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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 | 3건 | 4.5건 | 5.5건 | 15건 | 9건 | 7건 |
△ ‘위안부’ 이용수 할머니 논란 관련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건수(5/7~5/12)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의기억연대와 윤미향 당선인이 위안부 문제 해결에 그간 성과를 쌓아왔고 대중적으로도 알려진만큼 보도가 많은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이 논란을 보도할 때 일제 전쟁 성범죄의 피해자의 인권과 명예,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달린 사안이라는 사실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위안부 해결에 동고동락한 피해자와 시민운동가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다면 그 배경엔 어떤 오해와 한계가 있었는지 전반적으로 톺아보는 시각도 필요합니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방해한 근본 원인이 기본적 역사적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에 있다는 분명한 사실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안타깝게도 사태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타의 정치권 공방처럼 의혹을 부풀리거나 정치적 의도를 드러내는 보도들, 갈등 국면을 확대재생산하는 보도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1. 불필요한 갈등 부추기고, 다른 정치 이슈에 이용하는 보도들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 직후 보도를 쏟아낸 종편 3사에서 가장 두드러진 보도는 윤미향 당선인을 중심으로 갈등 국면을 더 키우는 사례입니다. TV조선 <강제징용 피해 단체들 “윤미향 사퇴”>(5/9)은 강제징용 피해 단체의 윤미향 당선인 비난을 자사 프레임 강화에 이용한 보도입니다. 이용수 할머니의 문제제기나 위안부 문제와 무관한 윤미향 당선인의 신상을 공격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큽니다.
기본적으로 이 보도는 “당사자도 아닌 윤미향 당선인이 강제징용 피해자 보상 발의 법안인 '문희상법'을 반대하고 있다”, “우리 일제 피해자 유족들, 죽기 전에 우리 문제 해결해야 됩니다. 윤미향은 절대 안 된다!”, “위안부 피해자 등을 반일 운동에 이용해 자기 밥그릇을 챙기고 있다” 등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의 기자회견을 받아쓴 구성입니다. 여기서 TV조선은 “반미 선봉자이면서 딸은 미국 유학 보냈다는 지적”을 거론하더니 “평생을 30년 동안 반정부, 반미, 사드도 반대했어요. 자기 딸은 미국 UCLA 보내서 유학하고 있어요. 내로남불이야”이라는 이주성 일제강제동원희생자유가족협회 이사장의 인터뷰를 덧붙였습니다. ‘반미성봉자이면서 딸은 유학 보냈다는 지적’이 사실인지 정당한지 따져보지도 않고 윤미향 당선인을 ‘반정부·반미 인사’로 규정한 발언을 인용한 겁니다. 이를 통해 ‘반미인사 인데 자녀는 미국 유학 보냈다’는 비방을 사실처럼 전달한 것이죠.
한 달전 조선일보가 만든 ‘반미인사 윤미향 프레임’, 재활용한 TV조선
바로 그 ‘반미인사 윤미향 당선인이 딸은 미국 유학 보냈으니 내로남불이다’라는 프레임은 TV조선 자매사인 조선일보가 만든 겁니다. 총선을 코앞에 둔 3월 말, 조선일보는 <단독/반미 구호 외친 시민당 비례, 자녀는 미국 유학>(3/30)이라는 기사로 윤 당선인에게 ‘반미인사’ ‘내로남불’ 낙인을 찍었죠. SNS에 사드 반대 게시글을 하나 올렸다는 이유로 ‘반미’ 낙인을 찍는 것도 조악하지만 ‘반미인사는 자녀 미국 유학 보내면 안 된다’는 논리는 유치한 수준입니다. 자녀를 미국 유학 보낸 사람들이 전부 친미인사가 아니듯이, 반미를 주장하는 사람의 자녀도 자신의 진로에 따라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게 당연하죠. TV조선은 1달도 더 지난 자매사 프레임을 가져와 위안부 문제가 달린 논란에 재활용한 겁니다.
