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이 신음하고 있습니다. 토건 개발논리와 1%를 위한 경제논리에 지역 환경이 훼손되고, 지역민과 노동자의 삶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전국 이슈에 묻혀 제대로 조명되지 못하는 지역의 현안들. 오주르디는 부산지하철노동조합의 주선으로 부산 참여연대 등 지역 행동가들과 함께 부산 지역의 난개발 현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이를 토대로 2~3주에 걸쳐 주 2회(화, 목) 부산지역 난개발 문제점을 고발하겠습니다. ②북항재개발, 누가 노무현과 시민의 꿈 앗아 갔나 공유수면은 사회 공공의 자산이다. 공유수면을 메워 형성되는 부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용돼야 마땅하다. 여기저기 개발이 한창인 부산시. 특징이라면 공유수면을 매립하는 방식으로 사업부지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곳은 중앙동 롯데타운 건설과 북항재개발, 남구 용호만 매립지 등이다. 부산시민의 공공 이익은 배제된 채 개발업자의 이익을 위해 공유수면이 매립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공공 자산을 특정 기업이 사유화 하는 것을 방조하는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북항재개발 보고회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2006> 공공 자산 사유화 ‘방조-모의’하는 부산시 하지만 이런 일이 지금 부산에서 일어나고 있다. 공공이익보다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려는 토건-건축-설계업자들의 주장에 끌려 다니고 있는 부산항만공사와 부산시. 이들이 시민과 공공의 편에 서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비리 등 유착관계 때문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먼저 롯데타운 건설사업. 공유수면 매립지와 부산시청 터 등 1만2천평에 백화점, 영화관, 쇼핑몰 등과 107층에 달하는 초고층 호텔과 업무용 타운을 짓겠다며 시작된 사업이다. 2008년 9월 매립지가 준공되자 롯데는 숨겼던 본색을 드러낸다. 호텔 객실과 업무용 사무공간으로 계획된 초고층 건물 상당부분을 아파트 등 주거시설로 변경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이유는 당초 계획대로 할 경우 사업성이 낮다는 것. 건설업체가 툭하면 들고 나오는 상투적 수법이다. 공유수면 매립 관련 법에는 ‘매립 준공전이나 매립 후 10년 이내에는 매립 목적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떻게 롯데는 매립이 끝나자마자 노골적으로 야심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걸까. 롯데타운과 롯데의 꼼수, 맞장구치는 허남식 시장 부산시를 믿고 그런 모양이다. 롯데가 목적변경을 추진하자 허남식 부산시장이 맞장구를 쳤다. 관광특구 내에는 공동주택이 포함된 건축물이 가능하다며 롯데타운 지역이 관광특구이어서 문제없다고 롯데를 거들고 나왔다. 알고 보니 관광특구 지정이 안 된 곳. 부산시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목적변경을 놓고 실랑이하는 동안에도 롯데는 너무도 돈벌이에 충실했다. 백화점과 아쿠아몰, 롯데마트, 롯데시네마 등은 예정대로 완공됐고, 현재 적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다. 초고층 타운에 대해서는 준공시기를 6년 더 연장할 모양이다. 지난 12월 부산시가 롯데가 신청한 변경인가를 열람 공고했다고 밝혔다. 일단 연장해 시간을 벌어 놓고 매립목적 변경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 여론이 악화되자 크게 생색을 내며 영도대교 건설비용 1100억원 전액을 부산시에 기부체납했다. 꿩 먹고 알 먹고 식 포석이다. 어차피 영도다리 확장은 사업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다. 또 ‘매립 목적변경’을 위한 담보물 역할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롯데 타운에 들어선 롯데백화점 광복점. 건물 겉 문양이 '사꾸라'를 상징한단다.> 비리 온상 ‘용호만 매립지’, 공공자산 2000억 사기업에 ‘선물’ 용호만 매립지는 큰 논란이 되고 있다. 2010년 부산시가 매립지 4만 2,000㎡를 부산지역 건설사인 IS동서 측에 997억원에 매각했다. 