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자국 주재 외교관들에게 신종 코로나(COVID 19) 백신의 무료 접종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9일 러시아가 최근 자국에 주재하는 모든 외국 대사관및 국제기구 대표부에 '스푸트니크 V' 백신의 무료 접종을 제안하는 서한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확인했다.
러시아외무부. 자국 주재 외교관들에게 코로나 백신 접종 제안/얀덱스 캡처
워싱턴 포스트지, "주러 미 외교관들의 '스푸트니크V' 백신 접종 시도" 보도/얀덱스 캡처
무료 접종 제안은 주러 미국대사관 외교관들이 본국에 '스푸트니크V' 백신의 접종 여부를 타진했다는 미 워싱턴 포스트(WP)의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이후 현지 언론들은 러시아 외무부가 주러 미국대사관 뿐만 아니라 모든 외국 공관에 백신 접종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전하기 시작했다.
무료 접종 대상은 약 1만2천 명에 달하는 러시아 주재 외교관들과 그 가족들이다. 일반 외국인들에 대한 러시아 방역당국의 방침은 이미 지난 달에 나온 바 있다.
당시 러시아 보건·위생 당국인 '소비자 권리보호·복지 감독청'(로스포트레브나드조르)의 안나 포포바 청장은 국가두마(하원) 전체 회의에 출석, "백신 접종 대상은 러시아인"이라며 "외국인들에 대한 백신 접종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초부터 수도 모스크바를 시작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으며, 같은 달 18일부터 전국적으로 대량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포포바 청장, "러시아 거주 외국인들에게는 아직 백신 접종 계획 없다" /얀덱스 캡처
외무부 측은 '외교관들에 대한 무료 접종 제안은 외교 공관의 기능 수행 및 안전에 필요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는 '빈 협약'(1961년 체결) 등에 따른 것"이라며 일반 외국인들과 차별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또 "각국에서 주재 외교단에 대한 백신 접종 제안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러시아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러시아 측의 제안에 외국 공관들은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현지 언론은 전했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승인한 구소련권 국가들과 아시아·아프리카·남미 국가 공관들은 러시아측 제안을 수용했으나, 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 공관들은 본국의 훈령을 받고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러 한국대사관의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앞서 WP는 "미 국무부가 해외주재 직원들에게 아직 승인을 받지 못한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접종하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도 최종 결정은 개인에게 맡겼다"고 보도했다. 존 설리번 주러 미국 대사도 지난해 12월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 제안을 정중하게 거부한 바 있다.
설리번 대사는 그러나 가까운 시일내에 본국으로부터 미국 백신이 도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현실을 감안해 직원들에게는 스스로 판단하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모스크바 주재 미국대사관(위)와 한국 대사관/사진출처:위키피디아
EU 회원국 대사관들은 스푸트니크 V 백신 접종을 금지하지도, 권하지도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한 EU 회원국 대사관 소속 주치의는 "유럽의약품청(EMA) 승인을 받기 전에 백신을 접종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그 경우, 치료를 위해 본국에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 사태 초창기부터 러시아측 의료지원을 받은 이탈리아에서 온 파스쿠 알레 테라치아노 대사는 러시아 외무부의 제안이 오기 전에 이미 '스푸트니크 V'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