‘반미인사 내로남불’ 프레임은 ‘윤미향 자녀 유학비’ 공세로 이어져
조선일보가 3월에 만든 ‘반미인사 윤미향 자녀 미국 유학’ 프레임을 TV조선이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을 틈타 다시 꺼내드는 정도에 멈추지 않고 ‘기부금 부실 관리’ 의혹을 부풀리는 데 악용했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이틀 뒤 TV조선은 <딸 미 유학 중인데 5년 소득세 640만 원>(5/11)에서 ‘자녀 유학’을 다시 끄집어냈는데 이번엔 ‘유학 비용이 어디서 나왔냐’는 의혹을 던졌습니다. 이용수 할머니가 기부금을 피해자들에게 쓰지 않았다고 문제제기를 한 상황에서 아무런 정황이나 근거도 없이 ‘돈도 없는데 유학 비용을 어떻게 마련했냐’는 질문을 던지며 ‘개인 착복’으로 몰고가는 프레임입니다. 실제로 이 보도는 “부부의 연간 소득을 추정해 보면 5천만원 정도일걸로 보이는데 이걸로 유학비용 충당이 가능했겠느냐”는 질문 외에 다른 주요 정보를 담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이라면 윤 당선인이 기부금 등 금품을 부당하게 또는 개인적으로 유용한 정황을 먼저 발견해 ‘자녀 유학비’에 의문을 보내는 것이 상식적인 흐름입니다. TV조선은 합리적인 사고의 순서를 뒤집어 ‘돈이 없으니 부당한 돈이 있을 것이다’라는 추정으로 윤 당선인을 공격한 겁니다. 언론이라면 ‘부정한 돈’을 먼저 발견한 후 의혹으로 나아가야지, 아무 사실관계나 일단 의혹으로 꾸민 후 ‘부정한 돈이 있는 것 아니냐?’고 던지면 안 됩니다.
심지어 TV조선은 이 보도에서 5월 11일 기자회견 당시 윤 당선인의 급여 수준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자녀 유학’과 무관하게 “눈물이 날 정도로…. 여기서 공개하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최근에 재단이 되면서 최저임금 수준을 조금 넘은 수준”이라 답한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의 모습까지 끼워넣었습니다. 윤미향 당선인의 부당한 기부금 유용이 전혀 없으며, 30년 간 열악한 상황에서도 위안부 운동에 헌신했다는 정의기억연대의 입장을 ‘그렇게 돈이 없는데 유학비 어디서 나왔냐’는 무차별적 의혹에 갖다붙인 겁니다. 정의기억연대로서는 대단히 불쾌할 수 있습니다.
윤미향 당선인이 피해자 돈 못 받게 했다?
이 보도에서 더 주목해야 할 부분은 TV조선이 “윤 당선인이 당시 이 할머니 뜻과 달리 ‘일본 정부의 보상금 1억 원을 받지 말라고 회유했다’는 증언도 나왔”다면서 “'당신이 이걸 받으면 한일 관계가 풀어지니까, 우리가 줄 테니까 그 돈을 받지 마라'. 이용수 할머니가 그 얘길 분명히 했었어요”라는 이주성 씨 발언을 보여준 장면입니다. 이는 중앙일보 <단독/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일본 지원금 받으면 배신자 낙인>(5/11)과 같은 목적을 지닙니다. 2015년 합의 당시 일본이 주는 ‘위로금’을 받고 싶어한 피해자들도 있는데 윤미향 당선인이 “할머니 뜻”을 거슬러 돈을 받지 말라고 “회유”했다는 겁니다. 중앙일보의 경우 더 나아가 할머니들에게 ‘배신자 낙인’을 찍었고 “종용”했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이러한 프레임은 기본적으로 국소적 사실만으로 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역사적, 최종적 목표를 훼손합니다. TV조선은 “이걸 받으면 한일 관계가 풀어지니까 우리가 줄테니 돈을 받지 마라”고 했다는 강제지용 피해단체의 증언, 중앙일보는 “윤미향이 전화해서 ‘할머니 일본 돈 받지 마세요. 정대협이 돈 생기면 우리가 줄게요’하면서 절대 받지 못하게 했는데”라는 익명의 피해자 서신 한 문장으로 ‘윤미향이 피해자 뜻을 묵살했다’는 묘사에 이르렀는데요. 위안부 문제 본질적 해결에 직접 나서는 정대협 등 시민단체는 일본의 법적 책임과 역사적 사실 인정이 배제된 ‘위로금’ 또는 ‘민간 기금’을 당연히 반대해야 합니다. 2015년 합의는 그 위로금을 빌미로 무려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과 ‘국제사회에서 상호 비난 금지’를 약속하려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이와 달리 개별 피해자들은 사정에 따라 2015년 합의에 반대하더라도 위로금을 받고 싶을 수 있으며 실제로 34명의 피해자가 위로금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대협은 피해자들의 개별 사정을 감안해 실제로 시민들의 기금을 모아 지원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아무 근거도 없이 “배신자 낙인”이나 “반일 운동”으로 폄훼해서는 안 됩니다.
