲足以得彼之情
夫形色名聲 果不足以得彼之情
則知者不言 言者不知 而世 豈識之哉
(고로 시이가견자는 형여색야요 청이가문자는 명여성야라
비부라 세인이 이형색명성으로 위족이득피지정이라하나니
부형색명성이 과부족이득피지정이니
즉지자 불언하고 언자부지니 이세는 기식지재리오)
그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모양과 색깔뿐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것은 이름과 소리일 뿐이다.
슬프구나. 세상 사람들은 모양과 색깔, 이름과 소리만으로 충분히 저 도의 실정實情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모양과 색깔, 이름과 소리로는 틀림없이 도의 실정을 알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아는 자는 말하지 않고 말하는 자는 알지 못하는 것인데 세상 사람들이 어찌 그것을 알겠는가.
☞ 시이가견자視而可見者 형여색야形與色也 청이가문자聽而可聞者 명여성야名與聲也 : 도道에 대한 형용으로는 노자老子 제14장의 “보아도 보이지 않는 것을 이夷라 하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 것을 희希라 하고, 붙잡아도 잡히지 않는 것을 미微라 한다. 이 세 가지는 말로 따져서 나눌 수 없다. 그 때문에 섞어서 하나로 삼는다.”라고 한 내용과 제35장의 “보아도 보기에 부족하고 들어도 듣기에 부족하다.”라고 말한 부분을 참고. 또한 달생達生편에 “무릇 모양과 소리를 갖고 있는 것은 모두 사물이다.”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형색形色과 명성名聲은 사물事物의 속성이고 도道는 이런 것을 초월한 데 있음을 말하고 있다.
☞ 과부족이果不足以 : 과果는 필必과 같이 ‘틀림없이’의 뜻으로 쓰였다.
☞ 득피지정得彼之情 : 피彼는 도道를 가리킨다. “이름과 말과 소리와 색깔로 도의 실정을 다 알 수 있다고 말함이다.”(成玄英)
☞ 세기식지재世豈識之哉 : 세상 사람들은 아무도 그것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것을 알겠는가의 그것[지之]은, 도道의 언표불가능言表不可能을 뜻하는 대명사.
桓公讀書於堂上 輪扁斲輪於堂下 釋椎鑿而上問桓公 曰
敢問 公之所讀 爲何言邪
公曰聖人之言也
曰 聖人在乎
公曰 已死矣
曰 然則君之所讀者 古人之糟魄已夫
桓公曰 寡人讀書 輪人安得議乎 有說則可 無說則死
(환공이 독서어당상이어늘 윤편이 착륜어당하하다가 석추착하고 이상문환공하야 왈
감문하노이다 공지소독은 위하언야잇고
공왈 성인지언야라
왈 성인이 재호아
공왈 이사의니라
왈 연즉군지소독자는 고인지조백이부인저
환공왈 과인의 독서를 윤인이 안득의호리오 유설즉가커니와 무설즉사하리라)
환공桓公이 당상에서 글을 읽고 있었는데 윤편輪扁이 당 아래에서 수레바퀴를 깎고 있다가 몽치와 끌을 내려놓고 위로 환공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감히 묻습니다. 임금께서 읽고 계시는 것은 어떤 말입니까?”
환공이 대답했다. “성인의 말씀이다.”
윤편이 말했다. “성인이 지금 살아 있습니까?”
환공이 말했다. “이미 죽었다.”
윤편이 말했다.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고 계시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로군요.”
환공이 말했다. “과인이 글을 읽고 있는데 수레기술자 따위가 어찌 논의하는가. 그럴싸한 이유를 댄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죽임을 당할 것이다.”
☞ 환공桓公 : 제齊나라 환공桓公. 당시 농민보다 하층의 身分으로 대우받았던 미천한 기술자인 윤편輪扁에게서 독서를 통해서는 도道를 파악할 수 없다는 가르침을 받는 사람.
☞ 윤편착륜어당하輪扁斲輪於堂下 : 착斲은 깎음이다. 윤편輪扁은 인명이지만 수레바퀴를 깎는 기술자 편扁이라는 뜻인데 이름처럼 쓰이고 있다. 수레바퀴를 깎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扁이란 이름의 인물로 양생주養生主편 제2장에 등장하는 포정庖丁이나 인간세人間世편 제4장의 장석匠石, 변무騈拇편 제4장의 도척盜跖 등과 같은 방식의 호칭법이다(福永光司).
☞ 古人之糟魄已夫 : 조糟와 박魄(박粕의 가차자)은 모두 찌꺼기, 부夫는 감탄을 나타내는 종결사.
☞ 환공왈桓公曰 : 회남자淮南子에도 같은 내용이 있는데, 거기에는 환공桓公과 왈曰자 사이에 “발끈하며 얼굴빛을 붉히고 성을 내면서[발연작색이로悖然作色而怒].”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그렇게 보면 뜻이 더 분명해진다(王叔岷).
輪扁曰 臣也以臣之事觀之 斲輪徐則甘而不固 疾則苦而不入
不徐不疾 得之於手而應於心 口不能言 有數存焉於其間
臣不能以喩臣之子 臣之子亦不能受之於臣 是以行年七十而老斲輪
古之人與其不可傳也死矣 然則君之所讀者 古人之糟魄已夫
(윤편왈 신야는 이신지사로 관지호니 착륜이 서면 즉감이불고하고 질이면 즉고이불입하나니
불서불질은 득지어수이응어심이라 구불능언이오 유수 존언어기간하니
신도 불능이유신지자하며 신지자도 역불능수지어신이라 시이로 행년이 칠십이도록 이로착륜호이다
고지인이 여기불가전야로 사의니 연즉군지소독자는 고인지조백이부인저)
윤편이 말했다. “신은 신이 하는 일로 살펴보겠습니다. 수레바퀴를 여유 있게 깎으면 헐거워서 견고하지 못하고 너무 꼭 맞게 깎으면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으니
여유 있게 깎지도 않고 너무 꼭 맞게 깎지도 않는 것은 손에서 터득하여 마음으로 호응하는 것이어서 입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교묘한 기술이 그 사이에 있으니
신도 그것을 신의 자식에게 깨우쳐 줄 수 없고 신의 자식도 그것을 신에게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나이가 칠십에 이르러 늙을 때까지 수레바퀴를 깎고 있습니다.
옛사람도 〈말로는〉 전할 수 없는 것을 함께 가지고 죽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임금께서 읽고 있는 것은 옛사람의 찌꺼기일 따름입니다.”
☞ 착륜斲輪 : 수레바퀴를 깎는 기술. 도道에 견주어서 비유한 말이다. ‘착륜지법斲輪之法’ 또는 ‘부착지도夫斲之道’로 표기한 인용문이 있다(王叔岷).
☞ 서즉감이불고徐則甘而不固 질즉고이불입疾則苦而不入 : 甘은 느슨함이고 苦는 빡빡함이다.
☞ 유수존언어기간有數存焉於其間 : 수數는 기술[術].
☞ 행년行年 : 나이 먹은 햇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