하지만 현재 감정가는 3200억원. 2000억원 이상을 포기하고 매각했다는 얘기다. 결국 공유수면을 매립해 얻은 공공자산 2000억원을 사기업에 선물한 셈이다. 부산참여연대와 녹색연합은 부산시장과 시 공무원을 상대로 직무유기와 업무상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해 놓은 상태다. 지역 정치인과 관련 있는 기업으로 알려진 IS동서가 매립지를 낙찰 받은 것도 의혹 덩어리다. IS동서에게만 충족되는 입찰조건을 내건 단독입찰이었다. 사실상 특혜 수의계약이었다는 얘기다. 일단 매립지를 손에 넣은 IS동서는 롯데와 비슷한 수법으로 야욕을 드러낸다. 애당초 25층 이하 11개동을 짓겠다더니 ‘매립지 국제공모’를 실시해 74층 타워 4개동을 짓겠다고 계획을 변경했고 부산시는 64층까지 짓도록 하가해 주었다. 이미 착공이 된 상태이며 현재 분양 중이다. 노무현의 ‘꿈’이 깃들어 있는 북항재개발 북항재개발 사업은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공간을 만들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다. 공유수면 매립비 5071억원 등 2조여원들 들여 152만㎡(매립지 69만6000㎡ 포함)을 개발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북항재개발이 본격적으로 논의 된 건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로 마스터플랜 마련에 착수한다. 2006년 최초 플랜이 노 대통령에게 보고 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 마스터플랜은 부산시민을 위한 것이 아닌 것 같다’며 반대를 표명했다. ‘가능한 공간을 많이 비워서 친수공간으로 만들어 보라’는 노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수정안이 만들어진다. 수정1안과 수정2안 등 두 개의 안을 놓고 시민 공론조사를 실시했다. 정부와 행정관료가 판단하지 않고 시민이 주인이 돼 직접 선택한다는 의미도 담긴 조사였다. 이 때 노 전 대통령이 한 말이다. “두바이처럼 세계의 돈이 다 모이는 공간으로 재개발하면 부산시민들이 얻는 게 무엇입니까? 행복의 기준과 시민적 삶의 가치를 생각할 때 가까운 곳에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갖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지하철만 타면 슬리퍼 신고도 가서 놀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합니다.” (노무현 북항재개발 보고회 연설문/출처: 부산대 윤일성 교수 자료집) 부산시민과 노무현의 계획에 무참히 칼질한 저들 부산시민들도 ‘저밀도 친수공간’이 골자인 수정1안을 선택했다. 하지만 부산시민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박한 꿈은 MB정부가 들어서며 엉망이 된다. 2010년 부산항만공사는 재개발 실시계획을 부분 변경해 민간사업자에 유리하도록 사업성을 강화한 방안을 내놓았다. 2011년에는 민간사업자의 주장이 대폭 반영된 새로운 공모지침을 발표했다. ‘저밀도 친수공간’에서 ‘고밀도 상업공간’으로 탈바꿈한 북항재개발 계획변경안이 2012년 발표됐다. 초고층 주상복합을 허용하는 등 시민의 입장과 공익보다는 건설업체의 입장과 이익을 우선하는 사업이 돼버린 북항재개발. 부산시민과 노 전 대통령이 함께 만든 안에 무참히 칼질이 자행된 것이다. 북항재개발사업단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익성 우선으로 개발되기 때문에 일부에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아파트 촌이 되는 것과 같은 난개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말 그럴까. 북항재개발 등 부산 지역 난개발 문제를 파헤쳐온 부산대 사회학과 윤일성 교수는 이런 우려를 쏟아낸다. “부산시민을 위한 사업이어야 한다.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부산시민의 공공이익을 저버린다면 두고두고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이 잘 못될 가능성이 지금으로서는 커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시민이 함께 만들어 꿈꿨던 ‘슬리퍼 신고 뛰놀 수 있는 저밀도 친수공간’. 누가 그 소박하고 작은 꿈과 행복을 앗아간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