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미지의 시티
- 김건영
방역을 생활화합시다
반역을 생활화합시다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 주십시오
가면을 반드시 착용해 주십시오
이번 역은 열차와 승강장이 넓습니다
이 번역은 열차와 승강장이 널 씁니다
한 번도 들린 적 없는 목소리가 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목소리는 들린다
땅속의 귀신이다
무서운 사람에게는
능동과 피동이 함께 존재한다
초열지옥과 한랭지옥이 마주 보고 서 있다
여기는 어디입니까
디지털 무지의 시티
환생입니다
전지전능한 건전지들아
충전이 필요합니다
지하철이 지상으로 오를 때
잠시 전철이 된다
전철前轍을 밟으며
우리는 서로 미지의 귀신이 된다
자본으로 환생합시다
이 전철은 사람을 탑니다
이 전철은 사람을 태웁니다
ㅡ 《서정시학》 가을호
ㅡ계간 《시인시대》(2022, 겨울호), 시각視覺과 시각詩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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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비슷한 낱말이어도 그 뜻은 사뭇 다른 것을 대비하는 시를 읽습니다
방역/반역, 마스크/가면, 이번 역/ 이 번역, ...
듣지 못하는 목소리와 본 적 없는 목소리는 귀신이 아닙니다
능동과 피동, 초열지옥과 한랭지옥, 지하철과 전철은 마주섰을 뿐입니다
디지털 시대일지라도 인간은 서로 미지의 귀신으로 존재합니다
어디선가 재충전되어 환생하면서 전철을 밟다가 자본이 되어 갑니다
연말 사면복권으로 일상으로 회귀하는 숱한 범죄자들이 환생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