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택이네와 함께 다녀보았습니다. 택이에 대해 한 가지라도 더 깨우치고 적용해보려는 택이맘의 자세는 반복되는 말이지만 참 훌륭합니다. 태균이가 잘 자랐다고 택이맘은 늘 이야기해주지만 택이맘에게 고백했듯이 저는 택이맘에 비하면 결코 훌륭한 엄마가 못됩니다. 저의 다양한 관심사로 바쁜 일상을 좀 줄이고 태균이에게 택이맘처럼 깊은 정성을 들였다면 어땠을까요?
태균이, 제 살길은 그저 엄마에게 붙어있는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깨닫고 있기에 엄마가 가는 곳이라면 따라나서고 흉내내지만 슬슬 눈치껏 제 살 길을 찾기도 합니다. 어제는 편백숲 야외놀이터에서 화장실간다고 가버리더니 영 돌아오질 않습니다. 나중에 보니 매표사무실이자 기념품 전시실을 겸하는 실내공간 대기의자에 앉아서 야외하고는 영다른 시원한 에어컨공간에 우리의 놀이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덩치큰 태균이가 즐기기에는 다소 작고 손상가능성도 있지만 그래도 해먹이나 통나무 흔들다리도 시도해봅니다. 이런 야외감통실 만들기는 저의 버킷리스트이기도 하지만 가능하기나 할까요?
저번에 이 곳에서 엄청 즐겁게 놀았던 완이, 오늘은 영 딴판입니다. 극심한 원시반사적 방어기전이 총 동원된 듯 옆에 다가오지도 못하게 하는데다, 방어적 공격성이 살벌한 행동을 유발합니다. 손톱을 세우고 자기에게 우호적인 사람들에게조차 할퀴려 들며 공격성을 드러내니 이해와 오해, 강제자제 억제과 혼낼 수 밖에 없는 강경대응 등등 완이와 맞서느라 저도 택이맘도 좀 피곤했습니다.
달리는 차 안에서 준이랑 나란히 앉혔더니 행동느린 준이에게 자꾸 달려드는 것이 보기딱해서 택이맘이 자리를 바꾸어주었는데 택이맘한테도 공격을 합니다. 아마도 운동화를 신겼던 것이 극심 촉각방어의 시발점이 되어 내재된 불안이 머리 꼭대기까지 올라온 듯 합니다. 지난 2월까지의 훈련을 통해 운동화신기에 부담느끼지 않는 선까지 단련해서 보냈건만 집에 돌아가서 연속적응 기회가 없었으니 당연히 맨발의 야생성 추구라는 원점으로 돌아가버렸습니다.
공고한 일정 단계가 되기까지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번에 완이랑 다시 지내보니 중요한 부분은 상당부분 원점상태! 지난 번처럼 1년이 주어진 것도 아니어서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택이맘이 찍어준 완이와 둘이 걷어가는 사진을 보니 이제 완이도 제 키에 육박해가고 있습니다. 운동화에 못 견뎌하는 녀석은 아직도 원시반사 상태이고, 원시반사 상태에서는 개선이 더딜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택이네랑 민속촌 도예수업도 참관하고 편백나무숲 야외놀이터에 갈 예정이라 신나게 놀 완이를 상상했건만 다소 편치않은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얼어버린 듯 아무 것도 하지않고 그저 아니야!만을 되뇌이는 준이는 저번과 별 다르지 않기에 어차피 기대도 없었습니다. 본인들에게 꼭 필요하고도 즐겁기만한 시간도 받아들이지 못하면 그건 각자의 팔자소관이니 그 놈의 팔자소관을 바꾸어보려 애쓰는 제가 오히려 딱할 수 있습니다.
그나마 택이가 이것저것 시도를 하고 엄마지시대로 잘 따라오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택이에게 시범을 보인다고 나섰더니 저만 신나서 놀이를 했네요. 완이는 근접불가 영역이 되서 그저 야생동물처럼 혼자 알아서 즐기는 모양새가 되었고...
이래저래 불편한 심경을 택이맘과의 수다 그리고 한라산 영실가는 길 드라이브를 통해 날려봅니다. 간만에 한라산 신령님께 축원도 해보고 1100고지 산책길도 걸어보고, 고도가 있는지라 더위가 확실히 덜하게 느껴지긴 합니다. 택이맘 덕분에 건진 단체사진들. 사진찍을 때마다 아이들이 V자를 만드니 자신도 손가락V자를 하고싶어 하는 완이의 시도가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되었네요.
잠깐이지만 태균이와 준이의 도예현장을 지켜본 택이가 다음번에는 집중해서 시도해보길 바라며, 그렇게 또 하루가 채워집니다. 일희일비의 교차가 좀 줄었으면 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첫댓글 더위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주도에 와서 가장 큰 성과는 택이에 대해서 전문가의 냉철한 이야기와 많이 늦었지만, 제가 시지각에 대해 더 깊이 고민하게 된 겁니다. 이제 다시 돌아가면 시지각에 대해 더 많이 집중해서 공부하겠습니다. 이날 동행에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