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스콜의 유럽여행은 이탈리아를 향하고 있다.
이탈리아로 들어서면서 함께 여행기를 나누는 분들과 이탈리아에 대한 간단한 상식을 나누어 본다. 좀더 즐겁고 유익한 여행의 체험을 나누기를 원하신다면 다소 귀찮더라도 아래 글을 한 번 정독해 보시기를...
이탈리아가 통일된 것은 150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에는 수많은 도시들이 독립된 공화국으로 서로 경쟁하며 살았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많은 이들이 통일성을 느끼기 보다 강한 지방색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마는 이탈리아의 수도이지만, 이탈리아에는 로마에 버금가는 도시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등 이탈리아는 하나의 나라이면서 동시에 여러 개의 나라이기도 하다.
하나 하나의 도시들이 한 국가에 버금가는 전통과 문화 예술을 자랑하는 나라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의 독특한 매력은 여기서 나온다.
정치적으로는 19세기 중엽 통일 이탈리아 왕국을 이루었고 2차 대전 이후에는 공화국이 되었지만, 로마를 비롯해 밀라노, 피렌체, 베네치아, 나폴리, 시에나 등의 도시들이 통일 이탈리아에 속해 있던 시간은 이들 도시들이 독립된 나라로 살아온 긴 역사에 비하면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이탈리아는 이렇게 오랫동안 독립된 도시국가들이 몇몇 가문의 지배를 받아 가며 독특한 문화와 예술을 꽃피웠던 나라였기 때문에, 그만큼 오스트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외세의 간섭도 많이 받아 왔고 자연히 유럽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는 것은 그러므로 현재의 통일 이탈리아가 아니라 오히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각 도시가 이룩한 독특한 문화를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탈리아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하고 다양하기만 한 나라인 것은 아니다.
이탈리아를 여행한다는 것은 가톨릭이 하나의 사상 체계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문화 예술의 근거로서 이탈리아 전체에 제공했던 하나의 통일 된 논리를 만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역적 고유성과 가문마다 틀린 취향 등이 각 도시를 독특하게 만들었지만, 이 다양성은 가톨릭이라고 하는 하나의 신앙 안에서 전개된 것들이다.
이탈리아의 통일성은 가톨릭 이외에도 로마제국이라는 장구하고 세속적인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 중엽 통일 이탈리아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도 옛 로마제국에 대한 전 민족적 향수와 자긍심 그리고 제국이 끼쳤던 정치, 문화, 예술에서의 통일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통일성은 중세 이후 심하게 훼손되거나 부정되었고 르네상스라는 찬란한 세기도 이 통일성을 부인하고 각 도시 국가들이 상호 경쟁하는 가운데 싹틀 수 있었다.
로마는 이탈리아 수도이지만, 이탈리아 각지에 흩어져 있는 큰 도시들은 로마 못지 않은 사회, 문화적 저력과 역사적 깊이를 간직하고 있다.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유럽 최초의 누드화인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 있는 우피치는 피렌체에 있다. 경제적으로는 남부 이탈리아 보다는 북부 이탈리아가 훨씬 부유하다. 즉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세나 콜로', '최후의 만찬'이 있는 밀라노는 로마를 훨씬 능가하는 이탈리아 금융의 중심지이자 섬유와 패션의 메카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도 북부 이탈리아는 북구와 가깝고 기질에 있어서도 남부보다는 냉철하고 논리적이다. 반면 남부 이탈리아는 정열적이며 낙천적이다. 이런 차이점들은 요리, 의상, 가족관계 등 일상 생활만이 아니라 문화에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열광적인 이탈리아 축구리그 '세리에A'는 언제나 지역 연고라는 강력한 흡인력을 바탕으로 한 도시별 경쟁관계를 전제해야만 이해가 가는 현상이다.
이탈리아 여행의 또 한 가지 매력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그래서 때론 혼란스럽기까지 한 역사와 시간에 대한 체험에서 온다. 수 천년 된 로마 제국의 유적지 옆으로 빨간 페라리가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풍경은 늘 보아오던 이미지이지만, 모종의 깊은 관계가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라파엘로의 부드러운 그림과 베르니니의 꿈틀대는 조각은 이탈리아 디자인의 선과 페라가모, 베르사체의 바디 라인과 전혀 상관없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음악 기호들은 모두 이탈리아어로 되어 있고 구아리네리, 스트라디바리 등 세계의 명기 등 역시 모두 이탈리아 장인들의 손으로 만들어졌으며, 오페라는 이탈리아를 벗어나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다.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듣는 '사계'의 비발디 역시 이탈리아 음악가이다.
