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에세이】
일선 경찰관의 ‘따뜻한 말 한마디’
― 경찰에게 감사하는 한 원로 작가의 전화를 받고
윤승원 전 경찰 정보관 /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윤 선생님, 서대전지구대에 혹시 아시는 경찰관이 있으신지요?”
팔순의 원로 문인 김용복 작가(극작가, 문화평론가)의 전화였다. 문학 단체 활동을 통해 인연을 맺은 김 작가는 평소 필자에게 다정다감한 전화도 이따금 주시고, 카톡 대화도 자주 나누는 분이다.
▲ 김용복 작가
갑작스럽게 ‘서대전지구대’라니, 원로 문인이 경찰관서를 언급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세상 사람들이 대체로 ‘좋은 일’보다는 ‘불미스러운 일’로 찾는 곳이 경찰관서 아닌가.
경찰공무원으로 퇴직한 지 12년이 넘었으니, 현직 경찰관들을 알고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씀드렸다.
▲ 대전중부경찰서 홈페이지 『서대전지구대』 소개 사진 캡처
그러자 김 작가는 웃으면서 말했다.
“치매 앓던 아내를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울적할 때마다 자주 걷습니다. 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가 다리도 좀 쉴 겸 경찰 지구대를 찾았어요. 커피 한 잔 얻어먹고 싶었지요. 그런데 지구대에 근무하는 경찰관들이 어찌나 친절한지…”
김 작가는 경찰관들을 칭찬하면서 필자에게 부탁했다.
“이렇게 친절하신 경찰관들이 윤 선생님 후배 경찰관들 아니오? 격려 전화라도 한 통 해주시면 어떨지요? 제가 크게 감동했다고요.”
팔순 어르신이 경찰 지구대에서 커피 한 잔 대접받으면서 얼마나 따뜻한 고마움을 가슴으로 느끼셨는지, 근무자들의 이름까지 줄줄 알려 주었다. 김동수 지구대장, 김원기 팀장, 그리고 순찰 2팀 여경 이형주 순경.
처음, 낯선 방문객에게 “무슨 일로 오셨어요?” 묻는 여경에게 “차 한 잔 얻어먹고 쉬었다 가려고요.”라고 김 작가가 대답했다고 한다.
이형주 순경이 따끈한 커피를 대접하면서 말씨가 어찌나 상냥하고 살갑게 대해주는지, ‘마치 손녀딸이 할아버지를 바라보는 눈빛’이었다고 한다.
김 작가의 표현에 따르면 ‘혼자 앉아 커피 마시는 노인네가 애처로웠던지 중년쯤 돼 보이는 경찰관이 앞에 와 앉으면서 다정하게 말을 건네더라’라고 했다.
“어르신, 지나가시다 차 한 잔 생각나시면 가끔 들러 주세요.”라고 하기에 무궁화 꽃 한 개 달린 경찰관의 나이를 물었더니, ‘내 아들과 동갑’이었다고 한다. 정년이 5년쯤 남았다는 그는 인정이 철철 넘치는 표정으로 김 작가와 따뜻한 말벗이 돼 주었다고 한다.
김 작가는 그 순간의 따뜻했던 마음을 내게 진지하게 털어놨다.
“이제 내 나이 팔순을 훌쩍 넘겼으니, 언젠가는 하느님이 계신 곳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죽어서라도 이런 분들을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민중의 지팡이」를 뛰어넘어 내 아들, 딸, 손자, 손녀 같이 느껴져 든든하고 행복했습니다.”
필자는 원로 작가의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가 떠올랐다. 어머니는 내가 군대 가고 시골집에 혼자 사셨다. 노인이 외롭고 쓸쓸할 때, 유일한 말벗이 돼 준 사람은 순찰하던 지서(支署) 순경이었다.
내 어머니는 지서 순경의 핸섬한 외모며, 친자식같이 따뜻하게 대해주던 친절한 모습을 기회 있을 때마다 말씀하셨다. 경찰에 대한 인상이 남달리 좋으셨던 어머니는 내게 경찰공무원 시험에 응시하기를 권유하셨다. 결국 필자는 어머니의 권유로 30여 년 경찰관으로 봉직했다.
연로하신 어른들은 젊은이가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에 감동한다. 하지만 어느 낯선 길거리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외로운 노인의 말벗이 돼 주는가. 쉽지 않은 일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식, 손자가 아무리 많아도 모두가 자기 일에 바쁘다.
