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상평전2 - 1년 만에 쓰게 된 뒤늦은 후기
무분별한 양민 학살을 죄악으로 규정한 온정주의자
2007년에 출간된 <이현상평전>
[책으로 만난 혁명가] 이현상. 그의 궤적을 쫓게 된 것은 지난해 초였다. 작가 안재성이 쓴 <이현상 평전>은 2009년의 시작과 함께 손에 잡고 독파한 책이었고, 다 읽고 나서도 틈틈이 읽은 책을 뒤적거리며 내내 그들의 삶을 곱씹어봐야 했다.
그를 중심으로 한 빨치산들의 삶은 한 번 읽고 지나칠 만큼 단순치 않았고, 무언가 깊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같은 주제의 책인 <남부군>과 <빨치산의 딸>을 곁들여 정독했던 것도 그런 이유 탓이었다.
뭔가 읽은 느낌을 써야 하는데 쓸 말이 많아서인 듯, 1년이 지나서야 생각을 정리하게 된 것은 글로 기록된 그들이 삶이 너무나 치열했기 때문이었다. 2007년 초판이 나온 책을 2009년에 완독하고 그 느낌을 2010년에 정리하는 것이니, 이현상의 산속 생활만큼이나 그의 삶을 반추해 보는 것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그 사이 작가 안재성 선생은 최근 <박헌영 평전>을 내 놓았다. 남과 북 양쪽에서 이름 없이 묻혀 진 혁명가들을 복원하는 작업을 펴고 있는데, <이현상 평전>도 그런 과정의 하나였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바쳤지만 오명을 쓰고 남북 양측에서 죄악시되어 버린 자들. 그런 역사적 미아들의 제자리를 찾아주고 싶은 것이 작가가 인간적인 이현상을 바라보려고 했던 소박한 마음이었다.
안재성 작가는 이현상을 우리 현대사가 외면한 세계적 민중 혁명가라고 표현했다. 일제시대부터 해방 이후 까지 민족의 독립과 계급해방을 위해 투쟁한 그에게 가장 알맞은 표현이리라. 냉철한 이론가요 투쟁가이기도 했지만 혁명가 이현상은 그러나 상당히 인정 많은 사람이었다.
“여순병란은 당적 죄악이다”...그러나 책임을 떠안다
때로 온정주의자라는 비판을 들어야 할 만큼 그의 정 많은 성품은 빨치산을 이끄는 주요한 바탕이면서 때로는 비판의 근원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과보다는 공이 많다고 보는 것이 작가의 시각이었으니, 혼란의 와중에 좌우익이 서로에 대한 보복을 서슴지 않을 때 적어도 이현상은 자신의 권위로 그것을 비판하고 막아선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48년 국군 14연대가 일으킨 여순 병란을 이현상 선생은 봉기가 항쟁이 아닌 ‘당적 죄악’으로 규정했다고 한다. 당의 지침 없이 즉흥적으로 일을 벌려 수많은 양민을 학살한 것과, 결국은 동지들까지 죽게 만드는 과오를 범한 것은 엄연한 죄악으로 특수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당사자들은 징벌을 받아야 할 처사였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현상 선생은 책임을 떠안아야 했다. 비판은 했으나 보듬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병사들을 이끌고 지리산으로 들어갔다. 이후 빨치산 활동 과정에서 이현상 선생은 이유 없이 함부로 사람을 죽이는 일을 금했다고 한다. 포로들에게 차비까지 주며 돌려보냈고, 무고한 양민들의 피해를 줄이려고 애썼다. 이렇듯 인정을 베푼 덕에 보이지 않게 민심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작가가 이현상의 흔적을 더듬으며 쫓아다니자 결심한 것도 이런 사실 때문 이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온정주의로 몰리는 비판의 원인이 됐고, 이현상 자신을 위기로 몰아넣는 근원이 되기도 했다. 사람을 아끼는 따뜻함이 배신과 도망으로 나타나며 때로는 자신을 곤경으로 몰아넣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