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문제가 대졸자에게 치중된 데다, 일자리도 대졸자에게 밀려 취업입지가 갈수록 축소되고 있는 등 고졸자를 위한 실업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업전문업체 인크루트(www.incruit.com)가 자사에 이력서를 등록한 구직자를 학력별로 통계낸 결과, 최근 4년 사이(2000년~2004년) 고졸자의 구직자 수가 311.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4년제 대졸 구직자 증가율 193.2%, 전체 구직자 증가율 244.4%보다 높은 결과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7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고졸 실업자수는 49만2천명으로 대졸 실업자 24만5천명(실업률 3.2%)보다 2배 이상 많다. 게다가 전체 실업자가 88만8천명인 점을 감안하면 실업자의 55.4%가 고졸자인 셈.
특히 고등학교 졸업생 중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고 있음에도 불구, 실업자 수는 고졸자가 더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고졸자들의 취업입지가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다.
대졸자에 밀려 갈 곳이 없다
문제는, 고졸자의 실업난이 매우 심각한 지경인데도 실업문제의 포커스가 대졸자에게 맞춰지다 보니 정작 고졸 인력이 필요한 기업과 고졸 구직자 간의 연계가 제대로 되지 않는 ‘미스매칭’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중소제조업 인력현황'에 따르면, 고졸인력 부족률(5.5%)이 대졸인력(4.1%)보다 높게 나타났다. 때문에 대학과 연계한 산·학·연 시스템구축도 중요하지만, 고등학교와 중소기업을 연계시킨 인력양성 프로그램의 활성화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고학력 인플레이션 현상도 고졸 취업난을 높이는 한 원인으로 풀이되고 있다. 고졸자의 8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하는 등 학력 수준이 높아지자 기업들도 고학력 추세에 맞춰 대졸자 위주의 채용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 게다가 고학력자 증가로 인해 고학력자간 취업경쟁이 치열해 짐에 따라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들이 눈높이를 낮춰 ‘하향 취업’하는 현상마저 빚어지고 있어, 고졸자들의 설 곳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실제 중앙고용정보원의 ‘2003년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에 따르면 국내 직업 중 26%가 ‘학력과잉’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대(46.46%), 30대(38.16%)에서 학력과잉이 두드러져 최근의 청년실업난을 반영했다. 최근 몇년사이 대기업의 생산직에 대졸자가 하향 지원하는 것은 물론, 환경미화원, 등대지기 등의 일자리에도 대졸자의 입사지원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9급 소방직 공무원 지원자의 70% 이상이 대졸자였으며, 10급 기능직 등대원을 뽑는데 지원한 전체 응시자의 62%가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자였다.
이처럼 고졸자의 일자리가 대졸자로 대체되면서, 고졸자의 고용 질적 수준도 더욱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루트에 등록된 고졸자 채용공고 중 파견직, 계약직의 채용공고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졸자 갈 곳은 ‘비정규직’ 뿐?
인크루트가 고졸자를 원하는 채용공고를 채용형태별 비중으로 살펴본 결과, 2001년만 해도 고졸자의 정규직 채용공고 비중이 81.4%였으나 2004년에는 48.0%로 크게 줄어들었다. 반면, 계약직 채용공고 비중은 2001년(7.0%)보다 5배 가까이 높은 33.3%(2004년)에 달했다. 파견직 채용공고 비중도 2001년 7.7%에서 2005년 11.2%로 늘어나, 비정규직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고졸자를 원하는 채용분야도 고객상담직, 채권추심, 생산/기능직 등과 같이 일부 직종에 편중돼 있었다. 고객상담의 채용공고의 경우 고졸이상이 83.0%로 가장 많았고, 채권추심직 73.4%, 생산/기능직 63.1%, 경리/회계직 57.7% 등의 순이었다.
이 때문에 고졸자들이 취업을 하고자 하더라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도 고졸 취업난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설사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몇개월 후에는 다시 실업자로 전락할 수 있는 불안정 취업상태인 점도 고졸 취업난 악순환을 지속시키는 원인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중소제조업 인력현황' 자료를 보면, 고졸자의 이직률(16.2%)이 대졸자(8.4%)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만큼 고용 불안상태인 것.
이번 조사를 실시한 인크루트는 “고졸자의 일자리가 대졸자로 대체되고 있어 고졸자가 일할 수 있는 직종 등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며” “고졸자의 취업난이 심각한 데도 대부분 실업대책이 대졸 이상자에게 집중돼 있어 고졸자를 위한 실업대책 마련도 시급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