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218 '동해 월경' 북한 주민, 6시간 바다수영?… 눈뜨고 또 당한 軍
차가운 겨울 바다에서 대여섯 시간 헤엄쳐 월남하는 게 가능할까? 2월 1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전날 북한 주민이 동해안 해변으로 상륙했다는 국방부의 보고에 “과연 가능한 일이냐”는 의구심이 제기됐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추운 날씨였고 수온이 4~5도였다고 한다. 이런 곳에서 몇 시간씩 수영하는 게 가능하냐”고 물었다. 신원식 의원은 “북한 주민이 처음 발견된 곳이 군사분계선(MDL)에서 직선거리로 3.6㎞이지만 군의 감시를 피하려면 5㎞ 정도는 둘러 헤엄쳐야 한다”며 “마찬가지로 북한군 경계병도 피하려면 북쪽으로도 5㎞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바다에 들어가야 하므로 총 10㎞ 이상을 헤엄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낮은 수온에 그렇게 오래 머물면 저체온증에 걸려 살아남기 어려운데 어떻게 바다로 월남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욱 국방부 장관은 “우리가 갖고 있는 데이터로는 그 정도 수온에서는 수영할 수 없다는 것으로 나왔다”며 문제 제기에 대해 일단 수긍했다. 그러나 서욱 장관은 “현장 확인 결과, 당시 북한 주민이 잠수복을 입었는데 방수복처럼 일체형이 된 옷에 그 안에 점퍼 같은 것을 입고 졸라매서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돼 있었다”며 “대략 6시간 정도 수영해서 왔다고 진술했는데 그렇게 체온을 유지하며 잠수하고 헤엄치고 온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서욱 장관은 “잠수복 사진이 있다”며 “좀 더 자료가 정리되면 공개할까 한다”고 말했다. 서욱 장관은 또 아직 조사가 초기 단계여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전제로 “월남한 북한 주민은 민간인인 것 같다”며 “수영으로 왔다고 진술했으며, 해안가에서 족적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 “군사분계선(MDL)에서 3㎞ 떨어진 철책전방 해안에서 월남한 북한 주민의 첫 족적이 발견됐다”고 보고했다. 박정환 본부장의 보고 등을 종합하면, 북한 주민은 이날 새벽 해안에 상륙한 뒤 바로 남쪽 지점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을 벗고 일상복으로 갈아 입은 뒤 해안가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왔다. 그러다가 도중에 해안철책 하단의 배수로를 통해 내륙 안쪽으로 들어온 뒤 7번 도로를 따라 5㎞ 이상 내려왔다.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은 곳곳에 설치된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지만, 새벽 4시 20분께 민통선 검문소 시시티브이(CCTV) 화면에 잡힐 때까지 아무도 알지 못했다. 박정환 본부장은 “북한 주민이 검문소 화면에 포착되자 마자 곧바로 동쪽 해안 방향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후 8군단과 22사단 수색병력이 출동했고, 3시간 만인 오전 7시 20분 민통선 이북 동북방 들판에서 북한 주민을 붙잡았다.
군은 지난 2월 16일 발생한 강원 고성군 북한 주민 월남 사건과 관련, 해안감시 경계작전 등에 문제가 있었다고 2월 17일 밝혔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22사단 해안경계 작전과 경계 관리 실태를 합참이 우선 확인했다"며 "미상인원이 해안에 상륙한 이후 감시장비에 몇 차례 포착됐지만 해당부대는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가 훼손됐음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정환 본부장은 "민통선 이북에서 발견 및 신병을 확보해 3시간 만에 작전을 종결했지만 경계작전 요원과 경계시설물 관리 등 해안감시와 경계작전에 분명한 과오가 식별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라서 향후 합참과 지상작전사령부 합동 현장 조사 후 경계작전 지휘관 회의와 후속조치를 할 것"이라며 "합참은 이번 사항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조사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를 마련해 엄정한 조치를 통한 경계태세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박정환 본부장은 구체적인 월남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군사분계선에서 3㎞ 이격된 지점 철책선 전방에서 족적을 발견했다. 미상 인원이 이 지점을 통해서 상륙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바로 아래 철책선 전방에서 잠수복과 오리발이 발견됐다. 미상인원이 환복하고 이동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아래 철책 하단 배수로에 차단막에 훼손됐음을 확인했다. 미상인원이 배수로를 통해서 해안 철책선을 극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이후에 미상인원은 남쪽으로 5㎞ 이상 남하하던 중 7번 국도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4시20분께 매우 짧은 시간 식별됐다"고 말했다.
