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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스크랩 잡초를 이긴 벼를 보다.
짱stigma 추천 0 조회 117 07.10.10 13:5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생명의 끈기로 잡초를 이긴 벼


  개천절을 맞아 이른 아침에 태극기를 달고, 집사람과 인근에 있는 칠보산을 등산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비록 날씨는 흐렸지만 집을 나선 가을 아침의 공기는 상큼하기만 하다.

  칠보산을 가는 중에 택지개발 예정지구인 호매실택지개발지구를 가로 질러 지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슬도 마르기 전인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몇몇 분들이 벼도 심지 않은 논에서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지난해 수확할 때 떨어진 씨앗이 스스로 싹을 틔우고 농부의 보살핌 없이도 잡초 틈새에서 꿋꿋히 자라 탐스런 이삭을 달고 있는 벼.


  심지도 않은 벼가 누렇게 익다.

  무엇을 하는가? 궁금하기도 하여 가까이 다가가 보니, 지난해 벼를 수확하다 떨어진 낱알이 싹을 틔우고 군데군데 자라서 누렇게 익은 것이 아닌가? 동작이 빠른 몇몇 분들은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을 훑고 있었던 것이었다. 볍씨도 뿌리지 않고 돌보지도 않았는데 잡초와의 치열한 경쟁을 하며 누렇게 익은 벼 이삭을 보며 생명의 끈기를 느꼈다.

  필자도 집사람과 일정을 당겨 단거리 코스를 택해, 칠보산을 냉큼 다녀온 후 낫과 마대자루를 챙겨 논으로 나가 알곡을 수확하기로 했다. 등산을 하고 와 논으로 나간지라 벼 이삭을 따는 사람 수가 꽤 늘었다. 다다른 논에는 생각보다 많은 벼가 잘 자라 누렇게 황금색 이삭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누가 벼를 심은 것도 아닌데..., 자기 스스로 자라 이삭을 맺은 벼가 신기해 몇 장의 사진을 찍고는 본격적으로 벼 이삭을 수확했다. 탈곡과 운반할 것을 고려해 벼 이삭만 수확하기로 했다. 콧노래를 부르고, 오순도순 이야기하며 벼 이삭을 수확한 지 3시간도 안 돼 큰 마대자루로 꽉꽉 눌러 4자루가 되었다.

  잡초 틈새에서 군데군데 잘 익은 무공해 벼 이삭을 낫으로 수확하고 있는 필자.

이삭만 수확한 벼, 버려질 소중한 친환경 쌀을 불과 3시간만에 한 가마니나 건지게 됐다. 

 

  친환경 무공해 쌀을 먹게 되다.

  비료도 한 움큼 주지 않았고 농약도 한 번 뿌리지 않았으니 정말 무공해 친환경 쌀이다. 이제 잘 말려서 도정만 하면 쌀 한 가마니는 그냥 얻은 셈이다. 벼 이삭을 수확하는 도중 이리저리 튀는 수많은 메뚜기를 보면서 무공해임을 실감했다.

  수확한 벼 이삭을 자루에 다 채우고 집사람과 앉아 준비해 간 포도랑, 연시 감과 배를 깎아 먹었다. 집사람은 공짜로 친환경 쌀을 얻게 되어 그런지 연실 내 어깨를 주무르며 낫질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라며 추켜 세운다. 하지만, 필자는 넓게 방치된 논을 보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약도 안치고 비료도 안주고 자란 논에는 벼 메뚜기들의 천국이었다.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은 논 배미에는 이같은 거미들도 가끔 볼 수가 있었다.

 은밀한 곳에서 실잠자리 부부가 사랑을 나누고 있는 정겨운 모습도 포착되었다.


  방치된 농지, 영농금지 행위는 잘못

  우리가 벼를 공짜로 수확한 지역은 올해 말부터 2012년까지 택지개발이 진행될 지구이다. 하지만, 이 지역 개발을 맡은 시행사가 무계획적인 행정으로 이 넓은 농지를 아깝게 1년간 묵힌 것이다. 아직 택지개발은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인데 영농행위 금지조치로 이 넓은 땅을 그대로 내버려두고 만 것이다.

  더욱 치밀한 계획과 일정을 검토했다면 이 많은 땅을 그대로 놀리지 말고 올해는 영농을 하도록 했어야 옳다. 보상이 끝났으니 농사를 짓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착공계획이 올해 말 이후라면 보상을 했더라도 농사는 짓도록 배려했어야 옳다. 이는 누렇게 익은 벼가 항변하고 있지 않은가?

영농금지 현수막이 걸린 논에 스스로 자란 벼가 익고 있다. 1년농사를 짓도록 했어야 옳다.


  생태계 교란, 주민 피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개발지구로 편입되지 않은 인근 논에선 벌써 잘 익은 벼를 수확하는 콤바인 소리가 굉음을 내며 수확의 기쁨을 가져다주고 있어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일 년 농사를 짓지 않다 보니 논과 밭에는 온갖 잡초가 무성하고, 모기와 각다귀 등 곤충의 개체가 급속히 늘어나다 보니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생활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같은 피해는 사업을 시행하는 회사가 기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생각하고, 소중한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생각했다면, 이렇게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수많은 사업을 시행하는 공사가 앞으로는 이러한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 시행에 앞서 보다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로 사업을 시행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인근 주민의 공감대도 얻고 생활편의와 경제적 손실 등을 최소화할 것이다.

농사를 짓지 않아 잡초만 무성하게 자란 논. 논과 밭은 생명을 잃은 채 온갖 잡초와 해충만이 무성해 인근 주민피해만 가중되고 있다.

 인근 논에서는 탐스럽게 익은 벼를 수확하는 기쁨이 가득하다. 논에는 벼가 심겨 있어야 역시 아름답다. 


          <김용길 / 농촌진흥청 정책홍보담당관실 ☎ 031-299-24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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