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3일부터 25일까지 오대산 소금강 오토캠핑장으로 단풍캠핑 갔습니다. 오대산은 크게 평창쪽 월정사 지구와 강릉쪽 소금강 지구로 구분됩니다. 월정사는 전나무 숲길과 상원사 가는 7km 흙길이 좋구요. 불교신자라면 성지로 여기는 적멸보궁이 있어 사람들이 많습니다. 소금강 지구는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데 특징은 올라갈수록 경치가 좋다는데 있습니다. 하지만 길 폭이 좁고 사람은 많아서 아이들과 같이 올라가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 많네요 주변 장사하시는 분들 말로는 설악산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오대산으로 방향을 돌리신 분들이라고 하네요 단풍구경은 산을 올라가며 짙어지는 풍경을 보는게 핵심인데 전 산을 잘 못탑니다. 천천히 부지런히 남들 두발짝 갈때 한발짝 가면서 풍경을 담아보며 만물상까지 올라갑니다.
캠핑장에 와서보니 옆에 이웃이 생겼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려고 일부러 캠핑을 하신다더군요.. 인심도 넉넉하셔서 고구마와 장작을 주고 가셨습니다.
옆지기가 장을 봐야된다고 해서 연곡에 있는 하나로 마트로 장을 보러 나갔습니다. 소금강 캠핑장 앞에 몇개의 수퍼가 있는데 아무래도 좀 비싸고 물건이 넉넉하지 않습니다. 하나로마트나 지역 대형마트가 좋은 점은 날짜별로 할인 행사가 있고 적정가격에 웬만한건 다 있다는 겁니다. 장을 본날은 국내산 냉동 삼겹이 100g당 800원정도 해서 1.5kg을 사왔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연곡은 차를 타고 30분가량 가야됩니다. 그러니 한번에 장을 다봐야지 두세번 가서 장을 보긴 좀 그렇습니다. 장작은 캠핑장 앞 수퍼에서 팔긴하지만 양도적은데 만원씩 받더군요.. 장작은 꼭 준비해 가셔야 할 듯합니다. 지금은 간벌기가 지나서 현장에서 땔감 수급하기 어렵더군요
캠핑장에서 차로 한시간 정도 가면 월정사 입구입니다. 다행히 3시가 넘으니 빠져나오는 분들로 인해 주차장에 자리가 조금 생겨 그대로 진입했습니다. 매표소성인 3명에 초등학생 1명, 주차료 해서 12,000원을 받습니다. 월정사는 가람배치가 단정하고 절 자체가 이쁘게 생겼습니다. 사찰이 자리 잡은 터가 아늑하고 풍광이 좋아 요즘은 템플스테이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나 사실 월정사보단 상원사가 유명하지요..상원사는 한암스님이 주석하시면서 유명해진 절입니다. 다 아시겠지만 6.25때 국군에 의해 월정사는 불에 탔고 상원사는 한암스님이 막아서서 보존된 절입니다. 대신 국군도 명령을 따라야 하니 문짝만 뜯어서 불에 태우고 갔다고 하지요.. 한암스님은 경허스님의 마지막 제자입니다. 만공스님과 사형제간인데 가풍이 좀 다릅니다. 만공스님은 선풍을 휘날리며 거침없이 할을 치는 대선사의 위풍을 드날리신 분이시고 한암스님은 조용히 승려의 본분을 지키고 사신분입니다. 한암스님은 승가5칙이라 하여 염불, 참선, 간경, 의식, 가람수호를 승려의 본분으로 삼고 평생을 지키신 분입니다. 한암스님의 제자가 바로 보문스님과 탄허스님이시구요. 한암스님의 수행은 보문스님으로 이어졌지만 일찍 열반하셨구요 학문은 탄허스님이 이으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오대산 출신 스님들은 학승들이 많이 나오십니다. 물론 수행력도 대단하시지요..