빨리 돈 줘서 합의 이행하려 한 박근혜 정부, 보수언론은 ‘피해자 뜻’ 거론할 자격 있나
윤미향 당선인이 일본의 위로금과 관련해 피해자들 뜻을 외면했다고 보도한 TV조선, 중앙일보 등 매체가 과연 ‘피해자 뜻’을 거론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 합의에 따라 만든 화해치유재단이 어떻게 해서든 피해자들에게 돈을 전달해 일본이 원한 ‘최종적·불가역작 해결’을 마무리지으려 했다는 의혹이 나왔을 때, 해당 매체들은 지금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2017년 2월 25일 방송된 SBS <그것이알고싶다> ‘모욕과 망각-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편은 2015년 합의대로 일본의 위로금을 지급한 박근혜 정부의 화해치유재단이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무관하게 끝까지 돈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음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SBS가 당시 입수한 녹취에서 화해치유재단 김태현 이사장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일본이 이것보다는 더 사과를 안한다. 더 돈을 안 내놓는다”, “아무리 끌어봤자 이 사람들 더이상 안 준다”, “살아계실 때 돈 받고 사과 받았다고 생각하는게 의미있다. 돌아가시고 난 다음에는 일본은 해주지도 않는다” 등의 발언을 반복했습니다. “어떤 할머님은 '1억원 잘 받았다. 먼저 죽은 친구들 못 받고 죽어서 안됐다'고 눈물을 흘리셨다. 또 위안부 피해자라는 주홍글씨가 있었는데 아들한테 좀 줄 수 있으니까 그것도 마음에 위로가 된다고 하셨다”며 돈을 받은 다른 할머니 반응으로 피해자들이 돈을 받도록 설득하기도 했죠. TV조선, 중앙일보 등이 지금 윤미향 당선인을 향해 ‘반일 운동을 자기 밥그릇에 이용’, ‘피해자에 배신자 낙인’ 등의 비난을 가하고자 했다면, 2017년 화해치유재단이 갖은 감언이설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주려한 것도 같은 잣대로 비판했어야 합니다.
너무 쉽게 ‘여야 대결’로 치환, 고민 부족했던 건 아닐까
사태 초기 가장 나타난 또 다른 보도 양상은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너무 쉽게 정치권 공방 그 자체로 치환하는 겁니다. TV조선은 <“할머니 기억 왜곡”↔“기부금 내역 공개”>(5/8)에서 “성금이나 국고 지원이나 모든 회계가 할머니를 위한 활동에 집행이 됐는지 따져봐야하는거 아니냐”는 미래한국당 입장, “주변에 계신 최모씨라는 분에 의해서 조금 기억이 왜곡된 것 같고요”라는 더불어시민당 입장을 나열했습니다. MBN <“공동TF 구성” VS “보수 망나니 칼춤”>(5/12) 역시 유사한 보도인데, MBN은 아예 “정의연 후원금 의혹을 둘러싼 논란은 21대 개원을 앞둔 정치권의 최대 쟁점”으로 규정했습니다. 국회의원 당선인 관련 논란이고 각 당에서도 입장을 내기 마련이지만, 위안부 피해자가 직접 문제제기한 사안인만큼, ‘위안부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그리고 위안부 문제 해결’이 최대 쟁점이라는 점을 언론이 확인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의문점, 그에 대한 윤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의 해명, 제기된 의혹의 규명이 보도의 핵심이 되어야 합니다. 언론의 일상적 관행대로 ‘여야 대결’로 바꾼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여기서 ‘조국’이 왜 나와
여야 입장을 받아쓰며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을 정치권 이슈로 가져온 보도는 그래도 그간 언론이 보통 하던 관행으로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이를 한참 벗어난 정치적 보도들도 있습니다.
채널A <[여랑야랑] 조국방패?>(5/12)는 ‘윤미향 당선인이 딸 유학비용 의혹에 해명하지 않고 조국 전 장관을 거론하며 조국 지지 여론에 기대려 한다’는 취지의 보도입니다. 아무 관련도 없는 조국 전 장관을 ‘진보 진영의 방패’로 제멋대로 규정하고 윤미향 당선인이 자신의 의혹을 회피하는 것처럼 묘사한 겁니다. 채널A는 5월 12일 윤미향 당선인이 SNS에 올린 글을 두고 “우리가 매우 익순한 인물을 소환했습니다. 바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신의 딸이 여러 언론의 취재를 받고 있다면서 6개월간 가족과 지인들까지 탈탈 털린 조국 전 장관이 생각나는 아침이다, 이렇게 적었”다면서 “윤 당선자는 이런 의혹들에 해명하기보다 일부 언론과 미래통합당이 만든 모략극이다, 이런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채널A가 언급한 의혹은 “윤 당선자는 자신의 자녀 유학비용을 남편이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금에서 충당했다 이렇게 밝혔는데, 김경율 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이 보상금을 받은 건 2018년이고, 윤 당선자의 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간 건 2016년이어서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 이렇게 지적”했다는 겁니다. 윤 당선인이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를 비유하기 위해 긴 글에서 딱 한 번 조국 전 장관을 언급했음에도 채널A는 “진보 진영에선 위기에 처하면 가장 확실한 대처법이 '조국 방패'”, “진보 진영에서 목소리가 큰 조국 전 장관 지지자들의 지원을 기대하는, 그런 심리가 아닌가”라며 과도한 추정을 내놨습니다. 여기다 “여자 조국”, “뻔뻔함의 일상화는 조국 효과” 등 보수 야권의 비난도 덧붙였습니다.