또 "미상인원은 동쪽 해안 방향으로 이탈했고 민통선 검문소 CCTV는 더 이상 식별할 수 없었다"며 "그러다가 7시 20분경 22사단 수색병력에 의해서 검문소 동북방, 민통선 이북 야지에서 신병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박정환 본부장은 공교롭게도 이 남성이 지난해 7월 탈북민의 강화도 재입북 관련 후속조치 과정에서 누락된 배수로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22사단의 경우 48개 배수로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유독 오늘 보고 드린 배수로가 보완 안 된 것으로 파악했다"며 "이번 기회에 정밀진단을 통해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강원도 고성군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일대에서 우리 군에 붙잡힌 북한 남성이 월남 후 해안지역 5km가량을 제약 없이 활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반복되는 군 경계 실패로 국민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동해안 경계업무를 맡고 있는 기존 부대마저 해체를 앞둔 만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2월 17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이 월남 정황을 포착하고도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장관으로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려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남성은 전날 '머구리 잠수복'과 오리발을 활용해 군사분계선(MDL)에서 남쪽으로 3km 떨어진 해안에 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합동신문 과정에서 자신을 민간인 20대 남성으로 소개한 월남자는 6시간가량 바다를 헤엄쳐 남측 해안가에 다다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남성은 육지에 다다른 이후 옷을 갈아입고 남쪽으로 이동해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합참은 북한 남성이 남측 해안가에 상륙해 배수로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감시장비가 몇 차례 관련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포착 시점과 횟수는 언급하지 않으며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계 임무 소홀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군이 해당 남성을 최초 인지한 시점은 전날 오전 4시 20분께로 확인됐다. 군은 MDL에서 8㎞ 정도 떨어진 고성군 제진 검문소 폐쇄회로(CC)TV를 통해 북한 남성을 인지한 후 해당 지역을 관할하는 육군 22사단과 8군단의 기동타격대를 현장에 보내 초동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군은 관련 정황을 파악한 지 2시간이 지난 오전 6시35분이 돼서야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진돗개는 무장 탈영병이 발생했거나 적 침투가 예상될 때 발령된다. 북한 남성의 신병을 확보한 시점은 진돗개 발령 후 55분이 지난 오전 7시20분께로 확인됐다.
월남 정황을 최초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시간이 지나서야 상황이 일단락됐다는 뜻이다. 박정환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육군 중장)은 "검문소 동북방 야지(들판)에서 수색병력이 북한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군은 진돗개 하나를 오전 7시 29분에 해제했다. 신병 확보 과정을 되짚어보면, 북한 남성은 최초 상륙 추정 지점에서 5km 이상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인근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7번 국도를 따라 이동한 것으로 파악됐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글에서 "만약 일반인의 귀순이 아니라 특수부대의 무장 침투였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꼬집었다.
군 당국이 △감시장비에 포착된 월남 정황을 초기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 △최초 인지 시점으로부터 2시간 뒤에야 진돗개를 발령한 점 △신병을 확보하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늑장대응'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군 당국이 지난해 '헤엄 월북 사건' 이후 배수로 전수 점검을 실시했다고 공언한 지 6개월여 만에 배수로를 통한 월남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만큼, 대규모 문책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앞서 20대 탈북민은 지난해 7월 경기 김포에서 철망이 일부 유실된 배수로를 통해 한강 하구로 빠져나가 월북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배수로 문제는 강화도(탈북민 월북 사건)에서 똑같이 지적된 부분"이라며 "또 이런 결과가 나왔으니 군이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책임을 안 물을 수 없다. 다시 한번 배수로 전수검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환 본부장은 지난해 월북 사건 이후 배수로 전수조사 지침을 일선부대에 내렸다면서도 이번 월남 사건 관할 부대인 "22사단에 48개 배수로가 있다. 오늘 보고 드린 그 배수로가 좀 보완이 안 된 것으로 파악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22사단 관할 지역에서 반복적으로 경계 실패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전반적인 부대 운영 현황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건을 비롯해 △지난해 11월 '철책 귀순' △2012년 '노크 귀순' 등 22사단 관할 지역에서 여러 번 경계 실패가 벌어졌다며 "전반적으로 경계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신원식 의원은 22사단과 인접해 있으면서 속초·삼척 등의 동해안 일대를 관할하는 23사단이 조만간 해체될 예정이라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22사단의 책임 반경이 다른 사단에 비해 4배나 크다"며 "4배가 넓으면 장비·인원 등 모든 여건을 갖추고 책임을 추궁하고 문책해야 한다. 인원·장비 여건은 여타 부대와 똑같은데 구멍이 뚫렸다고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 역시 "22사단의 임무가 과중한 부분이 있다면 경계지역을 조정한다든지 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욱 장관은 "22사단이 철책과 해안을 동시 경계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자연환경 등 작전요소가 어려운 부분도 있고, 부대 편성이 다른 부대보다 부족한 부분도 있다. 정밀 진단을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임기 말 곳곳 권력 누수 전조… “정권 끝난 뒤 큰 화 못면해”
야당은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의 표명을 임기 말 권력 누수의 전조라고 주장하며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최근 검찰 인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청와대 내 권력다툼으로 비화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검찰 개혁 문제까지 싸잡아 공격하고 나섰다. 법무부 장관 교체 이후에도 여권의 ‘검찰 찍어 누르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사건 등을 거론하면서 “정권에 대해 강하게 수사하는 검사들은 전부 내쫓는 짓을, 대통령을 핵심적으로 보좌하는 민정수석마저 납득하지 못하고 사표를 던지고 반발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돌아보고 바로잡지 않으면 정권이 끝나고 난 뒤에 큰 화를 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검찰 인사를 둘러싼 문재인정부의 난맥상을 부각시키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신현수 수석의 사의 표명이 결국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 ‘조국라인 대 비(非)조국라인’ 간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김은혜 대변인은 “오죽하면 국민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할 적임자라며 영입한 수석마저 버텨내지 못했겠나”라며 “이 정권의 진짜 민정수석은 신현수 수석인가 조국 전 수석인가”라고 비꼬았다.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신현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에 대해 “끝내 투명인간 취급을 견디지 못한 모양”이라며 “여전히 이 정권의 민정수석, 법무부 장관은 조국 전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신현수 수석을 향한 여권 일각의 비난에도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법무부 인권국장 출신인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언론에 나타난 신현수 수석의 사의 표명 사유가 진짜 사유라면 대통령의 수석비서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맞는다”면서 “비서는 비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이 정권의 권력 다툼과 부끄러운 민낯이 여실히 드러난 와중에도 문비어천가를 외치기에 급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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