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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멀어도 마음은 태양 - 완도 상황봉 종주 언제 : 2006. 12. 31. ~ 2007. 1. 1.(무박) 누구랑 : 청명산악회 37명 특별한 날에 유별난 산행을 하면 뭐 대단한 추억꺼리도 생긴다는 겐가? 뭔가?...금년 여름 두타·청옥 무박 산행하면서 부상 당한 수모는 언제 내가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신년 해맞이 무박 산행에 또 몸을 섞었으니 내 발등을 내가 찍은 꼴이 되고 말었다.... 자라보고 놀란 놈은 솥뚜껑을 보고도 놀라기 마련이라 대미산 부상이후 경추 협착은 호전되어 불편없이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는데 최근에는 오른쪽 엉덩이가 걸을때 마다 시큼거리고 아퍼 혹시나 하여 척추와 고관절 엑스레이를 찍어보니 디스크 소견은 보이지 않는다며 단순한 근육통증 같은니 약이나 며칠 먹으라며 정히 좌골신경통이 염려되면 MRI촬영을 해보란다. 한의사 백산 선생을 찾아가니 그는 오늘도 황소처럼 큰눈을 껌뻑껌뻑하며 고개를 주억거리드만 쓰다 달다 말도 없이 발바닥에 침만 놓고 등을 돌린다. 짜석하고는!...저러고도 밥벌어 먹고 사는 것 보면 참 용하디 용한 침쟁이다.... 일요일 아침 교회에 다녀온 뒤 3일간의 연휴를 보람있게 지내야지 싶어 근질근질한 엉덩이를 어쩌지 못하고 늙은 나귀를 끌고 테니스장으로 핸들을 돌린거 부터 나는 뭔가 좌충수를 놓고 있었던 것이다. 코트에 나오니 이미 녹초가 된 오전반 회원들은 점심때도 되었으니 순대 국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꼬시는데 이미 늦은 아침을 먹고 나온 나는 손사레를 치며 천연덕스럽게 코트에 들어가 연습공을 한카트 싣고 나와 혼자서 써브 연습을 하는데 10년전 렛슨 동기가 나타나더니 "성님! 오랫만에 싼빡하게 단식이나 한 번 하십시다" 하며 실~실 웃는게 "어디 오늘 만만한 노인네 약좀 올려 보자!" 이를테면 나를 가지고 놀겠다는 속셈이 분명한걸 내 또한 모를리 없었다. 설사 내가 아무리 오기와 심끼로 똘똘 뭉쳐진 놈이라 해도 지는 40대 후반이고 나는 50대 후반이니 10년의 세월을 어쩌란 말인가? 더군다나 지는 마라톤이다 수영이다 헬쓰다 몸에 좋다는 운동은 골고루 해가며 몸매를 다듬고 있었고 나는 고작 1주일에 1번 정도 깝쭉대다가 들어오니 당초부터 게임은 하나마나 뻔할 뻔짜 였던것이다. 3게임을 내리 죽을 쑤다 보니 오른쪽 고관절 쪼인트 부위가 띠끔띠끔하고 한 쪽 엉덩이 전체가 아파서 발걸음 옮기기가 죽을 맛이었다. 이거 킬났네!....밤에 일출 보러 완도에 갈껀데?...쩔뚝 거리며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놀래서 물어본다. 아내 : 아니 당신 그래 가지고 산에 갈 수 있겠어요?... 빵과버터 : 몰러!...파스나 한장 쳐 붙이고 안되면 버스에서 잠이나 자야지 뭐.... 그렇게 나는 아내와 함께 그 잘난 일출을 보잡시고 멀고 먼 길을 떠난 것이다. 가는데 5시간, 오는데 6시간, 산행시간 7시간....을 아픈 궁뎅이 질질 끌고 다녔으니 신년 산행을 너무 걸판지게 치른 꼴이 아닌가 싶다. 완도 대구리(05:10) - 암릉 밧줄 구간(06:42) - 심봉(06:48) - 상황봉(07:08) - 상황봉 출발(07:58) - 제1 전망대 아침 식사 - (08:50) - 제2 전망대(09:09) - 백운봉(09:45) - 업진봉(10:16) - 숙승봉(10:55) - 불목 저수지(11:50) - 주차장(12:05) - 완도 해운대 횟집(12:58) - 평택으로(14:30)
전라남도 완도군의 오봉은 쉼봉, 상황봉, 백운봉, 업진봉, 숙승봉 5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쉼봉598m~상황봉644m~백운봉601m~업진봉544m~숙승봉461m)
23:10분. 평택에서 출발한 버스는 서산 휴게소에서 잠시 쉬고 속된 말로 내리 쏘더니 04:30분 대구리에 도착한다. 상황봉에서 일출시간이 07:35이니 너무 일찍 출발해도 기달려야 한다며 운영진이 마련한 손가락 김밥과 따끈따끈한 콩나물 국을 내놓는데 김밥 먹고 또 체할까 싶어 콩나물 국만 두 대접 후루룩 마시고 05:10분 산행을 시작한다. 보안등 너덧 개 불 밝히고 있는 어둠속의 대구리 마을을 온 동네 개가 짖어대는 바람에 잠시 정적을 깨운다.