이번 가을 폭우에 월정사 600년 넘는 나무가 부러졌답니다. 600년 아름드리 나무가 이렇게 쓰러져 있는 걸 보니 제행무상 느껴집니다
월정사를 지나 흙길로 7km를 가면 상원사 주차장이 나옵니다. 중간에 섶다리가 있어 사진명소로 유명합니다. 여길 조금지나면 동피골 야영장이 나옵니다. 살짝 가려지고 조용한, 그리고 아늑한 캠핑장입니다. 나중에 아이들 다 크면 옆지기와 둘이 여기에 자리잡고 오대에 있는 사찰을 다 돌아보기로 약속했습니다.
상원사까지는 차로 진입할 수 있습니다. 옛날엔 월정사에서 양식을 지게로 지고 날랐다는데 상상이 안갑니다. 그리고 지금 차가 지나가는 길은 예전길이 아닌 것으로 압니다. 예전길은 좁은 산길이었고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납니다. 상원사 초입에 한암스님과 탄허스님, 희찬스님의 부도탑이 있습니다. 상원사 들어가는 입구 천장에 아주 이쁜 문수동자 그려져 있고 그 앞에 문수전이 있습니다. 상원사 옆으로 적멸보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습니다. 적멸보궁을 가시려면 중대 사자암을 거쳐 가시는데 사자암은 층층누각이 특징인 암자입니다. 그 위에 적멸보궁이 있는데 현지인 말로는 오대산 터 중에서 가장 맑은 기가 나오는 곳은 적멸보궁과 사자암 산신각 터라는 군요. 저는 시간이 늦어서 보궁은 가지 않고 바로 캠핑장으로 돌아왔습니다.
옆집은 벌써 떠나셨고 주위엔 몇 집 안남았더군요. 옆집에서 주신 통나무에 불을 당겨 봤는데 이슬에 젖어 연기는 좀 나지만 참으로 오래 타더군요. 이 날 밤부터 조금 추워졌습니다.
오대산 소금강캠핑장은 공식적으로 전기 사용가능한 곳은 캐러반 사이트입니다. 그러나 화장실과 샤워장에서 릴선으로 연결해 쓸 수는 있습니다. 다만 관리하시는 분이 아침 7시쯤 출근하시니까 그전에 플러그를 빼놓으시길 바랍니다. 그분들 임무가 시설관리하는 것인데 보지 않았으면 모를까 보고서 한마디 안할 수는 없겠죠? 개수대 물은 아주 잘 나옵니다. 화장실도 관리는 잘 되는 편이구요.. 다만 단풍객을 위해 야영장을 주차장으로 개방하고 있어 낮에는 조금 시끄럽습니다. 6시 넘어가면 아주 조용하지요.
집으로 출발하는 월요일 오전.... 전날 좀 추워서 그런지 하룻밤새 산색이 더욱 이쁘게 물들었습니다. 욕심이나 사진에 담아가려 했더니 진사의 실력부족으로 대로 표현할 길이 없네요...옆지기 하는 말이 와서 보고 느끼는 단풍이지 담아가는 단풍이 아니랍니다...ㅎㅎ 억지로 담아온 오대산 소금강 단풍캠핑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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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그물을 벗어나는 바람같이 원문보기 글쓴이: 원각
첫댓글 해마다 가던 오대산인데 이번 단풍은 못갔네요... 이렇게 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말씀이 계속 생각나네요... 와서 보고 느끼는 단풍이지 담아가는 단풍이 아니라는 ....
ㅎㅎ 그래서 전 덕유대 캠핑 사진 한장 안찍고 (?)왔습니다...
맘속에만 가득 담아왔습니다. ㅋㅋㅋ .... 어쩌다 그랬을까요 ㅎㅎ
사진한장 못찍고 오다니 ㅎㅎ
같은 곳에 있엇군요.
좋은데 잘 다녀오셨네요...즐~감 합니다.
직업이 혹시....칼럼쓰시는분...아님 여행 기고가...?훌륭한글 잘읽었습니다...
덕분에 가을의 오대산 정기를 느끼고 갑니다.즐감입니다.^^
멋진 광경입니다.....덕분에 좋은 구경했습니다....너무 이쁘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