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권위, 무경계, 신세대 문화 전위 13인(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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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대 문화 전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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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06 / 필름2.0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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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힘은 다양성과 생동감에서 나온다. 최근 문화계 각 분야에서 관습과 권위에 도전하는 젊은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1980년대부터 쏟아진 다종다기한 문화의 세례를 향유하며 자란 이들은 주체적으로 한국 문화의 토양을 기름지게 만들고 있다. 획일화를 거부하고 장르 간의 경계를 난폭하게 헤집는 까닭에 불온 세력으로 눈총을 받기도 하지만, 타협할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는 문제아들이다. 게임, 문학, 국악, 일러스트, 뮤지컬, 카툰, 디제잉 등 각 분야에서 맹렬한 창작의지와 창조적 재능을 과시하고 있는 신문화조류 창달의 기수 13인을 모았다. 이들의 개성적인 활동과 함께 한국 문화에 대한 거침없는 일갈을 들었다.
무난함이 질색인 별종 화가 손동현(화가)
1980년생 |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졸업 | 파압아익혼 전(2006), Who Are You 전(2006), 로고타이프 전(2007)
손동현은? | 이상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 미술을 전공한 어머니 영향으로 그림 그리기를 즐겼고 미대에 진학했다. 대학 때부터 독특한 작업을 많이 해서 위로는 교수님들의 무시, 아래로는 경원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전시가 있으면 집 밖으로 안 나오고 작업에만 몰두한다. 생각을 많이 해 작품 완성 시간도 오래 걸린다. 앞으로 할 작업이 더 많기에 스스로 ‘이제 시작하는 작가’라고 말한다.
문자도를 그리게 된 계기 | 특별히 뭘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림을 그린 것은 아니다. 그저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아이템을 만들기보다 그저 먹고 마시고 하면서 느껴지는 것들을 중심으로 표현한다. 살아가면서 그 속에서 보이는 것들을 그냥 그린다.
지금 당신을 사로잡은 것 | 지금 화두는 집세.(웃음) 지난달 그림 말리느라 보일러를 세게 틀었더니 난방비가 10만 원이나 나와 암울하다. 그나마 그림이 좀 팔려 근근이 작업실은 유지하고 있다. 작업에 관련해서는 꿈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사람들이 이루고 싶어하는 이상. 좀 추상적이지? 이런 추상적인 생각으로 작업이 시작되는 편이다.
한국 문화, 이게 문제다 | 나이도 어린데 좀 건방져 보일 수 있지만, 최근에는 진지한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쓴 소리 하는 사람도 줄었고, 쓴 소리 듣는 걸 싫어한다. 문화계 전반이 그런 것 같은데 미술계는 더 심한 것 같다. 다들 너무 무난하게만 가려 한다.
지금 세우고 있는 계획은? | 전시 계획이 많다. 11월에 청담동 갤러리 투에서 하는 개인전에 주력하고 있다. 그전에도 여러 전시회가 잡혀 있다. 그래서 집에서 작업만 한다. 어차피 별 취미가 없어서 작업만 하는 스타일인데, 최근 긴장이 좀 풀렸다가 전시 일정 잡히면서 다시 ‘달리고’ 있다.
최후의 변 | 캐릭터나 브랜드를 문자도로 표현한 것은 특별한 이념보다 현실을 반영하는 눈 같은 것이다. 과거 문자도는 이념을 주로 표현했다. 충효 같은 대의명분이나 사대부 집에서 등 뒤에 걸어놓을 목적으로 그리는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지금은 브랜드가 시대를 대표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게 이념과 전혀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어차피 ‘나’라는 존재가 속해 있고, 그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니까. (김도형 기자)
사진 김진희
해금 타고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꽃별(해금연주자)
1980년생 | <Small Flowers>(2003) <Star Garden>(2004) <Fly Fly Fly>(2006) 발매
꽃별은? | 국악과 재즈, 뉴에이지 등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해금연주자다. 본명은 이꽃별. 2001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공연을 시작했다. 소곤소곤 말을 거는 듯, 때로는 격렬하게 사랑을 고백하듯 하는 해금 소리는 전통음악이 생경한 대중들의 귀를 쫑긋 세우게 한다.
