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3092]이제현(李齊賢)칠언절구(七言絶句)-소상팔경운(瀟湘八景韻)
원문=동문선 제21권 / 칠언절구(七言絶句)
화박석재윤저헌용은대집소상팔경운
(和朴石齋尹樗軒用銀臺集瀟湘八景韻)
이제현(李齊賢)
평사낙안(平沙落雁)
줄줄이 점점이 바로 날았다 비껴 날았다 / 行行點點整還斜
찬 허공을 내려와 따뜻한 모래밭에서 자려는 것이었다 / 欲下寒空宿暖沙
그런데 이상히도 다시 펄펄 날아 다른 언덕으로 옮기는 것은 / 怪得翩翻移別岸
뱃사람들이 갈대꽃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하기 때문이었다 / 舳艫人語隔蘆花
원포귀범(遠浦歸帆)
배 부리는 장사꾼들은 아이들과 같아서 / 行舟賈容似兒童
사람마다 향불 사르며 순풍을 비네 / 香火人人乞順風
호수의 신이 여러 사람 소원 다 이뤄주어 / 賴是湖神能抸應
모든 돛이 한꺼번에 올라 제 각기 서쪽으로 동쪽으로 / 衆帆齊擧各西東
소상야우(瀟湘夜雨)
신나뭇잎과 갈대꽃 물나라 가을인데 / 楓葉蘆花水國秋
온 강의 비바람이 조각배에 뿌리나니 / 一江風雨灑扁舟
초나라 손의 삼경 꿈을 놀라 깨워 주고 / 驚廻楚客三更夢
상비의 만고 시름을 나누어 준다 / 分與湘妃萬古愁
동정추월(洞庭秋月)
삼경의 밝은 달빛 은한이 맑은데 / 三更月彩澄銀漢
만 이랑의 가을빛이 흰 물결에 떠 있구나 / 萬頃秋光泛素濤
호수 위의 누구 집에서 쇠젓대를 부는고 / 湖上誰家吹鐵笛
푸른 하늘 끝 없는데 기러기떼 높이 떴네 / 碧天無際雁行高
산시청람(山市晴嵐)
아득하여라 펀펀한 숲에 푸른 안개가 찬데 / 漠漠平林翠靄寒
누대들은 은은히 비단을 격하였다 / 樓臺隱約隔羅紈
어찌하면 바람이 불어 쓸어가서 / 何當捲地風吹去
우리 왕가의 착색한 산을 도로 나타낼꼬 / 還我王家著色山
어촌낙조(漁村落照)
떨어지는 해는 차차 먼 산봉우리에 빠지는데 / 落日看看銜遠岫
돌아오는 조수는 철썩철썩 찬물 가에 오른다 / 歸潮咽咽上寒汀
고기 잡는 사람들은 흰 갈대꽃 속으로 들어갔나니 / 漁人去入蘆花雪
두어 점 밥 짓는 연기는 날이 저물어 더욱 푸르다 / 數點炊煙晩更靑
강천모설(江天暮雪)
버들개지는 허공에 날으면서 더디 내리려는 듯 / 枊絮飛空欲下遲
매화꽃은 땅에 떨어져도 역시 자태가 많다 / 梅花落地亦多姿
강다락의 한 두루미 술을 마셔 버려 다했나니 / 一樽且盡江樓酒
도롱이 입은 어옹의 낚싯줄 거둘 때를 지켜 보게 되네 / 看到蓑翁捲釣時
연사만종(烟寺晩鍾)
한 폭의 단청을 펼쳐 놓으니 / 一幅丹靑展不封
두어 줄의 수묵이 흐리다가 도로 짙다 / 數行水墨淡還濃
그림 그리는 붓으로 진정할 수 없는 것은 / 不應畫筆眞能爾
남쪽 절의 종소리 떨어지자 북쪽 절의 종소리일세 / 南寺鍾殘北寺鍾
[주-D001] 상비(湘妃) : 순(舜)이 남순(南巡)하다가 창오산(蒼梧山)에서 죽었는데,
그의 아황(娥皇)과 여영(女英) 두 비(妃)가 소상강 가에서 슬피 울었다.
和朴石齋尹樗軒用銀臺集瀟湘八景韻
平沙落鴈
行行點點整還斜。欲下寒空宿暖沙。
怪得翩翻移別岸。舳艫人語隔蘆花。
遠浦歸帆
行舟賈客似兒童。香火人人乞順風。
賴是湖神能泛應。衆帆齊擧各西東。
瀟湘夜雨
楓葉蘆花水國秋。一江風雨灑扁舟。
驚迴楚客三更夢。分與湘妃萬古愁。
洞庭秋月
三更月彩澄銀漢。萬頃秋光泛素濤。
湖上誰家吹鐵笛。碧天無際鴈行高。
山市晴嵐
漠漠平林翠靄寒。樓臺隱約隔羅紈。
何當捲地風吹去。還我王家著色山。
漁村落照
落日看看㗸遠岫。歸潮咽咽上寒汀。
漁人去入蘆花雪。數點炊烟晚更靑。
江天暮雪
柳絮飛空欲下遅。梅花落地亦多姿。
一樽且盡江樓酒。看到蓑翁捲釣時。
煙寺晚鍾
一幅丹靑展不封。數行水墨淡還濃。
不應畫筆眞能爾。南寺鍾殘北寺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