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개인 블로그에 먼저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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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학에서는 늘 이렇고 저런 일이 벌어진다. 해서 어제....
오후 수업을 끝내고 '씰데없는' 민원 처리와 저녁 7시 수업 준비로 정신없이 PC로 작업하던 6시 반경, 일찍 등교한 학생 한 분이 “선생님, 물어 볼 게 있는데요.”라고 하면서 문제지를 쑥 내민다. 보니 나하고 눈도 한 번 마주친 적이 없는 분. 일단 “1분만 있으니 지금 일이 끝나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대답하면서 그 분의 다음 행동을 곁눈으로 지켜보니 역시 내가 담당하지 않는 중등반 방으로 들어간다.
아~ 선생이여. 질문의 내용이 뭘까 궁금해 하며 그 분이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주변에 있는 서너 명의 학생들도 모두 주위로 모여든다. 일단 침착해야지. “뭐가 궁금히세요?”라고 물으니... “앞의 설명을 보면 제 답이 맞는 것 같은데 해답에서는 틀렸다고 하는데.. @##!^&*!@6...”
보니 과학의 질량과 무게를 구분하는 문제. 많은 사람들이 헷갈리는 사안인데다 나도 준비 안 된 상태. 그래도 물러설 순 없다. 나 뿐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선생의 체면이 걸렸으니. 으흠.
우선 휙 교재의 설명을 보니 썩 친절하지 않다. 게다가 담당 선생이 어떻게 가르쳤는지도 모르니 조심스러웠고. 하여튼 풀어야 할 문제. 일단 질문 내용의 야마는 불변과 가변의 차이. “원래 질량과 무게는 같은 말이지여. 근데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하고 달라지지 않는 것을 구분하기 위해 이름을 다르게 붙인 것 뿐임다. "예를 들어... 음... 우주인을 한번 생각해봅시다. 똑 같은 몸인디... 지구에서는 땅 위를 걸어 다니는디 지구 바깥 우주에사는 둥둥 떠다니죠. 왜 그럴까요? 원래 몸은 무거운 그 자체인디요. 해서 주변 상황과 상관없는 ‘원래 무게는 질량‘, 상황에 따라 변하는 무게는 ‘무게’라고 함다.”는 설명 후 문제 풀이를 했는데.
그 시험지 문제가 묻는 건 "무게와 질량의 다른 점“인데 대답은 ”무게를 다는 방법이다. 이런 XX ,짜증나는 장면.
그리고 제대로 대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같은 반의 다른 남자분이 나를 잡는다. "선생님, 이게...."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제 수업에 들어갈 시간이 돼서...”
하여튼 그러고 수업에 들어갔다. 오늘은 야심찬 시간. 내가 좋아하는 이육사의 ‘광야’도 있으니. 그래서 내가 아는 육사와 시대의 ‘전후좌우’에 관한 썰을 풀었다. 그러던 중 ‘광야’에 나오는 천고는 “먼 과거와 먼래미래라는 전혀 반대의 시점을 가리키는 낱말입니다.”라고 얘기하고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다고 한자로 天古라고 쓰는 순간 뭔가 찜찜했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한 학생이 “‘선생님, 하늘 천이 아니고 일 천 아닙니까?”라고 얘기하면서 국어사전의 해당 항목을 나에게 보여준다.
그 순간, 당황했을까? 그리고 그 위기를 어떻게 넘겼을까? 각자의 상상에 맡기고. 아마 그 놈의 하늘이 열리고의 ‘개천’의 잔상이 있었던 모양.
맹자 인생삼락 중 세 번째,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즐거움(得天下英才敎育之三樂)보다는 천하의 영재를 “만드는” 교육의 즐거움. 니는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