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러 와주세요.
여기가 북극이라서 여행이라도 하듯이
여기가 적도라서 탐험이라도 하듯이
매일 장례식이 열려요. 조의금을 주고받아요. 국가정책에 대한
토론회가 개최되었대. 우울증이 있음. 이어폰을 귓속 깊숙이 밀
어 넣고
집에 갔다. 집을 나왔다. 집에 갔다.
나보다 더 가까운 곳에 북극의 펭귄과 적도의 새들
내 귓속에 내리는 겨울비
혈관 속을 흐르는 음악과 바이러스
이봐요, 펭귄은 북극이 아니라 남극에 산다고.
바이러스는 혈관이 아니라……
당신의 가까운 생물이 사라졌어요.
당신의 먼 사람이 앓고 있어요.
어제는 외로웠던 누군가가
내일은 지상에 없고
집을 나오지 않았다. 집을 나오지 않았다. 집을 나오지 않았다.
사라진 리타가 시를 읽고 있었다. 수유리에서
북극에서
내 귓속에서
여행자가 실종되었다는군. 열대야가 다가오고 있어요. 주가가
급등했대. 폭설이 시작되었다.
만나러 와주세요. 여기가 불가능한 곳이라도
만나러 와주세요. 먼 사람의 꿈속으로
열대우림에 내리는 폭설
북극에 쏟아지는 빗줄기
이곳에서 새들은 헤엄치고
펭귄은 날아다닌다.
좀 조용히 해줄래요? 음악이 안 들려.
내 귓속에서 자꾸 중얼거리는 리타 때문에
저기 저 빗속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는
더 가깝고 외로운 리타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