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있어 내가 있습니다 2
최영숙
강산이 바뀌어도
그 자리에 같은 모습으로
변함없는 눈길로
나를 바라봐 주는 산
그대가 있어 내가 있습니다
맥없이 눕지 말고
자연 바람 맑은 공기 속에서
맨발로 걸으면 더 좋다며
든든히 응원해 주는 산
그대가 있어 내가 있습니다
가끔은 걷다 칡순 손잡아 주고
쇠뜨기풀 쓰다듬었을 뿐인데
건강 차로 온기를 전해 주고
아낌없이 내어 주는 산
그대가 있어 내가 있습니다
황톳길을 거닐며 명상하고
자갈길을 걸으며 노래하며
둑방길을 거닐며 위로하고
지압길을 걸으며 다독여 주는 산
그대가 있어 내가 있습니다
모델놀이
최영숙
세월이 흐를수록
모델놀이는 이내 사그라지고
소음은 희미해지며
고요는 더욱 선명해진다
숨듯이 드러나는
은유의 아름다움
경계에 선 긴가민가한 순간들이
자연의 미학을 더욱 빛나게 한다
서서히 드러나는 미미한 존재 속에
삶의 지혜 스며들고
그 내면은 언젠가
시간을 넘어 단단히 깊어지리라
팬지꽃
최영숙
여리고 여린 꽃잎
얼고 풀리기를 반복하며
차가운 바람 속에서 떨던
그 밤들은 얼마나 길었던가
겨울 혹한의 숨결 속에
순응하며 살아왔지만
때론 포기의 유혹에
흔들리기도 했네
하지만 끝내 견딜 수 있었던 건
그대와 나눈 온기의 흔적
그 작은 빛이었으리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날
나는 마침내 속박을 벗고
영원의 흐름 속에
한 줄기 바람 되어
나비의 꿈 따라 날아오르리라
어디로 가야 할까
최영숙
우리 어디로 가야 할까
맑은 물이 반짝이고
바람이 속삭이는 곳
우리 어디로 가야 할까
햇살이 마음을 감싸고
생기가 꽃처럼 피어나는 곳
우리 어디로 가야 할까
묵은 것은 바람에 띄우고
새 희망으로 채울 수 있는 곳
맑은 물을 마시면
몸과 마음의 그림자가 지고
햇빛을 품으면
생명은 새벽처럼 눈부시다
그래, 그렇게
자연과 하나 되어 흐를 때
건강은 머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빛을 발하겠지
조화로운 숨결 속에서
아픔마저 길을 잃고 사라지리
오늘도 우리는 스스로를 돌본다
맑은 물처럼, 따스한 햇살처럼,
그리고 자유로운 바람처럼
정적이 흐르고
최영숙
지구는 내 중심을 감돌며 흐르고
고요가 스며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침묵 속에서 시간을 접는다
신경을 거두고 싶을 때
깊이 잠들고 싶을 때
온전히 나에게 스며들 때
비로소 무음의 깊이를 배운다
접고 펼치다 문득
기다리던 소식을 놓치면
아쉬움은 더 큰 여운이 되어
고요 속에서 나를 감싼다
봄마중
최영숙
겨울을 이기는 봄은 없다
살가운 봄바람 불어와
자주 가던 와온을 향해
단걸음에 달려간다
주마등처럼 스쳐 간 그리움
밀물처럼 차오르다
썰물처럼 스러지는 시간
지난날의 추억은
바람결에 흩어져 이내 사라진다
살랑이는 바람 속에
설렘은 다시 움트고
겨우내 얼어붙은 꿈들이
갯골의 물결 따라 되살아난다
이즈음 세상은 여전히 혼란 속에 있고
지친 영혼은 무겁기만 하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마음속엔 언제나 봄이 오기를
늘 봄이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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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산 제38집 출판원고방
38집 원고
시 6편 추가 / 최영숙
솔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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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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