해금을 손에 쥔 계기는? | 대학 시절 소리꾼 김용우 선생님이 해금주자로 불러주셨다. 배운 건 악보 보고 연주하는 게 다였는데 무대 위에서 에너지를 뿜어내길 원하셨다. 남의 한 걸 따라한다며 처음엔 혼도 많이 났지만, 하면 할수록 자유로워졌다. ‘내 얘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 당신을 사로잡은 것 | 음반에 온 정신을 쏟고 있다.(웃음) 지금까지 발표한 3장과는 다르게 만들고 싶다. 아름다운 곡들로 대중에게 다가가려 했는데 이젠 물, 바람, 마음 등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연주하고 싶다. 쉽다고 다 대중이 좋아하진 않는다. 그들이 탈 수 있도록 물결을 만들고 같이 즐기고 싶다.
한국 문화, 이게 문제다 | ‘텔미’ 열풍에 할 말 있다. TV, 라디오, 거리, 전화까지 죄 ‘텔미’로 도배되었다. 노래의 좋고 나쁨을 떠나 모두 같은 노래를 부르고 같은 춤을 추도록 조장하는 획일화된 분위기가 싫다. 음악이, 문화가 선거 구호는 아니잖아?
지금 세우고 있는 계획은? | 해외로 나가고 싶다. 쿠바나 브라질에 가면 길바닥에서 끝내주게 연주하는 뮤지션들이 있다. 그 옆에 쭈그리고 앉아 합주하고 싶다. ‘퓨전음악’이라는 말 자체가 문제가 있다. 모든 문화는 합쳐지고 섞이기 마련이다. 천 년이 지나도 장르를 넘어 대중들하고 같이 숨 쉬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사실, 뭔가 만들기보다 내가 좋아서 하는 거지만.(웃음)
최후의 변 | 그간 남들보다 편한 꽃길을 걸어왔다. 그래서 삶의 고단함을 연주하는 게 힘들다. 그렇다고 무대 위에서 거짓말하는 건 싫다. 그럼 일부러라도 고생을 사서 해야 하나? 얼른 답이 떠오르지는 않지만, 이후 내 음악에 답이 있을 거다. (안효원 기자)
사진 김병구
치유의 멀티 아티스트 봄로야(작가, 일러스트레이터, 전시 기획자)
1980년생 | 서울 프린지페스티벌 거리 전시 기획, 레인보우 샤베트 전시 기획, 소설 <선인장 크래커>(2007) 출간
봄로야는? | 홍대를 누비는 멀티 아티스트. 소설을 쓰고, 일러스트를 그리고, 노래를 부른다.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퍼포먼스를 기획한다. 봄로야는 따스한 ‘봄’에 부드러운 어감의 ‘로야’를 붙인 예명. 눈물, 가시, 동물 등을 형상화한 초현실적인 그림, 그림처럼 굽이치는 글귀, 색채와 질감이 씹히는 노래. 그의 창조물들은 함께 작용할 때 빛이 나며, 더 많은 사람과 나눌 때 비로소 완성된다.
글, 그림, 음악, 전시 기획을 시작한 계기 | 예술 분야 전반에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 소설가가 꿈이었고,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일러스트를 그리게 됐다. 20대의 성장통을 다룬 자전적 그림소설 <선인장 크래커>를 준비하면서 책의 메시지를 음악으로도 표현하고 싶어 인디 밴드의 도움을 받아 노래를 만들고 불렀다. 혼자만의 창작보다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얻고 싶어 전시 및 퍼포먼스를 기획하기 시작했다.
