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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智異山)
 
 
 
카페 게시글
♡ 낙서장 ♡ 스크랩 하지 모임, 시 낭송(부엌데기 바리데기)
흐르는 물~ 추천 0 조회 149 12.06.27 10:14 댓글 1
게시글 본문내용



구례에는 하지모임과 동지모임이 있습니다.

하지에는 함께 모여 감자를 나누어 먹고

동지에는 팥죽을 나누어 먹습니다.

(그 밖에도 맛난게 많지요^^)

그리고, 여러 재주를 가진 사람들의 문화공연도 있습니다.




올해는 특별히 시낭송 발표도 있었습니다.

박두규 시인님과 함께 모임을 꾸리는 사람들이 자작시를 발표한 거죠.

저도 얼마전에 이 모임에 함께 하게 되었는데

머리 머리 싸매고

고민 고민하며

처음으로 시라는 것을 써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앉아있는 사람들 뒤에도 많은 사람들이 평상에 앉아 있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게 될 줄은...


바리데기 설화를 아시는가요?


옛날 옛날 우리나라에 오구대왕이라는 왕이 살았는데,

왕이 열여섯 살 되던 해

길대라는 여인과 혼인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점치는 이가 왕에게 간하기를

"올해 결혼하시면 일곱공주를 두시옵고,

  내년에 결혼하시면 세왕자를 보실 것이오니

  혼례를 일년 미루시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임금은 웃어 넘기며 그 말을 듣지 않았는데

과연 임금은 그 이듬해부터 딸을 낳기 시작하여

바리공주까지 모두 일곱딸을 두게 되었다.

처음에는 딸을 낳았으니 이제 곧 아들도 낳으려니 했던 왕도

일곱째까지 딸을 낳게 되자 크게 노하여

아이를 낳자마자 갖다 버리라고 한다.

임금의 명을 어느 누가 거역할 손가?

아기를 함에 넣은 어미는 울며 울며 

바다에 띄워 보냈는데

그 함이 흐르고 흘러 어느 마을에 닿아

비리공덕 할미와 할아비가 아이를 키우게 되었다.

몇년의 세월이 흐른 후

바리공주를 버린 죄와 슬픔으로 임금과 왕비는 병이 들었는데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약은

서천 서역국(저승)에 있는 약수를 먹어야만 낳는다고 하였다.

여섯 공주에게 물으니 모두들 못 가겠다고 하고

신하들에게 물으니 "그곳은 죽은 자들이 가는 곳인데, 산 자가 어찌 가겠습니까?"하며

역시 못 간다 하였다.

이에 마지막 희망은 태어나자 마자 버린

바리데기를 찾아 그녀에게 부탁하는 것.

어찌어찌해서 늙은 신하 하나가 바리데기를 찾아 부모에게 데려오고,

부모와 딸 자식간에 눈물겨운 해후를 한다.

그리고 임금 부부는 바리데기에게 차마 어려운 부탁을 하는데...

처음에는 갈 수 없다던 바리데기가

결국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은공을 생각하며 길을 나서고

온갖 역경 끝에 서역국의 약수를 지키는 무장승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약수값을 가져오지 못한 그녀는 

자신과 결혼해 아이 일곱을 낳아 달라는 무장승의 청을 수락하고

그곳에서 석삼년 아홉해를 산다.

그러다 좋지 않은 꿈을 꾸고 

서둘러 이승으로 돌아오는데

부모는 이미 죽어 상여행렬이 나가고 있었다.

바리데기는 상여를 멈추게 하고

돌아가신 부모 몸에 저승에서 구해온 숨살이 꽃과, 피살이 꽃과 살살이 꽃을 문지르고

약수를 입에 흘려 넣으니 왕과 왕비가 마치 단잠자고 깨어난 사람처럼 홀연히 일어난다.

왕은 바리공주에게 무척이나 고마워하며

세상 모든 것을 다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온갖 만고풍상 고난을 겪은 바리데기는 이 세상에 뜻이 없어지고

다만 저승길 가는 혼령들을 바른 길로 안내해주는 무조신(무당;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존재)이

되고 싶다고 한다.