부실한 의혹 강화하려 ‘조국’까지 동원했나
채널A는 조국 전 장관을 언급한 윤 당선인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보도를 구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정작 채널A가 제목을 포함 무려 10번 이나 ‘조국’을 거론하며 위안부 문제에 ‘조국 사태’를 끌어들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윤 당선인은 “기자가 딸이 다니는 UCLA 음대생들을 취재하기 시작했다. 딸이 차를 타고 다녔냐, 씀씀이가 어땠냐, 놀면서 다니더냐, 혼자 살았냐 등등을 묻고 다닌다고 한다”며 “가족과 지인들의 숨소리까지 탈탈” 털었던 언론을 지적하기 위해 ‘조국 전 장관’을 딱 한 번 거론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 지지 여론에 호소하는 내용은 글 어디에도 없습니다. 채널A 보도는 그 자체로 해석이 과한 겁니다. 또한 ‘조국’을 한 번 언급했으니 ‘조국 지지자들에게 기대려는 것이다’라는 채널A의 논리대로라면, ‘조국’을 10번이나 말한 채널A 역시 윤미향 당선인 및 위안부 문제에 ‘조국 사태’에 비판적인 여론을 이용하는 게 됩니다. 정치적 논란을 제멋대로 이용하는 보도가 무의미한 이유입니다.
이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채널A가 윤 당선인 비판의 토대로 삼은 ‘자녀 유학비 의혹’이 애초에 부실하고도 무차별적인 언론의 공세나 다름 없었다는 겁니다. 앞서 확인한 TV조선과 마찬가지로 이 의혹에 적극적이었던 채널A 역시 이러한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에 동조하며 윤 당선인을 공격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겁니다.
2.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정당화하려는 보도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에서 시작된 언론의 윤미향·정의기억연대 의혹 보도의 핵심 쟁점 중 하나는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윤미향 당선인이 미리 알고도 피해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용수 할머니는 기자회견에서 윤 당선인의 사전 인지를 언급함과 동시에 “외교통상부도 죄가 있습니다. 피해자들한테도 알려야죠. 제가 알았으면 돌려보냈을 텐데, 그 (단체)대표들한테만 얘기하고 저는 몰랐습니다”, “이 사람들이 정신없는 할머니들 이용해서 받았다고 한 거예요. 들어온다는 걸 알아야 말이지요. 들어온다는 거 알았다면 전 그거 돌려보냈을 겁니다. 그걸 속였습니다”라며 합의의 주체인 박근혜 정부 외교부를 강하게 성토했는데요. 이상하게도 언론은 이를 외면한 채 ‘박근혜 정부 외교부가 윤미향에게 합의 내용을 상세히 설명했는데 윤미향이 합의 당일 갑자기 비판했다’, ‘윤미향이 위안부 피해자들이 위로금을 받지 못하게 종용했다’는 프레임으로 비약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정당화하는 겁니다. 이는 윤미향 당선인이 기부금을 착복이라도 한 것처럼 몰아가는 프레임과 같은 정치적 의도로 귀결됩니다. 기부금을 부당하게 쓴 위안부 단체는 정당성이 없고, 2015년 위안부 합의를 한 박근혜 정부의 2015년 합의는 정당하다는 것이죠. 언론의 현재 보도 양태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원하게 하는 일본 정부의 책임을 윤미향 당선인에게 돌리는, 뒤집어진 인식을 키우고 있습니다.
‘2015년 합의 사전인지’? 이미 확인된 사실관계
5월 7일 기자회견에서 이용수 할머니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당시 10억 엔이 일본에서 들어오는 걸 윤미향(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만 알고 있었다”고 말했으니 언론으로서는 사실관계를 따져 보도할 가치가 충분했습니다. 2015년 합의가 피해자를 무시하고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되돌릴 수 없는 사죄 등 근본적 해결마저 요원하게 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했죠.
