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의 유비는 도덕군자다. 그의 덕에 감복한 부하들은 스스로 복종한다. 과연 그랬을까?
수천년이 지난 현대 정치판에서도 그런 미담은 찾기 어렵다. 그런데 그 야만의 시대에 그런 일이 있었다 믿으라니 독자들을 너무 만만히 여긴 거 아닌가?
관운장이 얼마나 오만한가? 미방은 진즉부터 업신여겼고 황충 같은 용장과의 비교조차 불쾌하다. 장비 또한 능력 없는 자는 상대도 않던 자 아닌가? 이런 자들이 어찌 일개 돗자리 장수에게 "형님" 한단 말인가. 중산정왕 후손? 부자, 형제끼리도 속이고 반목하는 난세에 그런 걸 믿으라고?
나관중은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으로 독자들을 우롱한다. 이에 분개한 독자는 보다 합리적인 상황을 추리해본다.
오나라 여걸 손상향
유비와 손상향은 정략결혼이다. 비록 나라를 위해서라지만 꽂다운 나이의 그녀에게 오십대 사내가 탐탁했을 리 없다. 게다가 한 성깔 하는 그녀 아닌가? 그러나....
놀라운지고! 그녀는 유비에게 고분고분 순종한다. 어찌 이런 일이... ?
첫째로는 유비의 절륜함을 들 수 있겠다.
절륜... 그거 여간 힘으론 되는 거 아니다. 무릇 절륜한 자는 올록볼록 온몸의 잔 근육이 대단한 법이다. 평소 잘 쓰지도 않는 잔 근육이 고루 발달했다는 것인즉슨 하루도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입촉 후 60대에 유리 등을 새로 보기도 했다니 실로 대단하지 않은가.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을 절륜 하나만으로 설명키는 무리다. 미루어 짐작컨대 그녀는 맞으며 산 모양이다. 기가 세단 말을 듣던 처녀들도 폭력 남편을 만나면 기죽어 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까...
하지만 손상향이 어디 쉽게 맞을 여잔가?
궁요희라 불릴 정도로 상당한 무예에 남잔지 여잔지 구분 안되는 괴력난신의 시녀들 역시 드글드글 했다. 그런데 이 아마조네스 군단 모두를 유비는 깡그리 제압했다는 얘기다.
일찍이 손상향은 강동의 호랑이라는 부친 손견의 무예를 보며 자란 몸이다. 극동의 아무르 호랑이는 만주, 연해주 근처에 살고 강남지방 호랑이라면 모택동의 무자비한 학살로 멸종위기 종으로 지정된 남중국 호랑이를 말한다. 이 녀석들은 225∼ 265cm의 키에 100∼175kg이나 되는 맹수다.
손견은 이 호랑이에 비견되던 용사였다. 게다가 오라비인 소패왕 손책, 황개 정보 주태 감녕 등등 손가의 쟁쟁한 맹장들, 그리고 손책이 원술 휘하였을 때는 기령 등 원술 진영의 상장들까지 두루 보아온 손상향이다. 그녀가 왈가닥이 된 것 또한 이런 무장들의 영향일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번에 기가 꺾인 것은 유비가 그 맹장들을 단연 압도하는 발군의 무위를 지녔다는 얘기다. 그 앞에선 찍 소리도 못내던 손상향은 유비가 떠나자마자 대번에 본색을 드러내며 발광한다.
공명의 코치로 조운과 장비가 나서지만 기껏 아두를 데려오는 게 한계다. 공명과 조운, 장비의 막강 트리오도 도무지 감당이 안되는 여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비만은 역시 무서워했다는 얘기다. 그러니 유비야말로 절륜함은 물론 손견 손책 기령 황개 조운 장비를 능가하는 무위를 갖춘 쌍고검 고수였다는 결론. 삼국지 최강이라 해도 될 것이다.
도원결의의 진상) 관우 장비가 따른 것은 맞고 나서다.
