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4일 AM09:30 MBC라디오 여성시대 "윤병대의 맛있는 여행" (FM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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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인사)
MC> 가을이 점 점 깊어 갑니다. 이제 그리 멀리 가지 않아도 가을을 만끽 할 수 있을것 같은데 우리지역에서 가까우면서도 특별한 곳 없을까요?
윤> 왜 없을까요. 경북은 넓은 지역과 산 바다 모두를 가진 갈 곳 많고 볼 것 많은 지역입니다.
그 중 문경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석탄 광산이 성업을 했으며 대표적인 탄광지역이었습니다.
"문경에 가면 강아지도 지폐를 물고 다닌다 안동에 가서 양반자랑 말고 문경가서 돈자랑 하지 말라"고 할 만큼 흥청거렸지만 석탄은 얼마 안가 사양산업으로 밀려나면서 문경의 석탄을 나르던 가은선 철도와 탄광들은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이런 가은선 철도와 폐광지역에 요즘은 사람들의 발길이 넘쳐 납니다.
오늘은 그 문경으로 한 번 가 볼까 합니다
MC> 대구에서 가까운 문경에 가면 특별한 먹거리가 뭐가 있을까요?
윤> 문경에 가면 약돌돼지란 간판을 참 많이 보게 되는데요.
문경의 석탄 산업이 사양화 되며 경제적인 침체에 빠질 때 쯤 예전의 점촌지역인 문경시 가은읍 일대에서 '거정석'이 발견되며 문경은 또 한 번의 호기를 잡게 되는데, 이 거정석은 화강암의 일종으로 건강에 좋다는 미네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약돌이라 불리게 되었고, 아무리 몸에 좋다지만 돌을 그냥 먹을 수는 없고 연구 끝에 돌을 갈아서 돼지사료에 첨가 시켜 돼지에게 90일 정도 먹여 고기의 육질을 더 좋게 하였다는 겁입니다.
돼지고기의 맛은 보통 불포화 지방산과 필수 아미노산 함량이 좌우하는데 이 약돌을 먹인 돼지는 안먹인 돼지에 비해 육질이 쫄깃하고 부드럽고 먹은후 입안에 기름기가 남지 않아 산뜻하고 돼지특유의 냄새가 없고 식어도 잘 굳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돼지 기름이 물에 잘 분해 되니 체내에 축척이 덜 되어 그야말로 건강돼지 웰빙 돼지고기가 된 것이지요
MC> 문경에 가면 약돌돼지로 만드는 요리들은 뭐가 있나요?
윤> 돼지 한마리 잡으면 부위별로 나누어지는데 그 중에도 온 국민이 누구나 좋아 한다는 삼겹살 구이는 기본이고 약돌 성분이 녹아 나와 가장 효과가 좋다는 샤브샤브 요리가 단연 인기가 높습니다.
‘샤브샤브’는 원래 ‘살짝살짝’ 또는 ‘찰랑찰랑’ 이란 일본어 의태어에서 온 말인데, 13세기 징기스칸이 투구에 물을 끓이고 즉석에서 양고기와 야채를 익혀 먹은 것에서 유래하며 일본에서 현대적 의미의 샤브샤브 요리가 개발된 후 국내에 알려져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흔히 샤브샤브는 야채나 쇠고기, 꿩고기 등이 재료로 쓰이지만 돼지고기는 다소 질긴 육질과 누릿한 내음 때문에 샤브샤브로 요리하는 것은 어렵기도 하지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지 못할 것이 뻔해 지금까지 개발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경시농업기술센터는 지역 특산물인 약돌돼지고기가 특유의 누린내가 없고 등심 등 일부 부위는 육질도 부드러워 샤브샤브에 적합하다는 판단 하에 1년여의 연구 끝에 지난 2003년 약돌돼지 샤브샤브를 개발해 냈습니다.
‘약돌돼지 샤브샤브’는 버섯, 다시마 등 천연 재료로 진하게 우려낸 국물에 각종 야채와 약돌돼지고기를 살짝 익혀 먹는 약돌샤브샤브는 다른 샤브요리 보다 훨씬 싸게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샤브요리를 먹고 난 뒤 나오는 영양죽과 칼국수 맛도 일품입니다.
MC> 샤브하면 비싼 요리라고만 생각했는데 돼지고기로 샤브를 해 먹는다니 의외네요 그 외 또 다른 것은 없나요?
윤> '약돌돼지 솔잎 한방찜’이 있는데 왠지 약돌이란 말과 잘 어울리는 이름 같지 않습니까?