지금 당신을 사로잡은 것 | 환경 문제.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남극을 보도하는 뉴스가 내 최대 관심사다. 환경 파괴의 심각성을 몽환적인 일러스트에 담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 문화, 이게 문제다 | 너무 밝고 안정적인 것만 좋아한다. 가령, 그림체가 어둡거나 죽음을 다룬 어린이 동화책은 환영받지 못한다. 고민과 상처와 치유의 문화를 왜 거부하는 걸까? ‘홍대’와 ‘인디’를 무조건 언더그라운드, 음지, 소수 문화의 틀 안에 가두려 하는 것도 문제다. 카테고리를 딱딱 나누려는 것. 매우 맘에 안 든다. 문화는 다 같은 문화다.
지금 세우고 있는 계획은? | 올해 안에 아일랜드로 날아갈 거다. 열심히 알바하며 돈을 모으고 있다. 아일랜드는 따뜻함과 소박함, 그리고 우울한 정서까지 고루 간직한 공간이다. 거기서 그림과 음악에 대한 소스를 얻고, 두 번째 소설에 대한 영감도 건져 올리고 싶다.
최후의 변 | 예술은 현실과 부딪히면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림이든, 노래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그렇지 못하니까. 현실과 이상을 조화시키고 대중과 호흡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고 문화 아닐까. 나의 창조물과 내가 마련한 공간을 통해 타인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힘이 되길 바란다. (정미래 기자)
사진 김주영
세상을 드로잉하는 오기사 오영욱(일러스트레이터, 건축가)
1976년생 |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2005)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2006) 출간, ‘오기사디자인’ 운영
오영욱은? | 건축공학과 출신에 건축회사를 다녔으니 당연히 건축에 관심이 지대했다. 운명을 바꾼 건 여행. 회사 다니며 모은 쌈짓돈을 여비 삼아 1년 넘게 세상을 떠돌았다. 마지막에 도착한 바르셀로나의 밤에 매료돼 아예 눌러앉았다. 한적한 카페에서 ‘죽 때리거나’ 건물이나 풍경을 스케치하는 게 당시의 일상. 이 의도하지 않았던 ‘작품’이 출판사의 눈에 띄어 책까지 냈다. 지금은 본업으로 돌아와 번듯한 건축회사를 하나 차렸다.
일러스트레이션을 시작한 계기 | 건축 때문이다. 멋진 건축 작품을 봤을 때 그림으로 표현하고 싶어졌다. 손으로 그리는 그림은 사진보다 더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반복하다보니 대상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똑같이 그리는 것보다 공간의 느낌을 담아서 표현하고자 했고, 여행을 많이 다녔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가 배어 나오는 게 내 스타일이다.
지금 당신을 사로잡은 것 | 도시의 변화는 건축뿐 아니라 정치, 경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은 역동적이고 빠르게 변하는 도시기 때문에 관찰할 것들이 많다. 청계고가를 좋아했는데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없어졌다. 그렇게 서울이 변하는 양상에 관심이 많다.
한국 문화, 이게 문제다 | 문화계 종사자들, 열정도 대단하고 능력도 있다. 양질의 공급이 있지만 먹고 사는 데 치중하다보니 수요의 저변이 얕다. 여유를 가지고 각자 취미를 하나씩 가졌으면 좋겠다. 문화의 향수층이 두터워진다면 공급자보다 수요자가 더 활발한 문화시대, 꿈만은 아닐 것이다.
지금 세우고 있는 계획은? | 일단 건축회사를 차렸기 때문에 잘해보려 한다. 다음 달 바르셀로나에 관한 세 번째 책도 나온다. 이를 위해 조만간 바르셀로나에 갈지 모르겠고, 스페인 쪽에서 출판 의뢰도 들어왔다.