관운장이 얼마나 오만한 자인가? 어떤 용장일지라도 비교조차 불쾌해 했다. 장비는 또 어떤가? 능력 없는 자는 아예 상대조차 않으려던 인간이다. 이들이 어찌 일개 돗자리 장수에게 까닭없이 "형님" 했겠는가. 중산정왕 후손? 부자가 서로 속이고 형제끼리도 난을 일으키는 시대에?
너무 개연성이 희박한 설정이다. 대신 힘에 밀렸다면? 그렇다면야 더할나위 없이 시대 분위기에 걸맞는 합리적 설명이니 납득 못할 대목이 전혀 없다.
관우가 원래부터 얼굴이 붉었던 건 아니다. 유비에게 얻어터지고 분에 못 이겨 대추 빛으로 변했는데 그 분함이 풀리지 않아 내내 붉은 얼굴이 되고 말았다. 도전한 관우는 그렇게 수염이 뽑힐 만큼 뒈지게 맞고 장비의 퉁방울 눈은 너무 맞은 나머지 고리 눈이 되어버렸다. 여하튼 둘 다 칼 밥 먹고 사는 무인, 유비의 압도적 힘에 꿀려 형님 했다면 수수께끼는 풀린다.
탁현이 무슨 전설의 용사들이 모여사는 곳도 아니고 이미 자웅일대검과 장팔사모, 청룡언월도를 만든 신공이 사는데 지나가다 뽑은 병사가 관장.... 이게 말이 되는가?
관우, 장비는 유비의 우뢰와 같은 선성을 듣고 한판 뜨러 찾아온 외지 주먹들이었다. 결국 다부지게 터져 묵사발이 된 다음 코가 꿰여 아우가 된거다.
유비가 차를 사려고 기다리는 장면에서 시작되는 삼국지연의는 일본 버전이고 나관중 버전에서는 유비를 관장이 찾아와 느닷없이 도원결의를 맺는다. 그 중간 장면 - 관장이 맞는 장면 - 이 생략돼 있는 거다.
서서는 조조에 속은 게 아니라 유비에게서 내뺀 거다.
멋모르고 유비 밑에 들어갔던 서서는 이윽고 진상을 알게 된다. 역할을 재빨리 제갈량에게 떠넘긴 서서는 어머니를 핑계로 튄다. 그리곤 죽은 듯 짱 박혀 전장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그건 공포감 때문이었다. 전장에서 어슬렁거리다 유비라도 만나면... 윽,
삼고초려의 진상) 매타작 세 번에 손든 제갈량.
제갈량은 조조에게 갈 수도 손가에서 시작할 수도 있을 만큼 넓은 인맥, 학맥을 자랑하던 마당발이었다. 손권이 제갈근을 얼마나 신뢰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비 부하가 된다. 왜? 유비는 결코 말로 조근조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거절당하면 댓바람에 주먹부터 나간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던 제갈량이지만 두 번째는 화가 났고 세 번 째 맞을 떄는 공포에 휩싸인다. 그래서 눈물을 삼키며 주먹 앞에 굴복한다.
일단 부하는 되었지만 강압에 못이겨 잡혀온 터라 도망칠 짬을 노리지만 치밀한 유비는 도무지 틈을 주지 않는다. 한방에서 자고 밥도 한 상에서 먹으며 외출 때면 손까지 잡고 다녔다. 틈을 보던 제갈량이 얼마나 절망하고 공포에 질렸을지는 안 봐도 뻔하다. 임화수에게 잡혀와 맞으며 비서노릇 하느라 늘 울며 지냈다는 "눈물의 씨앗" 신세였다.
외출 때나마 그 끔찍한 손아귀를 벗어나보려고 낸 궁여지책이 바로 그 유명한 사륜거다. 그런 세월이 쌓여가며 제갈량은 차츰 길들여진다. 유비는 후사를 이으라 유언하지만 기겁한 제갈량은 파래져 거절한다. 죽으면서까지 넌지시 협박한 악랄한 두목 때문에 제갈량은 평생을 무언가에 쫒기듯 일만 하다 죽었다. 유비의 유언은 그에게 트라우마를 안길 만큼 공포스러웠던 거다.
