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 알람을 듣고, 발가락을 꼬물거리다가 온몸을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언제나 그랬듯이, 눈꺼풀이 제일 말썽이다. (눈 떠라~ 아침 산책 가야지~)
- 선생님~ 날이 밝아오고 있어요~ 더 밝아지기전에 어제 못다 본 청도읍성을
산책하는 건 어때요? (누워서 합의를 본 다음,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알고보니, 숙소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읍성이 있었다.
어제 저녁 먹고 오다가 살짝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렇게 가까울 줄은 몰랐다.
생각보다 크고도 나름 아기자기한 맛도 있는 성곽 둘레길을 나란히 걸었다.
곤장을 맞고 있는 장면을 재현한 <동헌> 안에 들어갔을 때, 실제모습과 흡사한
인형들의 표정을 보고는 차쌤이 무서워서 저만치 달아났다. 나도 무섭더라야~
그 당시 읍성주변의 민속촌의 모습을 찬찬히 둘러보고는 인근 초등학교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학교도 역시 청도스러웠다. ㅎㅎ)
엊저녁에 무서워서 자세히 못 본 석빙고도 다시 가서 빤히 들여다 보고 왔다.
숙소로 돌아온 시간은 11시, 그때부터 1시간 반 동안 자유시간을 갖기로 하고
차쌤은 책방에 남아 책을 보기로 하고, 나는 남산계곡 산책을 다녀오기로 하고 떠났다.
걷다보니, 길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 걷고 또 걸었다. 낯선 길에 인적이 없으니 돌아가야하나?
망설일때 즈음, 저만치 나무의자에 오두마니 앉아있는 여인이 보였다.
- 올라가는 길입니까? 내려가는 길입니까?
가까이 가서 말을 붙여보니, 올라가는 길이라며 같이 가자고 했다.
안내려 가도 되니, 속으로 어찌나 반갑던지 흔쾌히 수락하고 함께 걸었다.
걷다보니, 나이도 동갑이고, 또박또박 청도이야기를 야무지게도 들려주었다.
출발지에서 표지판을 보고 궁금했던, 통일신라시대에 지은 신둔사라는 절까지 올라갔다.
그녀는 허리수술을 했다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불상앞에서 삼배를 올리고 나왔다.
종교는 없지만, 내가 여인의 도움으로 낯선 절까지 발걸음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절을 한번 할 때마다 읇조렸다.
올라 온길을 그대로 밟으며, 갑장과 함께 내려왔다. 생각보다 멀리 올 수 있어서 좋았다.
차쌤한테는 1시까지 도착하겠다는 문자를 남기고,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차쌤이 영어책 1권을 추천해주었다. 본인은 남편에게 선물할 도덕경을 사고
나는 차쌤이 추천한 영어책을 사서 식당으로 올라갔다.
비프스테이크와 새우 스파게티를 시켜서 맛있는 점심을 먹고는 20% 할인권 석장을
다 소진한 댓가로 다음 방문때, 숙박시설 20% 할인쿠폰으로 교환해서 그곳을 나왔다.
차쌤이 친정엄마든 가족이든 모시고, 꼭 한번 재방문할 생각이 있는것 같았다.
그림책과의 인연으로 만난 차쌤과 동화처럼 1박 2일 여행을 마치고 헤어지기 전
차쌤을 꼬옥 안아주었다.
- 덕분에 즐거웠어요~ 조심히 가셔요~
- 선생님두요~
잔잔한 울림이 있었던 따뜻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내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