최후의 변 | 책을 내서 그런지 일러스트레이션 의뢰는 들어오는데, 정작 하고 싶은 건축 관련 일은 안 들어온다.(웃음) 건축을 좋아하지만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계속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그래도 요즘 웬만한 일러스트 문의는 사절이다. 경제적으로 힘들어질지 모르지만 건축에 매진하고 싶다. (허남웅 기자)
사진 백지연
턴테이블리즘의 프론티어 DJ 소울스케이프(DJ, 음반 프로듀서 겸 디렉터)
1979년생 | <180G Beats>(2000) (2003) (2004) <창작과 비트 vol.1 - patterns for words>(2007) (2007) 발매, 영화 <태풍태양>(2005) 음악감독
DJ 소울스케이프는? | MC의 랩이 작렬해야 힙합인 줄 알았던 한국에서 프로듀서 개념의 턴테이블리즘 앨범을 최초로 발표했다. 아날로그 레코드의 샘플링, 즉 기성 음원들을 재배열하는 ‘레코드 연주자들’ 중에서도 앨범마다 일관된 컨셉과 유니크한 감성을 선보이는 독보적 DJ. 2년 전부터는 ‘360사운즈’를 기획해 클럽 파티, 퍼포먼스, 갤러리 전시 등 ‘즐거운 서브컬처’를 끄집어내는 중이다.
디제잉을 시작한 계기 | 어릴 때 AFKN 라디오에서 힙합을 들으며 동경했다. 특히 1984년 열린 그래미어워드에서 허비 행콕이 ‘rock it’을 연주할 때 그의 뒤에서 스크래치를 하던 그랜드믹서 D.ST는 엄청난 쇼크였다. 명동, 청계천 등을 돌아다니며 희귀 LP들을 수집하면서 힙합 문화에 젖어들었다.
지금 당신을 사로잡은 것 | 6, 70년대 문화. 모더니즘에서 포스트모더니즘으로 넘어가는, 모든 게 뒤섞이고 재미있는 현상들이 넘쳐났다. 국내에서도 로컬 문화의 정서가 담긴 미 8군 쇼무대나 고고장 음악이 활성화됐다.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에서 대접받지 못하고 있지만, 디제이의 입장에서 정리하고 발굴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당시 음악들을 샘플링한 논스톱 리믹스 은 그래서 탄생했다.
한국 문화, 이게 문제다 | 잘 먹고 잘 사는 게 언제나 화두다.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나보다 젊은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문화적으로 발전도, 퇴보도 없는 필드라고 할까. 문화 자체를 즐기기보다, 비보이가 세계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식으로 순위 매기고 경제효과 따지는 게 아쉽다.
지금 세우고 있는 계획은? | 지난 몇 년간 작업이 더뎠다. 올해부턴 빠르게 더 열심히 할 거다. 신작 앨범을 준비 중이고, 음반 레이블도 설립할 예정이다.
최후의 변 | 최근 클럽 신이 양적 팽창을 이뤘지만 질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향락적인 측면 말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생성하는 역할이 있는데, 요즘 클럽은 나이트클럽과 별 차이 없다. 누구 탓이라기보다 창조적인 디제이들의 몫이 커지는 것 같다. (유지영 기자)
사진 백지연
한국 SF 지킴이 김보영(SF소설가)
1975년생 | <촉각의 경험>(2004), (2006) 중 ‘진화신화’, <누군가를 만났어>(2007) 중 ‘미래를 가는 사람들’ ‘종의 기원’, <얼터너티브 드림>(2007) 중 ‘땅 밑에’, 전자책 <멀리 가는 이야기>(2005)
김보영은? | SF의 저변이 척박한 한국에서 아주 귀한 작가다. <촉각의 경험>으로 과학기술 창작문예 중편부문을 수상한 이래,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10여 편에 가까운 작품을 발표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SF뿐 아니라 환상문학까지 아우르며 마니아와 비(非)마니아 모두를 만족케 하는 글쓰기가 최대 강점. 특히 전문적인 지식보다 순수한 판타지적 상상력으로 이야기를 꾸미는 까닭에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미래에 기대를 거는 이유다.
SF소설을 쓴 계기 | 어렸을 때부터 항상 글을 썼다. 늘 SF와 관련된 글을 썼는데, 친구들이 만화 같다며 소설로 인정해주지 않았다.(웃음) 고교시절 이후 글을 쓰지 않고 좋아하는 게 뭘까 고민했다. 인터넷이 생기면서 조심스럽게 글을 올렸는데 사람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맘 놓고 SF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지금 당신을 사로잡은 것 | 이전까지 장르 소설 작가들은 주로 서구 문화의 세례를 받았다. SF든 판타지든 무대가 대부분 서양이었는데, 이젠 한국을 무대로 장르 소설을 쓸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영화 <괴물>처럼, 당장 우리 옆에서 발생하는 일로 생각할 수 있는 SF가 가능해졌다.