바리데기는 전국적으로 전승되는 무속신화(무당의 탄생 신화)인데

우리 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여성영웅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는 설화이다. 

하여 가부장제 사회에서 억압된 여성의식의 산물로 보기도 한다.




부엌데기 바리데기

                                                        

                                                              정 은영


바리데기

바리데기

부모 병을 고치러

서천 서역국 저 머나먼 곳

약물 길으러 간 

바리데기


삼천리 강산을 지나

저승을 지나

생명수를 지키는 무장승을 만났네

바리데기


약수를 구하려면

그대는 나와 부부가 되어 

일곱 아기를 낳아 주겠느냐

무장승의 말이렷다.


부모 위하는 길이라면 

그리 하겠나이다


석삼년 아홉해

어찌 어찌 살았을꼬

바리데기


나무하고

밥하고

물긷고

불을 때고

하루 하루가 어찌 지나가는지 몰라

아이들은 칭얼대고

할일은 끝없이 쌓여있고

. . .

부엌데기

바리데기


나의 무장승은 어디 갔는가

나의 무장승은 어디 갔는가

나의 무장승을 불러다오


무얼 바라 이곳에 왔던고

바리데기


나는

나는

애미, 애비 병을 고칠

삼신산 생명수를 길으러 왔었지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

긴 강을 건너

이승에 당도하여

죽은 부모를 살렸네

바리데기


망망대해에 버려진 존재

바리데기

살아있는 것이 오히려 서러운

지워진 존재,

슬픈 제 이름

바리데기


무엇을 버리고자 하였는가

버리데기


부귀영화도

인간사 희노애락도 다 버렸소

버리데기


이제 이 몸은

저승길 들어서는 영혼들  인도해줄

오구신(무녀)이 될까 합니다.


슬프고 슬퍼서

서럽고 서러워서

빛나는 그 이름

바리데기


버리고 버려서

지워지지 않는 그 이름

바리데기


부엌데기 

바리데기



<시작 노트>

바리데기가  서천서역국까지 가는 과정도 그녀를 성장, 성숙시켰던 시간이겠지만

부엌데기로 있었던 기나긴 시간도 성숙의 시간이라 생각한다.

이 글은 시골에서 주부로 살면서 때로 단조롭고, 때로 무료하고, 그러면서도 살림과 

육아에 지쳐있는 나에게 위안의 시詩를 주고 싶었다.

바리데기 설화를 처음 접했던 소녀시절부터 지금까지 내 마음 깊은곳에 침잠해 있다가

가끔씩 불현듯 나를 일깨웠던 바리데기.

이제 그 깊은 곳에 있던 바리데기를 밖으로 끄집어 내야 할 때인가 보다.

이승에서 저승의 생명수를 구해오는 시간과

부엌데기로 있었던 시간은 바리데기에게 발효의 시간.

그것이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인 무녀(오구신)이 될 수 있었던 힘이라 생각한다.

아울러 이 시에서는 여성의 (잃어버린) 꿈과 소망, 영적인 성숙을 노래하고 싶었다. 



나의 시를

시라고 부르기도 멋쩍긴 하지만

흐물이 정말 멋진 시라고, 감동적인 시라고 칭찬을 해줬답니다.

저는 흐물의 칭찬을 마음껏 먹고

아직까지도 마음이 한껏 부풀어 있답니다^^* 



시문학반의 시낭송이 끝나고

노래패'일파만파'의 즐거운 노래와 연주가 있었습니다.


구례에서의 하지모임과 동지모임이

점점 다양하게 그 지평을 넓혀가며

지리산 인디언(토박이)들도 함께 어울리는

한바탕 신나는 대동 마당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仁하늘 깊은산 흐르는 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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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2.07.02 09:02

    첫댓글 전설의고향 에서 2부작으로 나온거 본기억이 있습니다 그거랑은 내용이 조금 틀리지만 효 는 변함이없네요 글잘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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