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 야유회 제5화
야유회와 다섯 가지 즐거움
청심 고병균
저녁 식사를 위해 이동한다. 버스 안에서 소감 발표의 시간을 가졌다. 화엄사에서 또는 장미 공원에서 어떤 체험을 했는 느낌이나 생각을 발표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회원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별 말이 없었다.
나는 어땠을까? 회장이 준비한 유인물에 ‘다섯 가지가 즐거워야 삶이 즐겁다.’라는 글이 있다. 그 다섯 가지 즐거움을 충족했었는지 조심스럽게 따져본다.
첫째, 눈이 즐거워야 한다. 해인사를 거쳐 장미축제 현장에 왔다. 그러는 동안 내가 본 것이 많다. 모두가 눈을 즐겁게 했다. 그 중 화엄사의 문화유산을 요리조리 살펴본 일이 즐거움이었고, 동창 친구들을 만난 일도 즐어궁미었다.
둘째. 입이 즐거워야 한다. 차내 간식이 입을 즐겁게 하였고, 점심 때 메기 매운탕과 저녁 때 보리밥 등도 입을 즐겁게 했다.
셋째. 귀가 즐거워야 한다. 곡성 군립 청소년관현악단의 연주를 들을 때 귀가 즐거웠다. 이건 지금까지 내가 느껴보지 못한 특별한 즐거움이었다. 특별하게도 기관차에서 울리는 기적 소리가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리게 하는 즐거움이 되었다.
넷째. 몸이 즐거워야 한다. 아내와 함께 놀이기구를 탄 것이 즐거웠다.
다섯째. 마음이 즐거워야 한다. 야유회를 시작해서 진행하고 마치기까지 재무로서 임무를 무사히 마친 것이 즐겁다. 나의 책 ‘수필. 임진왜란’을 친구들에게나누어 준 것도 즐거움이었다. 이들보다 더 큰 즐거움은 야유회와 관련하여 수필을 쓰게 된 것이다. 며칠 전 문학 회원을 인솔하여 순천만 국가 정원에 다녀왔다. 그러나 그것과 관련하여 수필 한 편 만들지 못했다. 이번에는 글감이 풍부하다. 수필 다섯 편을 쓸 만큼 풍부하다. 이게 무엇보다 내 마음을 즐겁게 한다.
무슨 일이건 마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야유회도 아쉬움이 있다. 행사 시간표를 제대로 짜지 못한 것, 1호차와 2호차 회원 상호간 교류하지 못한 것 등이 아쉽다. 그런데 그 아쉬움이 사라진다. 마음에서 솟구치는 즐거움에 밀려 사라진다. 아침 햇살을 받은 안개처럼 소리없이 사라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