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에도 봄은 성큼성큼 다가왔다.
꽃봉이 살 트고 고개를 내민 청매화들 소근 거림과 산신령께 문안인사를 드리려는 생각, 밤잠을 설쳤다. 그래도 기분은 왔따였다.
몇 달만에 친구들 만나고, 복짓는
안전기원제(시산제) 이는 거사가 아니던가.
남쪽은 홍매, 청매가 쫘-악, 쫙 벌어졌다.
매향은 천리를 가고, 인향은 만리를 간다고 했다.
아름다운 동행 인향은 태산까지 번지리라.
아침 샤워를 마친 나는 일 미터라도 향기를 날려보려고 스킨을 발랐다. 근데, 삼 분도 안되어 다 흩어지고 말았다.
헛제삿밥처럼 헛웃음이 껄껄 터저 나온다.
허기사 남산신을 꼬실 일도 없는 데, 향네는 풍겨 무엇하랴. 어줍잖게 향내 풍기다가 산신령께 발길질만 당할테니.
오늘은 햇살이 팽팽하다.
응봉그린공원에 이십분 일찍 도착했다.
사랑이 묻어있는 기다림은 초조하고, 우정이 묻어 있는 기다림은 여유롭지 않았던가.
열두시 삼십분경 안전기웟제를 올렸다.
돼지저금통이 잘 생겼다. 황갈색으로 깔끔했다. 웃고 있다. 인간 축원을 빈다. 참으로 고맙다. 동행친구들이 축원을 올리고, 무릎을 꿇고, 몸을 숙여 삼배를 올렸다.
"행복한 삶을 산길에서 이루게 하여 주시옵소서.
모두 널리 깊게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행복도 사랑도 나눌 수 있는 아름다운동행이 되게 하여 주소서. ... ..."
안전기원제를 마치고 길위에 잔치를 열었다.
팥이 탱글한 시루떡은 찰지고 맛났다. 눌린고기와 새우젓, 홍어무침, 삼색나물, 겉절이 김치, 소주와 막걸리...
너 한 잔, 나 한 잔. 이 곳에서 저 곳으로, 이 쪽에서 저 쪽으로 주거니 받거니. 오늘 시산제에서 우리는 소주와 막걸리를 나누지 않았다. 오직 정과 행복과 사랑으로 잔을 채우고 나누었다. 하여 정에, 행복에, 사랑에 취했을 뿐이다. 오늘은 흠뻑 취하고, 흠씬 젖어도 무방하다.
저 산위를 보라. 산신령도 취해서 덩실덩실 춤추고 있지 않은가. 그래 춤추고 놀아보자. 봄의 축제.
안전기원제 마무리후 뒷풀이 장소로 옮기기 위해 약수쪽으로 내려왔다. 옛거리가 친숙하고 정겹다.
나는 여기까지였다. 개인사정으로 2차 뒷풀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친구들아,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잘 걷고, 잘 먹고, 잘 놀다 먼저 간다오"
올 내내 우리는 건강하고, 행복할거야.
왜냐고, 오늘 남산 산신령님께 재롱을 떨었잖아.
아마도 그 약발이 일 년은 가겠지. 안그래?
"신령님 우리 아름다운동행맘 아시죠?
그럼 이제 알아서 잘 해주세요. 답이 없으시면 O.K로 알겠습니다" 라고 신령님께 카톡 메시지를 보냈다.
아직까지 답이 없으니 허락하신 거겠지
"고맙습니다. 산신령님"
첫댓글 멋진글
반가웠구요
수고하셨습니다 .
기원제 소박한 후기 감성 공감합니다.
글도 맛깔스럽게요.
반가웠습니다.
담길에서 뵙겠습니다.
역시 멋진 친구십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