이 의혹을 규명하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습니다.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가 밝혔듯이 일본 정부의 책임통감, 사죄, 일본 국고 거출 등의 예상 합의안은 이미 합의 이전부터 한일 언론에서 보도가 됐고 2015년 합의의 결정적 독소조항인 ‘불가역적 완전한 합의, 국제사회에서 거론 자제, 소녀상 철거, 법적 책임 없는 위로금’은 한일 양국 정부가 끝까지 비밀리에 합의했기 때문이죠. 합의 2개월 전에 나온 동아일보 <日 ‘위안부, 정부책임’ 절충안 검토>(2015/10/23)의 경우 “△총리가 사죄를 표명하고 △주일대사가 총리의 사죄 편지를 피해자에게 전달하며 △일본 정부 자금으로 위로금을 준다는 내용”을 예상안으로 내놓았습니다. 이런 보도가 타 매체에서도 많았죠. 2017년 외교부의 한·일 위안부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가 2015년 합의 과정을 조사하여 발표한 보고서에도 “최종적·불가역적 해결 확인, 국제사회 비판 자제 등 한국 쪽이 취해야 할 조치가 있다는 것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았다”, “돈의 액수도 피해자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익명의 2015년 합의 관계자’ 증언만으로 의혹 제기해도 되나
이미 드러난 사실들이 이렇게 풍부한데도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2015년 당시 외교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내세워 ‘2015년 외교부는 충실히 설명했고 윤미향이 피해자를 속였다’는 보도가 범람했습니다.
TV조선은 <[따져보니] 윤미향은 몰라다는데…“10억 엔 반응 좋았다”>(5/11)에서 “당시 일본과 협상라인에 있던 정부 핵심 인사들”의 “당시 윤 대표가 외교부 담당 실무진과 식사도 한 것으로 안다”, “윤 대표에게 합의 내용의 핵심 골자를 모두 설명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에 대한 윤 대표의 반응이 부정적이지 않고 오히려 괜찮았다”, “한일 위안부 합의 발표후 정대협 반응을 외교부 관계자들이 의아하게 생각했다”는 일방적 증언을 나열했습니다. 이를 근거로 “외교부 통보엔 불가역적 해결, 소녀상 철거같은 민감한 내용은 빠져있었다”는 윤미향 당선인 측 입장을 반박하는 식입니다. 특히 ‘외교부가 윤미향에게 핵심 골자를 다 설명했고 윤미향도 반응이 괜찮았다’는 내용은 사실상 윤 당선인을 2015년 당시 외교부의 ‘내부자’쯤으로 치부하는 수준입니다. 익명의 일방적 증언만으로 보도하기엔 제기하고자 하는 의혹이 거대하여 더 많은 근거를 필요로 하죠. TV조선뿐 아니라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 다른 매체들 역시 ‘익명의 박근혜 정부 당시 관계자’ 증언 외에는 별다른 추가 근거 없이 이런 보도를 내고 있습니다. TV조선 보도 다음날인 5월 12일, 외교부가 2017년 합의 검증 태스크포스의 보고서, 즉 합의의 주요 내용을 피해자나 시민단체에 알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공식 재확인했습니다.
불필요한 논란 해소하려 한 SBS, 지상파 차별성 보였다
사전인지 의혹에 있어 의문점 해소에 도움이 된 보도는 지상파에서 나왔습니다. SBS는 <“발표 전날 들었지만 독소조항 몰랐다”>(5/12)에서 여러 언론에 나오는 외교 당국자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광주 나눔의집 소장에 물었습니다. SBS는 “합의 내용은 당일에야 들었고, 사전 접촉도 명절 안부를 묻는 정도”라고 확인하면서 “(외교 당국자가) 잠깐 와서 인사만 하고, 선물만 전달하고 가고, 의전상 와서 그냥(있다가 갔습니다)”는 안신권 나눔의집 소장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윤미향 씨의 주장대로 ‘독소조항’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또한 사전인지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 중 한 명인 위안부 합의 당시 청와대 안보실 1차장이던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외교부 TF 보고서 발표 이후 “구체적 설명 내용은 알 수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고 덧붙였습니다. 보도 말미에는 “엉터리 합의의 책임 소재와 관련된 만큼 관련자들의 책임 있는 공개 발언이 필요”하도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매체에서 일본 정부와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윤미향 당선인에게 돌릴 때, SBS는 ‘엉터리 합의의 책임자’가 있음을 지목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