이 전통은 지금도 이어져 카라칼라 욕장의 야외 오페라, 고대 원형 경기장인 아레나 디 베로나의 오페라 축제 그리고 밀라노의 스칼라 좌를 아는 이들은 수많은 한국 음악도들이 왜 파바로티의 조국인 이탈리아를 찾는지를 일러준다.
언어적으로 보면 라틴어는 유럽언어의 뿌리다. 프랑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루마니아어 등은 물론이고 각 지방의 방언들도 상당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신화를 보면 그리스 신화를 로마화한 로마 신화는 모든 부문에 걸쳐 서구 상성력의 보고 그 자체다.
비교적 간략히 이 정도의 상식을 훑어보는 것으로 이탈리아 여행을 위한 심호흡을 대신 한다.
버스는 장화모양의 지도 위쪽 구멍 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이탈리아의 대지에서 나는 어떤 여행의 기쁨에 빠질 것인가.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래의 가사처럼 적당한 흥분과 기대의 마음으로 함께 이탈리아를 밟아보지 않겠는가.
꿈의 여행지 이탈리아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밀라노, 피렌체 그리고 로마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
첫댓글 잠이 오지않던 참이었습니다 오랫만에 올려주신 글 잘 봤습니다. 건강하세요..
싱가폴에서 들어오셨군요. 감사해요.
밀라노.피랜체.로마편을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얼른 올려주세요 목아파요...
여칠만에 여행기가 올라와서 반갑게 읽고 갑니다 이탈리아에 대한 사전 지식 감사합니다 이탈리아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배우고 갑니다 지식이 풍부해지는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여행은 3번, 가기 전, 보면서, 다녀온 후 이렇게 하는것이라는데 전 그 3번째를 무지 무지 무지 잘하고 있어요. 물론 신부님 덕분이지요. 감사 감사 감사.
로마행의 기차를 타고 있는듯 합니다. 열심히 올려주십시오.
기대...흥분...감동...기다려집니다...신부님...감사...^^
벌써 그립습니다~
신부님 덕분에 세계사 공부 잘 하고 있습니다. 무전 여행 떠날 만만의 준비 완료!! ^^ 기대됩니다. 감사드려요.
오랫동안 여행기가 올라오지 않아 걱정했답니다. 혹시 환절기에 감기라도 걸리셔서 작업을 못하고 계시지는 않나? 이미 중독이라고 해야겠죠? 좋은 글 감사드리며 이탈리아 여행 기대하겠습니다.
2002 년 4월 이태리에 있었습니다. 신부님 갔다 오신 다음에 갈 껄 그랬어요. 좀더 알 차게 가슴에 담고 올 수 있었을 터인데..글을 읽으면서 흐르는 곡이 알프레도와 비올레타의 절절한 사랑이 제마음을 흔드네요. 신부님은 지난 젊은 사랑의 꿈을 꾸게 하는 군요! '춘희' 후편 메일을 기다리며..
신부님 여행지 계속 따라 다니며 구경 잘 했습니다. 아름다운 여행지 아름다운글 항상 감사 드리며 퍼 갑니다.
신부님의 정열 !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탈리아 여행기의 전초전을 올려주신거네요?...기대가 많이 됩니다,,,훗..심호흡이라고 표현을 하셧군요..말되네요?..ㅎㅎ..
가을날 가슴적시는 음악~~# 잘 감상하고 갑니다.
이탈리아를 안다고,,,,,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럽네요. 유익한 이탈리아공부 고맙습니다.
오늘에야 찾았네요, 슬픈 사랑 이야기와 아름다운 노래..,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머무시는 동안 행복한 여행의 시간들이시길...
산에서 오늘 토요일에 만난 카타리나라입니다.(북한산...) 자주들르겠습니다.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한동안 여행일지가 안올라오고 있네요. 기다려집니다.
저도 2000년 희년에 이태리를 여행 했는데 이런 지식을 알고 갔었으면 더 잘 보았을것 같읍니다 저는 프란치스칸이라 아씨시에 많이 머물고 로마와 다윗동상이 있는 프로렌스를 갔었읍니다 여행 많이 하셔서 좋은것 많이 보여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