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愚)를 범하다
1. 들깨 모
열흘전이다. 아버지한테 다급한 전화가 왔다. 들깨 심으러 오라했다. 나는 야외에 나가 있어 걱정되었다. 어머니 건강이 좋지 않는가 보다.
다행히 형수님 내외분이 오후에 와서 고덕에 오지 않아도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 지척에 있으면서 부모 일손 도와주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고향에 가기가 두렵다. 저 녀석 진급도 못하고 다닌다는 손가락질이 두렵다. 나는 실은 의기소침했다. 데미지가 크다. 부모님께 면목이 없다.
6월 하순 ~ 7월 중순 들깨 모종심기를 한다.
이틀 전 저녁 퇴근길에 농가를 만나려고 삽교읍 oo리 도착했었다. 차량 2대가 있는데 사람이 없다. 수소문해보니 들깨 심으로 밭에 나갔다고 한다. 저녁 9시가 넘어서 트렉터 끌고 내가 만나려고 하는 사람이 집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반가웠다. 오전에 들깨 심으면 모가 죽어 오늘 저녁 늦게까지 모종심기를 하였다고 전해주었다.
밭 구덩이에 들깨모를 넣어주고 한사람은 흙을 덮어주어야 일의 능률이 난다. 들깨 심기는 두 사람이 해야 한다.
지금 이 시간은 부모님이 밭에 일 하고 쉬고 있을 시간이다. 지금으로 돌아오는 길은 달도 어둡다
2. 날 알아요?
날씨가 덥다. 하늘을 보면 태양에 비치는 빛은 뜨겁다. 걸어가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땅만 보고 다닌다. 계절이 여름이라 힘이 빠진다.
정기 인사철이면 힘이 빠진다. 기대를 했거나 안했거나 늘 마음 한자리는 서글프다. 51%만족하는 인사는 성공이란 말도 있다. 나는 그 말에 동조한다. 49%는 불만이란 말과 통한다. 49%를 줄여 어느 정도 물이 흐르듯이 인사는 이루어져야 한다.
일부 정치인과 고급 관료들은 고속승진하다 처참하게 자리를 내려놓는다.
군청 로비홀 1층에서 ‘군민과 함께하는 문화사랑방 공연’ 있어 점심식사를 마치고 식당에서 내려갔다. 기타연주자와 중학교 선배가 하모니카 연주를 하고 있었다. 연주 중 갑자기 나를 반긴다.
“날 알아요?”
당혹스럽다. 모자를 써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 지oo요”
오가면 오촌리 사람 생각난다. 공연이 끝나고 많은 대화를 나누웠다. 동영상도 보내주고 사진도 보내주었다.
“제가 너무 반갑습니다. 그전에 멋진 분을 뵈어서.”
라고 카카오톡 답장이 왔다.
오늘 아침출근길에 버스를 타고 왔다. 군청 정문 지나자 앞에서 인사한다.
“날 알아요?”
또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짧은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15년전 ‘오름산악회“ 회원임을 알았다.
의기소침하지 말고 땅만 보고 다니기 보다는 고개를 들고 다녀야 할까 보다.
30년 직장 다녀 내가 아는 사람보다 주민들이 나를 아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