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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싹들의 합창-채소들이 노래(?)하다!]
3년 전의 일입니다. 아는 분이 채소 농장(?)을 하고 있어 농장에 간 일이 있습니다. 농장은 배추같은 채소가 아니라 우리가 샐러드로 흔히 먹는 그런 채소류를 기르고 있었고, 수천평이 넘는 비닐 하우스를 여러 개 만들어 재배하는, 규모가 큰 농장이었습니다.
그 분의 안내로 여러 개의 비닐 하우스 중 첫번째 비닐 하우스를 별 생각없이 들어간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수천 평이 넘는 비닐 하우스 전체에서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가 났기 때문입니다. 재잘거리는 소리는 너무나 커서 제 귀를 의심할 정도였습니다. 마치 아이들 가득 찬 큰 강당에 들어갔을 때 흔히 들을 수 있는, 또 병아리 수천 마리가 짹짹거리듯, 또는 새들이 가득한 숲에서 들을 수 있는, 시끄러울 정도로 견딜 수 없이 나는 재잘거리는 소리! 그런 소리가 났던 것입니다.
저는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 것인지 몰랐습니다. 혹시나 어느 유치원에서 단체로 농장관람을 왔나 하여 살펴보았지만, 말없이 일하는 분들만 있을 뿐 어린이라고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고요한(?) 곳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고요한 곳에 그런 소리는 계속 들려왔습니다.
저를 안내한 분께 이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분은 전혀 그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히 제 귀에는 들리는데 말입니다.
다시 농장 안을 샅샅이(?) 둘러보았습니다. 그렇게 비닐 하우스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제서야 저는 소리의 근원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비닐 하우스를 가득 채운 채소들은 모두 새싹들이었습니다. 이제 막 땅을 뚫고 싹들이 돋아나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알 수 없는 재잘거림은 바로 새싹들이 내는(?) 소리였던 것입니다. 이제 막 생명으로 피어나는 새싹들이, 생명의 기쁨을 그렇게 노래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 생명의 파동이 제 귀에 그렇게 재잘거리며 들렸던 것입니다.
두 번째 비닐 하우스에 들어섰을 때에도 놀랐습니다. 왜냐하면 그곳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기쁜 노래로 넘치던 첫번째 비닐하우스와 달리, 두 번째 비닐하우스는 드넓은 공간이 이상할 정도로 온통 침묵으로 고요했습니다. 그리고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침울한 기운이 서려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이상하여 농장 안을 자세히 둘러보았는데, 알고보니 두번째 농장은 성인이 된 채소들로 가득 차 있었고, 일부는 이미 상품으로 팔려나간 듯 빈 곳도 꽤 있었습니다. 첫번째 비닐 하우스는 싹을 심는 사람들로 가득했는데, 그리고 돋아난 싹을 북돋우고 가꾸는 사람들로 붐볐는데, 이 곳은 채소를 뽑는 사람들로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갈 때마다 채소들은 듬뿍듬뿍 뽑혀 나가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뽑힌 채소들은 모두 다음날 상품으로 팔려갈 것입니다.
그제서야 느낀 것이, 아하, 채소들도 자기들이 팔려나가는 걸 아는구나! 그리고 옆에 동료가 저렇게 뽑혀 나가니 이 곳에 어두운 기운이 가실득하구나,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을 뽑으러 오는 사람들을 보면 이미 다 자란 채소들이 두려움으로 몸을 움추리는 듯합니다. 제가 다가갔을 때에도 채소들은 몸을 사리며 침묵으로 어서 이 사람이 아무 일 없이 지났으면...하고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침묵과 어둠의 두 번째 농장에서 다시 첫번째 농장으로 나오니, 역시 예의 귀를 가득 채우는 재잘거림이 쉴새없이 울려나왔습니다. 문 하나 사이인데도 한 곳은 생명의 울림이 시끄러울 정도로 울려나오고, 한 곳은 기이할 정도로 침묵이 흘렀던 것입니다. 저는 혹시 제가 잘못 착각한 것은 아닌가 하고 문을 사이에 두고 이쪽 저쪽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는데,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노래와 침묵이 상존하는 것은 제게는 틀림없는(?) 사실이었습니다. 몇번을 오가도 똑같았던 것입니다.
이런 저의 체험을 이상하게 보는 분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 경험은 조금도 과장되거나 거짓된 것이 아님을 말씀드립니다. 제가 이런 이야기를 저를 안내한 분에게 말씀드리자, 그 분은 그런 경험이 없다며 웃으셨습니다만, 그 날의 체험은 저도 신기하여 생생히 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2011.5.15
역시 이 경험이 근거가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