삼겹살과 족살을 솔잎을 밑에 깐 뒤 15가지 양념을 보름동안 숙성시킨 소스로 익히고 인삼, 대추, 밤, 버섯 등을 고명으로 얹은, 듣기만 해도 몸에 좋을 것 같은 건강식품입니다.
보기에도 맛깔스러운 약돌돼지 솔잎 한방찜의 깔끔한 육수를 먹을 때의 질감과 담백한 뒷맛은 은은한 깊이와 함께 왠지 건강해진 느낌이 듭니다.
그윽한 솔향과 각종 한약재가 고루고루 깊이 베인 약돌돼지를 고추냉이에 절인 무에 얹고 그 위에 양파와 기관지에 좋다는 절인 산초 고추를 싸서 입에 넣으면 솔잎의 깔끔한 맑은 육향으로 먼저 코가 즐거워 집니다.
약돌돼지 한방찜은 요리를 준비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해 두고 가면 편리합니다.
그 외에도 문경새재 부근에 늘어선 식당가 어디를 가나 맛 볼 수 있는 고추장 불고기는 문경 약돌돼지의 가장 흔한 모습이라고 해야 할 정도입니다.
돼지 목살을 양파와 마늘을 간 양념에 먼저 잰 뒤에 고추장과 참기름으로 조물조물 버무려 숙성후 숯불에 석쇠로 구워주는 고추장 불고기는 가늘게 쓴 파나 양파 채와 함께 쌈 싸 먹으면 일명 막걸리를 부르는 돼지고기 요리가 됩니다.
약돌돼지로 자신감을 얻은 문경시가 최근에 좀 더 고부가가치를 얻기 위해 내 놓은 약돌한우도 요즘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는데 곳 곳에 약돌한우타운을 만들고 우리 한우의 우수성을 앞세워 성업중입니다.
약돌돼지든 약돌한우든 틀별한 약효와 맛이 있다고 하니 이 좋은 계절에 그냥 먹기만 해도 왠지 건강 해 질 것 같지 않습니까!
MC> 건강에 좋은 약돌돼지 맛있게 드셨다면 문경에서 무엇을 보고 오면 좋을까요?
윤> 문경은 예로부터 산줄기 사이로 수많은 고갯길이 열렸습니다.
지금도 문경새재, 영남대로 등 예전 과거를 보러 한양에 오르거나 물건을 팔러 전국을 떠돌던 보부상들이 다니던 많은 옛길들이 남아 있고 그 중에도 가족과 함께라면 하늘재란 옛길을 추천합니다.
하늘재는 경북 문경과 충북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를 잇는 고갯길로 하늘과 맞닿아 있다고 붙여진 이름이기는 하나 해발 525m의 오솔길 같은 고갯길입니다.
하늘재 여행은 문경읍 관음리에서 시작하는 것이 편하며 하늘재 정상에서 미륵리로 내려가는 고갯길은 숲이 우거진 오솔길로 거의 내리막이라 누구나 편하고 쉽게 걸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잔주름이 깊게 자리잡은 부모님 손을 잡아 본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납니까...?굵은 손마디가 가녀리게 변한 아버님, 어머님 손을 잡으며 옛이야기 나누거나 또는 어느새 부쩍 커버린 아이의 손에서 대견함을 느끼며 걷다 보면 맑은 솔향기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에 세상시름을 잠시 묻어 두고
2㎞ 남짓으로 천천히 걸어도 40분이 걸리지 않습니다.
가족과 함께 하늘재를 걸었다면 가장은 따로 할 일이 있습니다. 가족들이 미륵사 터를 돌아보고 있을 때 쉬지 말고 포암산 입구에 세워 놓은 자동차를 가져와야 합니다
MC> 이 가을을 만끽 할 수 있는 참 좋은 곳이 가까이에 있었네요?
윤> 가족 나드리로 좋은 것이 문경에 또 하나 있는데, 문경 온천의 물은 전국에서 제일 좋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문경종합온천은 지하 900m 화강암과 석회암층에서 끌어 올린 칼슘· 중탄산온천수를 쓰며 온천수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철분을 다량 포함하고 있는 온천수가 공기와 만나면서 산화되어 색깔이 변하여 마치 진흙을 옅게 풀어 놓은 것처럼 온천수가 연갈색을 띠고 있습니다. 또한 끈끈하고 하얀 미네랄이 떠다녀 ‘더러운’물로 오해를 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효능은 탁월하다고 합니다.
가볍게 산길 걷기를 끝내고 난 뒤 온천욕도 참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