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노/ 산꽁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메 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이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노 >
고향에 돌아왔지만, 고향은 그리워하던 옛날의 고향이 아닙니다.
어린 시절 그때의 고향이 아님을 깨닫고 슬픔에 잠깁니다. 고향 상실감(喪失感)을 노래합니다.
이 詩는 정지용(鄭芝溶) 대표작 중의 하나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사는 사람이 많습니다.
6,25때 남으로 피난하여 70여년간 고향을 가보지 못한 실향민들. 그리고 60~70년대 국토가
초토화(焦土化)되어 초근목피(草根木皮)로 겨우 명만 유지하다가 다소 직업 찾기 수월하고
먹고살기 좀 낫다는 서울로 서울로 올라온 이주민들. 자식만은 좀 편하고 제대로 교육시켜야
하겠다고 해외에 나간 교포들. 이런저런 여러 가지 사정으로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명절 때인 설과 추석에 고향을 찾는 사람으로 고속도로가 막히고 임진각에서 제(祭)를 올리는 무수한
사람들을 봅니다. 이들을 보며 정말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떠나 사는구나 실감(實感)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고향에 대한 노래가 많습니다. 향수(鄕愁), 고향(故鄕), 머나먼 고향, 타향은 싫어 등등
노래와 詩가 많습니다.
나는 태생이 서울입니다. 선대(先代) 대대로 한양(漢陽)에서 살았습니다.
서울이 나의 고향이고 본토박이입니다. 서울 본토박이를 논(論)하자면 남산골 생님 딸깍발이를 이야기
아니 할 수 없습니다만 오늘은 그 이야기는 논외(論外)로 하겠습니다.
나는 지금 영종도(永宗島)에 살고 있습니다. 영종도에 와서 살고 있는지 어언 18년이 됩니다.
나는 서울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하길 포기(抛棄)했습니다. 그동안 집값 격차가 어마어마하게 나서
돌아갈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나이 먹으니 어디든 정들면 내 고향이지 하는 관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서울에 가도 이미 그리던 고향은 아닐 듯합니다. 어디든 배 불리 먹고 등 따스워 편히 살 수 있고
정(情)들면 고향이지 굳이 내 고향이 따로 있겠습니까?
그러나 고기도 저 놀던 물이 좋다 했던가요? 서울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부터 학부까지, 직장생활도
서울에서 거의 나의 삶을 서울에서 지냈습니다. 어찌 고향 서울이 그립지 아니하겠습니까?
이번 설을 맞아 동쪽 서울 하늘 바라보며 故鄕의 노래, 望鄕의 노래 불러 봅니다. - 오늘도 메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 나고 메마른 입술이 쓰디쓰다.
첫댓글 향수에 대한 정감어린 글 잘 읽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