쉽봉 오르기 전 까다로운 로프구간이다. 아내는 어느틈에 날렵하게 올라가 뒤에 올라오는 초보 여성들의 발디딤을 가이드 하느라고 랜턴을 비쳐주고 있다.
심봉에 오르기전 빼꼭히 들어찬 나목 숲을 허덕 거리며 오르는데 갑자기 산 아래 쪽에서 타다닥! 쿵꽝! 하는 소리가 연속적으로 들려 왠 천둥 벼락인가 싶었는데?... 나목 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붉은 불꽃이 올라 왔다가 사그러 지니 아마도 촬영 세트장에서 신년 기념 폭죽을 터트렸나 보다. 이럴줄 알었으면 조금 서둘러 올라와 심봉에서 불꽃놀이를 구경 했을텐데 아쉽다.
상황봉은 일출을 보기 위해 모여든 남녀노소로 북새통이다. 그 와중에 부회장님을 불러 뻔뻔한 기념사진 한 방 박고 새해 일출을 폼나게 잡아볼 요량으로 신지도가 정면으로 바라 보이는 위치에 어렵사리 삼각대를 벌려놓고 초라한 디카를 올려 놓으며 찬바람 속에서 웅크리며 일출을 기다린다.
30여분을 기달려도 일출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신지도 뒤로 약간 붉은 기운만 돈다. 꼴랑 이거 보잡시고 그 먼길을 왔더란 말이지?....주섬주섬 걸망을 챙기는데 이젠 가늘은 빗방울 마져 떨어진다. 그 가늘은 비는 산행내내...그리고 완도 해운대 횟집에서 뒷풀이가 끝날 때 까지 계속되는 것이다. 봄비는 부드럽고 사랑스럽기나 하지,
쉼봉에는 우리팀의 후미조도 있었는지 성룡아우는 후미조를 기다릴 겸 상황봉 아래 안부에서 아침 먹을 준비를 하고....우리도 여기서 먹고 갈까? 하며 아내의 의견을 물어보니?...아내가 비를 맞으며 밥을 먹을 턱이 없다
백운봉 가는길에...
백운봉을 겨냥하며(헬기장에서)
백운봉 가는 길에
백운봉 가는 길에(제1 전망대)
백운봉 가는 길에 후박나무 우거진 돌계단은 수목원 임도와 만나는 길이다
백운봉 가는 길에(제2 전망대)
백운봉, 업진봉, 숙숭봉
백운봉 가는 길에
백운봉의 정상석은 여늬 산의 정상석과 사뭇 다르다. 바위가 놓여진 제자리에서 석공이 글을 새겨 넣은것 같은데 사실은 모르겠다
백운봉에서
백운봉에서
백운봉에서
백운봉에서
백운봉에서 바라본 숙승봉
업진봉 가는 길에
업진봉 가는 길에
업진봉 가는 길에
업진봉
업진봉에서 내려본 신라방
숙승봉 가는 길에
숙승봉이 멀리 보인다
산복도로는 상황봉 아래까지 이어지는데 진초록의 오봉산은 후박나무와 동백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숙숭봉 오름 사다리
숙승봉에서 내려 오다가 후미를 챙기며 쫄딱 비에 젖은 성룡 아우를 만났다. 언제나 남을 배려하는 것을 기쁨으로 아는 그를 보면 자연을 보는 것 같아 보기에 퍽 즐겁다
숙승봉에서
숙승봉에서(몸이 편치 않으니 풍경에도 별로 관심없고 고작 아내의 뒷모습이나 잡아내는 게으른 찍사가 되었다)
숙승봉을 내려오면서 아내는 볼일이 급하다고 타다다닥 내려가 버리고 혼자가 되자 그동안 꾹 참고 견뎌온 엉덩이 통증 때문에 몇 번을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겨우 불목 저수지까지 내려온다
필똥말똥 귀여운 동백을 탐하고 나니...
떨어져 누운 동백도 예쁘다
어선과 등대는... 내가 태어나서 자란 고향의 편안한 그림이 된다
결국 2년에 걸친 산행은 끝나고....ㅋㅋㅋ (끝) |
첫댓글 먼걸음하셔 일출맞으려하셨는데 뭔일이당가요? ^^ 여기 부산서도 황금돼지해 답지 않은 일출이어서 사진 담을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산상에서 2년을 누님과 보냈셨으니 즐거움도 그만큼 크셨으리라 부러움 한가득입니다. 특히 마무리 횟감에 이슬이에 침이 질질... ㅋㅋㅋ 새해 복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옵기를 머리 조아립니다.