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나무
유영호
내 고향 선산을 찾아가면
손 흔들며 반기는 은행나무가 있다
언제부터 내 오감을 내려다보았는지
나이가 몇 살인지 알 순 없지만
몇 해 전부터 열매를 맺지 않는다
한때는 몇 자루의 열매를 매달아
잘난 척 하기도 했고
고향마을 어른들 주전부리로
긴 겨울밤이 구수했었는데
나무도 갱년기에 들면
성별도 욕심도 없어지나 보다
이제 열매를 맺지 못하지만
늙은 뿌리로도 잎 무성히 키우니
그 것으로 만족해도 좋은 일
꼭 열매를 맺어야만 나무이던가
그늘지어 사람들 쉬게 하고
새들에게 둥지 허락하니
그만하면 여전히 나무가 아니던가
#군더더기
고향의 산을 지키고 있는 은행나무는
나이가 몇살인지 모르지만
내가 찾아가면 언제나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그 나무가 이제 열매를 맺지 않아 아쉬움도 있지만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그늘을 내어주고 옛 추억을 상기시켜줘서
참 고맙게 생각합니다.
지금은 하늘의 별이되신 내 아버지가 나이를 드시면서 경제능력을 상실했지만
살아 계신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든든했던 것처럼
늙은 나무도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윤시내/고목
https://www.youtube.com/watch?v=RCp4kPGdRJ0
첫댓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 정도면 신목이랄 수가 있겠지요?
나무의 생리는 잘 모르기는 해도 성욕이 없다는 건 맞는 것 같으네요~ ㅋ
나무가 우리에게 해를 주는 경우가 있을까요?
우리와 이해관계를 다투기 전까지는요~
100년이 넘은 은행나무 고목이 되어 버린 가지를 잘라내는 수술을 단행하니
아주 여리고 씩씩한 싹을 피우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