컴맹이라 그 흔한 인터넷도 할 줄 모르고 스마트폰이 있어도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줄 몰라 겨우 전화통화만 한다. 그런 어른들에게 필요한 여러 형태의 복지 공간이 동네마다 있지만, 모든 어르신이 다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한평생 교단에서 학생을 지도했고, 퇴직 후에는 왕성한 작가 활동으로 바쁘게 살아가는 김 용복 작가. 팔순 연세에도 젊은이 못지않게 인터넷도 잘하시고, 스마트폰 활용도 능수능란하지만, 사모님을 하느님 곁으로 보내고 눈물로 지내는 날이 많다.
도심 거리를 정처 없이 걷다가 경찰 지구대에 들러 차를 마시면서 경찰관들과 담소하는 원로 작가의 모습이 한 동안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잠시나마 어르신의 따뜻한 말벗이 되어 주었던 서대전지구대 후배 경찰관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마침, 이번 주 금요일(10월 21일)이 ‘경찰의 날’이다. 국민으로부터 사랑받고 칭찬받는 뜻깊은 ‘경찰의 날’을 맞이하여 선배 경찰의 한 사람으로서 현직 경찰관 모두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밝고 건강한 사회를 위해 늘 좋은 글 써주시는 원로 문인 김용복 작가님의 만수무강도 기원합니다. ■
2022.10.18.
윤승원 소감 記
첫댓글 ♧‘경찰문인회’ 카톡 대화방에서
◆ 남병근(시인, 경찰문인회장) 22.10.18. 13:05
윤 선배님 따뜻한
에세이 잘 읽었습니다.
경찰관의 친절한 말 한마디가
이렇게 큰 감동을 주네요.
저도 사실은
바쁜 영등포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감성과 따듯함으로
시민들을 대하면 좋겠다 싶어
영등포문화포럼을
창립하고
이어 부천, 인천, 광화문 등
근무지마다
문화포럼을
시작했습니다.
그 덕분인지
시민 친절만족도도
개선되었지요.
30년간의
지구대 등 근무 추억이
떠오릅니다.
선배님들
환절기 감기 유의하시고
행복한 가을 보내십시오^^
▲ 답글 / 윤승원
경찰문인회 남병근 회장님의 귀한 격려 말씀을 듣고 보니
졸고 에세이를 소개한 보람을 느낍니다.
일선 경찰관들이 남몰래 친절 베풀고 선행도 하고
지역 주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일이 많아도
잘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현직에 있을 때 정보 분야 일을 하면서
동료 경찰의 훌륭한 인품과 함께 숨은 선행과
본받을만한 에피소드를 발굴하여 정보보고서도 쓰고
수필로도 써서 대내외에 적극 알리기도 하였습니다.
‘경찰문학’이 추구하는 가치도
밝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일이라면 좋겠다고 평소 생각해 왔습니다.
사실 <따뜻한 말 마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고,
가슴으로 고마움 느끼는 분도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사실, 그런 놓치고 싶지 않은
일상의 보석을 발견하는 일에 작은 보람을
느낀다면 참으로 유익한 일이겠습니다.
남 회장님 따뜻한 마음 가슴으로 느낍니다.
감사합니다.
♧ 카카오스토리에서
◆ 최원현(수필가, 한국수필가협회 이사장) 22.10.18. 14:14
이런 사회 이런 경찰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지요.
▲ 답글 / 윤승원
최 선생님의 따뜻한 격려 말씀이
묵묵히 자기 직분에 충실한 전국 경찰의
사기를 크게 높입니다. 감사합니다.
♧대전수필문학회 단체대화방에서
◇김용복(작가) 22.10.18.21:05
윤승원 선생님, 고마워요.
경찰관 후배들이 모두 윤선생님 마음 닮아 친절한가 봅니다.
자랑스러웠습니다. 경찰관들이.
♤ 답글 / 윤승원
마침 내일 모레 <경찰의 날(21일)>을 앞두고
김용복 작가님이 시의 적절한 글감을 제공해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경찰에 대한 신뢰와 애정의 눈을 가지셨기에
작은 친절에도 그렇게 큰 고마움을 표현해 주시는 것이지요.
전국의 많은 경찰이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르신을 더욱 공경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따뜻한 친절을 베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ㅡ 윤승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