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임에도 모처럼 하루 쉬게 되다.
본격적인 봄 관광철을 맞아 4월은 학생 수학여행, 중국 단체손님을 비롯, 많은 관광객들로 붐벼 제주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그러다 세월호사고 이후 손님들이 조금 뜸하더니 이젠 올 봄 시즌도 끝나는 듯 싶다.
비가 내리는 오늘, 오전엔 그간 밀린 집안 일좀 하다 점심식사 후엔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제주시 젊음의 거리인 제주시청 맞은 편 골목길을 찾았다.
제주시 이도2동에 위치한 이 곳은 서울로 치자면 종로2가와 명동을 합쳐 놓은 듯한 곳이라 할까? 암튼 구제주에선 만남의 명소일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이 곳을 걷자니 내 젊은 날 서울 종로2가가 자꾸 떠오르다.
아마도 비가 내린 탓에 조금 센치해진 탓일까 아님 비내리는 날은 원래 지난 추억을 떠올리기 좋은 걸까.ㅎㅎ
그 당시 종로2가엔 Pine Hill, 수련, 뜨락 등 경양식집이 참 많았고 청석골 등 학사주점도 적지 않았다.
종로서적과 종로주단도 빠뜨릴 수 없는 종로2가의 명소. 물론 종로서적은 없어진지 이미 오래지만.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면 친구들과 혹은 여자친구와의 만남을 갖기 일쑤였는데 빨간 카페트가 깔린 계단을 올라 담배 연기 자욱한 그 곳에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와인 혹은 막걸리 한 잔 하며 정담을 나누곤 했지.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지금은 종로2가도 예전의 모습과는 사뭇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암튼 비내리는 일요일, 모처럼 한가함을 갖고 내 젊은 날을 떠올리며 둘러본 제주시 젊음의 거리 풍경을 여기에 소개해 본다.
제주시청 맞은 편에 조성된 구제주 최고의 젊음의 거리 전경. 마치 내 젊은 날 종로2가 골목길과 흡사하다.
나도 저런 시절 있었는데 언제 세월은 그리 흘렀는지
건물의 형태나 분위기가 인사동 쌈짓길과 약간 닮은 듯
자칭 7성급 포장마차란 곳에 글귀가 참 재밌더라는. "인생은 짧다, 그러나 술잔을 비울 시간은 많다"ㅎㅎ
내 젊은 날에도 저런 곳에서 좋아하는 음악과 함께 친구들과 정담을 참 많이도 나누었지. 음악얘기, 철학얘기, 젊은 날의 갈등 등.
비가 오고 어두운 하늘 덕분에 골목길은 마치 어둠이 내린 저녁시간 같은 분위기
제주에도 화사랑이 있다. 젊은날 서울역이나 신촌역에서 경의선 기차타고 백마역에 내려 찾아가던 곳. 물론 지금은 일산 신도시로 그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영화 食客의 영향 탓일까? 식당 이름이 참 재밌다
노래연습장, 요즘은 노래책에서 해당 번호를 찾지 않고 마이크에다 노래제목을 말하면 저절로 찾아주는 모양이다. 세월흐름에 따라 노래방도 자꾸 진화하는 듯.
이제 제주 내려온 지 만 1년이 조금 넘었다.
그간 제주의 여러곳을 다니고 많은 것을 체험하고 배웠지만 아직은 완전한 제주인이라기엔 턱없이 부족.
앞으로 제주에서의 시간이 좀더 흐르면 제주는 내게 또 어떤 모습으로, 또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오늘 비가 내리는 일요일, 모처럼 제주시내를 한갖지게 홀로 걸으며 이런 저런 생각을 떠올려본다.
첫댓글 저도 저 제주의 번화한 거리를 지나며 술 잔을 비워낸 적이 있네요...천천히 걸으면서 옛시절을 추억하셨다니 한가한 어느날을 보내셨군요. 평화로움이 느껴집니다~~^^
신제주 연동 말고 이 곳에도 갔었나요? 담에 제주 오게 되면 함께 가서 젊은이들 틈에서 술 잔을 비웁시다. 물론 우리의 지난 추억을 위하여.ㅎㅎ
안녕하시지요 훈장님? 언제 저 거리를 함께 걸으며 술집들을 기웃거릴날이 오겠읍니까? ㅎㅎㅎ
하이고! 재즈나라님 뵌 지가 언제인지. 제주 거리는 아니더라도 종로거리 함 걸으며 술집 기울이긴 해얄 텐디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