여포의 천적天敵 유비
유비의 무공을 미루어 짐작해볼 만한 대목은 많다. 귀순한 마초는 유비가 베푸는 극진한 환대에 어안이 벙벙해 사양한다. 그러나 유비는 싫다는 마초를 긴 팔로 꽉 안아 질질 끌고 다니며 억지로 환대한다.
여포가 극을 화살로 맞추는 조건으로 휴전을 강요하자 기령은 불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나 막상 유비는 무덤덤하다.
비빌 곳이라곤 여포의 중재밖에 없는 유비가 이 기상천외한 방법에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은 건 여포의 무공수위를 유리알처럼 빤히 꿰뚫어보고 있었다는 거다.
서량 맹장들과 생활하고 조조의 맹장들과도 겨루어본 천하무적의 여포지만 묘하게도 유비에겐 살갑게 군다. 따로이 갈 곳이 없어서...? 하지만 원소에게조차 깽판 치다 달아날 정도로 생각 없는 여포다.
원래 곰과 호랑이는 서로 겨루지 않는 법. 그러니 유비가 자기의 천적임을 동물적 본능으로 알아챈 여포가 슬슬 피했다는 게 보다 진상에 가까울 것이다. 그 증거로 서주 공격 때는 싫은데 억지로 하는 듯 떨떠름했고 서주를 얻은 뒤에도 자꾸 불안해서 성주 인장을 유비에게 넘겨주려 한다.
유비 일대기
노식 문하에서 공부 ─ 공갈협박
어떻게 관우, 장비를 ─ 맞짱 떠 이겼다.
의용병 5백명은 어찌 ─ 안 오면 패니까.
독우는 말 그대로 패버렸고
공손찬에 빈대붙을 수 있었던 이유 ─ 공손찬은 서당시절 꼬붕
도겸이 서주를 넘기려고 안달한 이유 ─ 맞을까 봐
여포는 장비에게 뺏은 서주를 돌려준다고 설레발 ─ 맞을까봐
조조는 왜 유비를 놓아보냈나 ─ 같이 있다 맞을까봐
관우는 왜 기를 쓰며 유비에게 가려 했나
─ 조조군에 있다 유비에게 들키면...
유표가 순순히 유비를 받아들인건 ─ 까라면 까야지 별 수 있나
서서는 왜 가버렸나 ─ 맞고 사는 게 서러워
서서가 조조군에서 활약 않고 숨어 지낸건
─ 싸움터에서 유비 만날까 봐...
제갈량은 어떻게 ─ 세 번 박살나게 터지고
제갈량은 왜 충성? ─ 평생 맞고 살다보니 노예근성이 배어서
제갈량의 오나라 중신들 설득 Point
─ 조조와 싸우지 않으면 황숙께서 친히 오나라로 오셔서...
그 다음은 상상들 하시지요.
튕기던 황충은 왜 유비를 만나자마자 꾸벅했나? ─ 한바탕 정신없이 맞아서
위연은 왜 제갈량에겐 툴툴 거리나?
─ 같이 맞던 주제에 이래라 저래라 하니까
손부인은 왜 달아나나? ─ 맞고 살던 마누라의 야반도주
이릉대전에서 다 타죽는데 유비는 왜 무사했나?
─ 성질 더런 눔은 불길도 피해간다.
이런저런 정황으로 미루어 유비는 은거고수였다. 무공이 경지에 이르자 은거해 돗자리나 짜며 소일하던 중, 세상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 일어섰다. 짬짬이 야채 기르는 모습은 은거생활에 대한 그리움의 발로였다 |
첫댓글 아니, 최동무가 언제 저기 갔지비?
최문봉이 아니고 얼굴은 김종열 같은데??
그것참............????????
자고로 선수는 선수가 알아보는 법입니다.
매에는 장사없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