한국 문화, 이게 문제다 | 거짓이 진실이 되는 세상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의 사실을 두고 완전히 다른 기사를 쓸 수 있는 시대다. 소설은 소설가가 써야 하는데, 기자들이 작가적인 솜씨(?)를 발휘하는 것을 보면 이 세상이 무서워진다.
지금 세우고 있는 계획은? | SF장편소설을 준비 중이다. 또 하나, 부모님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구상 중이다. 내 책이 나오면 항상 읽어보려고 노력하시는데, 힘들게 읽고 나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신다.(웃음)
최후의 변 | 2000년대 들어 각자의 이름을 건 책을 발표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데 모여 단편집을 낼 수 있는 수의 작가들이 등장했다. 독자들이 까다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SF소설을 읽지 않는 독자까지 관심을 보일 수 있는 대형 작가의 등장이 절실하다. (허남웅 기자)
사진 강지영
근엄한 미술 따윈 몰라 몰라(큐레이터, 닷라인TV 대표)
1975년생 | 닷라인TV 대표(http://dot-line.tv), 샘표 스페이스(샘표식품) 책임 큐레이터
몰라는? | 미술은 어렵다?라는 통설에 ‘웃기고 있네’라고 코웃음 치는 여자. 본명은 문예진. 홍익대 미술대학원 예술기획과 휴학 중인 그는 미술방송국 닷라인TV를 기획, 제작했고, 20여 차례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재주 많은 작가들을 발굴하기 위해 동분서주 중이다.
방송국을 연 계기 | 미술은 점점 젊어지고 있다. 근엄하거나 신화적인 영역이 아니다. 근데 이 도도한 흐름을 읽어줄 미디어가 별로 없다. 큐레이터로서 미술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방도를 고민하다 미술방송국을 떠올렸다. 닷라인TV에선 쉽고 재밌고 허물없이 미술과 만날 수 있다. 검색해보니 이런 방송국은 세계 최초다.(웃음)
지금 당신을 사로잡은 것 | 지원금? 농담이다.(웃음) UCC를 통해 전세계 작가들이 닷라인TV에 모이는 상상을 한다. 누구나 자신의 작품을 쉽게 올리고, 누구나 볼 수 있게 하는 것. 세계 미술의 흐름도 알 수 있고, 능력 있는 신예 작가도 발굴할 수 있다. 현재 일본의 몇몇 작가들과 이야기를 마쳤다. 이런 걸 하려면 돈, 인력,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역시 지원금인가.
한국 문화, 이게 문제다 | 영화잡지에 이런 말 해도 되나? 까놓고 말해서 영화만 대중문화로 비춰지는 게 유감이다. 무료 갤러리도 많다. 그냥 보라고 해도 안 보니까 답답하다. 문화 선진국은 취향이 다양하다. 영화 보듯 전시회 챙겨 보는 사람이 있다. 입시 말고 문화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지금 세우고 있는 계획은? | 100개 남짓 콘텐츠가 있는데 올해는 200개 이상 만들 거다. UCC 프로젝트로 세계적인 젊은 아티스트를 선발해 기획전도 열어주고 싶다. 작가 매니지먼트도 고민 중이다. 작가들, 열심히 작품 만들 줄만 알지 정말 어수룩하다. 그들을 제대로 알리는 게 내 몫이다.
최후의 변 | 미술은 근엄하지 않다. 갤러리는 대기업 사모님들만 납시는 리셉션장이 아니다. 편한 마음으로 즐기면 그게 남는 장사다. 일단 보고 욕할 게 있으면 욕해도 좋다. 미술계의 <디 워>는 안 나오나.(웃음) (안효원 기자)
사진 김주영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