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황증거도 없다…신원 확인도 안된다
"北주장 납득 어려워 4명이 일행 아닐수도"
정부는 북한이 "불법 입국한 남한 주민 4명을 조사 중"이라고 밝힌 지 사흘째인 2월 28일에도
"아직 4명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누가 억류됐는지도 모른다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오지만
안보 부서 당국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고 했다.
먼저 억류자가 북한 인권·종교·탈북자 단체 관계자라면 어떤 흔적을 남겼거나
소속 단체에서 곧바로 대응했을 가능성이 높다.
작년 12월 북한 인권운동가 로버트 박(29·한국계 미국인)의 입북(入北) 때는 소속 단체가 관련 사실을 즉시 공개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 인권·종교·탈북자 단체들을 수소문했는데 실종자가 있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했다.
또 우리 체제에 불만을 갖고 자진 월북했다면 북한은 이번처럼 '불법 입국'이란 표현 대신
'의거 귀순'이란 말로 체제 선전에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북한 소식통은 "중국으로 간 탈북자 A씨의 소식이 한달 째 끊겼다"고 했지만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탈북자를 '남한 주민'이라고 지칭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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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약품 싣고 北으로 떠나는 배 대한적십자사가 북한 조선적십자회에 전달하는 14억원어치의 의약품을 실은 인천 ~남포 정기 화물선인 트레이드포춘호가 27일 오후 인천항을 떠나고 있다./연합뉴스
4명이 강제로 끌려갔거나 우발적으로 넘어갔을 정황도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당국자는 "피랍됐다면 그 과정에서의 마찰 때문에 소문이 났을 것이고,
관광객 등이 실수로 넘어갔다면 남한 가족들이 여태 가만있겠느냐"고 했다.
일부에선 우리 체제에 불만을 품고 넘어갔다가 맘이 바뀌어 돌려 보내달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는 견해를 제기한다.
이처럼 신원 확인이 늦어지자 "마땅한 '대남 카드'가 없는 북한이 사건을 부풀린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지만
"곧 들통나 망신당할 일은 벌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단 정부는 4명이 일행이 아닐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4명은 북·중 국경 등을 통해 각각 들어간 경우를 합한 숫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8일 중국 투먼(圖們)시 인근에서 두만강을 통해 월북했다는 소문이 있는
40대 권모씨가 4명 중 1명일 것이란 얘기도 들린다.
현재 정부는 억류자 신원과 함께 자진 입북인지, 강제 납북인지 등을 먼저 확인해야 대응책을 밝힐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범법자가 자진 월북한 경우와 일반시민이 실수로 넘어갔거나 끌려간 경우는 대응책이 다르지 않겠느냐"
(안보 부서 관계자)는 설명이다. 통일부는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억류자 신원과 입북 경위 등을 묻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건의 장기화 여부는 이번 주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북한이 추방 등으로 사건을 조기 종결하지 않으면 오는 8~18일 열리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가 끝나야 해결될 것이란 분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